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맨 뒤 대박맨 미소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원 A(25)가 실수로 신규상장된 ‘제이콤’ 주식 매도주문을 잘못 입력한 것이 오전 9시27분. 처음으로 ‘사태’를 눈치 챈 것은 동료 여직원이었다. 그녀의 지적에 사색인 된 A는 곧바로 주문 취소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9시32분 A는 떨리는 목소리로 “취소가 불가능하다”고 말했고 사무실은 얼어붙었다.
9시40분경 미즈호증권은 황급히 주식 전량 매수에 들어갔지만 61만주 중 9만6천주는 끝까지 회수할 수 없었다. 4백억엔(약 3천4백억원)이라는 돈이 13분 만에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도쿄증권거래소측은 사상 최초로 미즈호증권에 강제 현금결제를 명령했고 미즈호증권은 어마어마한 손해를 떠안게 됐다.
이번 사태의 장본인인 A는 전도유망한 엘리트 사원이었다. 그러나 한순간의 실수로 그의 운명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됐다. 사건 후 A는 매일 출근은 하고 있지만 경위 조사나 보고서 작성 등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미즈호증권의 동료직원은 그의 근황에 대해 “다른 사원들과의 접촉은 거의 없다. 회사에서는 A의 정신적인 충격을 우려해서 집에도 돌려보내지 않는 듯하다. A는 회사의 관리 하에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A의 거취에 대해선 권고퇴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A에 대한 ‘동정론’도 일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의 낙후된 시스템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라는 얘기다. 한 증권회사의 간부는 “주문 실수를 바로 취소할 수만 있었다면 수억엔 정도의 손해만 보고 끝날 수 있었다”며 도쿄증권거래소의 책임을 지적했다.
미즈호증권의 주문실수 와중에 제이콤 주식 7천1백주를 매입해 20억엔(약 1백72억원)이라는 차익을 본 한 남성이 화제에 오르고 있다. 27세의 무직임에도 불구하고 주식투자로 34억엔(약 2백90억원)을 굴리는 ‘슈퍼 데이트레이더’다.
6년 전에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1백만엔(약 8백60만원)으로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했다는 그는 특별히 주식에 관한 공부를 하지는 않고 다만 주식매매란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알려주는 책을 한 권 읽었을 뿐이라고 한다. 스스로 운용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됐다는 얘기.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이번 소동을 통해 번 20억엔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물론 주식 한 종목으로 번 이득치고는 큰 편이지만, 20억엔 정도는 2005년 1년 수익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
제이콤 소동으로 얻은 이익을 반환하겠냐는 질문에는 “주문 착오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시장에 나온 매물을 산 것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