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서 존재감…일각선 “박 그림자 아른”
황교안 전 총리가 SNS로 활발한 소통에 나서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정치 행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 황 전 총리는 “어떤 페친(페이스북 친구)들께서 애창곡 등 개인적 관심사가 궁금하다는 댓글을 남기셨습니다. 저는 가수 이종용의 ‘너’와 그의 노래를 좋아합니다. 과거 학창시절이나 훗날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즐겨 불렀습니다”라는 글도 올렸다. 이 게시물 공감 수는 약 6000개였다.
이는 보수 진영 대표주자인 홍준표 전 경남지사와 대조적이다. 홍 전 지사는 페이스북에 ‘친박 바퀴벌레론’ ‘문재인 정부 주사파론’ 등 하루 평균 6건 이상의 게시물을 올리고 있지만 평균 공감 개수는 2000개 미만을 밑돈다. 홍 전 지사는 자유한국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지만 SNS 영향력에선 황 전 총리에 밀리는 모양새다.
허성무 정치 평론가는 “보수진영이 원하는 것은 ‘품격’이다. 홍 전 지사는 언행이 가벼워서 품격 있는 보수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대선 이후 보수 진영이 위기를 맞고 있다. 황 전 총리는 보수 진영의 실망감을 극복할 수 있는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인물난에 대한 갈증이 황 전 총리를 향한 지지로 연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19대 대선 직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 포기 선언으로 보수 지지층은 황 전 총리 쪽으로 빠르게 결집했다. 황 전 총리는 권한대행 시절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소 방문, 쪽방촌 독거노인 떡국 나눔 등으로 대권주자 면모를 보여줬다. 황 전 총리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국정 안정 관리에 역사적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권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국당 내에서는 황교안 서울시장 출마설이 힘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당 분위기를 쇄신하고 내년 지방 선거 승리를 위해 황 전 총리를 ‘보수의 구원투수’로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당 유력 당권 후보인 홍 전 지사는 6월 20일 초·재선의원 초청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기존 인물 중 서울시장에 나가서 이길 사람은 현재로선 없다. 서울시장은 질 것 같다. 서울시장을 탈환하려면 새로운 인물을 찾아야 한다”라고 단언했다. 나경원 김성태 등 기존 원내 후보들을 제외하고 새로운 인물을 찾겠다는 얘기다.
황 전 총리 최근 행보도 심상치 않다. 5월 30일 황 전 총리는 2014년 세월호 사건 수사 과정에서 해경 123정장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미 검찰 수사,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 등을 통해 모두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최근에도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이른바 ‘워싱턴 발언’을 공개 비판하면서 “한미동맹을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황 전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을 당시 페이스북 게시물 주제는 국무회의 소회 등 소소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황 전 총리는 최근 자신을 둘러싼 의혹 해명을 위해 페이스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허성무 평론가는 “정치적인 행위다. 문재인 정부가 약점을 보이면 공격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전략이다. 황 전 총리가 한 마디를 하면 야권 지지층이 들썩인다. 이들에게 야당의 대표주자 이미지를 각인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의미 있는 여론 조사 결과도 나왔다. 6월 1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프레시안 의뢰로 실시한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황 전 총리는 1위(15.9%)를 차지했다. 나경원 의원(11.2%)과 김성태 의원(4.4%)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당 지지층에서도 황 전 총리(60.2%)는 나 의원(23.7%)와 김 의원(1.7%)에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전체 후보군 중에서도 황 전 총리(13.9%)는 박원순 서울시장(22.5%), 이재명 성남시장(19.0%)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이번 조사는 6월 17일~18일까지 이틀간 서울 지역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실시했고 응답률은 4.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한국당은 제1야당이다. 서울시장 후보를 안 낼 수 없다. 한국당이 황 전 총리보다 좋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황 전 총리가 차기 대권을 염두하고 있다면 서울시장 출마는 좋은 기회다. 의미 있는 득표를 하면 당대표직을 얻을 수도 있다. 한국당의 현실적인 필요성과 황 전 총리의 정치 참여에 대한 의지가 상호작용을 일으키면 서울시장 선거에 등판이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물론 당내 일각에서는 황교안 카드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한국당 비서관은 “한국당이 인재영입에 열을 올리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황교안=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무리 SNS에서 영향력이 있다고 해도 몸값이 올라간다고 보기는 어렵다. 내부에서는 황 전 총리에 대한 얘기는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 모든 이목이 전당대회에 쏠려있는 상황이다. ‘황교안’ 카드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여권의 시선도 곱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황 전 총리는 비호감이 상당한 인물이다. 결국 정치인은 인기투표로 먹고사는 직업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우리 당과 야 3당의 4자 구도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여권에서 비토층이 높은 황 전 총리가 40%를 넘길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