‘경제 펴야 주름도 펴질 텐데’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명박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의 감정을 이 한 문장으로 정의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조금씩 반등조짐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 상태가 지속될 것인가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그만큼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단기적 지지율 상승이 장기적 상승세로 연결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10월 24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주간 여론조사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에 비해 9.7%p 올라간 30.6%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1일 32.8%를 기록한 이후 2주 연속 하락해 20.9%(10월15일)까지 떨어졌다가 반등세를 보인 것.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조사된 타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결과는 다소 다르다. 한국사회조사연구소의 주간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도는 24.0%(10월 20일 조사)를 기록하며 한동안 20% 초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9월 이후 실시된 조사에서 20.2~25.6%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며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
청와대 측은 지지율 반등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반기고 있으나 대다수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현 상태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쪽에 무게감을 싣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20%대 지지율이 점점 견고해지고 있다며 ‘시멘트 지지율’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쇠고기 파동, 종교계 갈등 문제 등 악재가 사라진 이후에도 지지율 상승이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정부와 대통령이 깊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팀장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의 흐름을 살펴보면 일부에서 약간의 반등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주목할 만한 수치는 아니다. 큰 악재가 없는 상황에서도 대통령 지지도가 올라가지 않고 있는 것은 장기적 경기침체가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개발도상국에서의 국가지도자 지지도는 경기상황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부터 ‘경제대통령’의 이미지를 내세웠기 때문에 경기악화에 따른 지지율 하락세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응답자들의 의견을 살펴보면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는 반응도 나타난다고 한다. 정부에서 잇따라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이것이 대통령의 인기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점이 배경으로 작용하기 때문.
여기에 대통령의 지지율 고착화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것은 대통령으로 향했던 칼날이 최근 여러 곳으로 분산되면서 대통령 지지도 조사에 대한 응답자들의 민감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배종찬 팀장은 “임기 초반 강부자 내각 논란과 고위공직자들의 잇단 비리사건으로 인한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최근 쌀 직불금 사태로 인해 정부 여당 전체로, 또 경기악화로 인해 경제팀의 수장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보다 넒은 범위로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지지도 중 20%가량은 전통적인 이명박 대통령 지지자들이기 때문에 더 이상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경기만 살아난다면 거품처럼 꺼졌던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은 “무엇보다 지도자로서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대통령에겐 그 점이 아쉽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을 통해 국민과의 소통을 넓히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정작 방송사와도 ‘소통’하지 못한 채 일방적인 방송 통보로 잡음을 일으키기도 했다. 배종찬 팀장은 “대통령이 국민들의 하소연을 듣기보다는 정부와 대통령의 정책을 ‘홍보’하려는 데 치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