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돌보고 집안일도 척척 로봇은 내 친구
▲ NEC의 가정용 로봇 ‘파페로’. 방귀 뀌는 것을 흉내 내는 등 어린이나 노인들과 놀아주기 위해 개발됐다. | ||
물론 공상과학영화에 등장하는 완벽한 로봇은 아닐지라도 다양한 기능의 로봇이 일상생활에 침투하게 되는 것은 이미 시간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또한 치매를 막는 백신이나 금연·비만치료제 등이 보편화되고, 도로와 차량을 자동적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이 등장해 교통사고 없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일본 월간지 <트렌디>의 보도를 통해 앞으로 5년 후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놀라운 일들을 전망해본다.
▲ 일본 도요타에서 개발한 ‘악기를 연주하는 로봇’이 트럼펫을 불고 있다. | ||
로봇이 가정이나 병원 등에서 활약하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앞으로 4~5년 안에 청소하고 아기를 보고 재활을 돕는 로봇이 등장할 예정이다.
NEC의 ‘파페로’는 방귀 뀌는 흉내를 내는 등 아이들이나 노인들과 놀아주는 가정용 로봇이다. 이 로봇은 무선 LAN으로 컴퓨터와 연결되기 때문에 언제라도 최신 화제나 교육 콘텐츠, 새로운 행동패턴 등을 인터넷을 통해 업데이트할 수 있다.
도시바와 히타치에서는 접객용 로봇을 개발중인데 주변소음이 심한 장소에서도 기본적인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대답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기술을 가전제품에 접목시키려는 노력도 있다. 반다이의 ‘키키노’는 이러한 로봇 기술이 적용된 적외선 리모컨이다. 버튼을 누르는 대신 “DVD를 보고 싶다”거나 “TV의 전원을 켜고 외부입력으로 바꾼 후 DVD 플레이어를 시작”과 같이 리모컨에 대고 얘기를 하면 된다.
‘입는’ 로봇도 곧 실용화될 예정이다. 이 로봇이 주로 활약할 곳은 병원이나 양로원. 환자의 재활을 도와줄 이 로봇은 근육에서 나오는 전기신호를 감지하여 사람이 움직이는 방향을 미리 읽어내는 기술을 활용한 것. 일본 쓰쿠바 대학원이 개발한 ‘로봇수트 HAL’을 입으면 40kg의 물건을 거뜬히 들어올리고 체중이 80kg인 사람을 일으킬 수 있다.
교통사고 예방 시스템
2010년에는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자동차가 ‘알아서’ 보행자나 다른 차와의 충돌을 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주행중에 보행자가 가까이 오면 보행자의 위치가 차량 내 내비게이터에 표시된다. 이미 자동차 회사 혼다는 이러한 ‘나이트비전 시스템’을 일부 차종에 채택하고 있다. 혼다는 이에 더해 핸들이나 브레이크 조작까지도 자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졸음운전을 막을 수 있는 내비게이션 시스템도 나올 예정이다. 일본 파이오니아의 ‘졸음예측 핸들 센서’는 핸들을 통해 운전자의 심장박동을 체크한다. 운전자가 졸기 시작하면 내비게이터가 빠른 템포의 음악을 틀거나 모니터에 휴식을 취하라는 메시지를 띄운다. 이처럼 자동차의 안전기술은 충돌시 안전을 확보하는 것에서 ‘사고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한편 정보화된 도로 인프라 구축도 한창 진행중이다. 이에 따라 2010년께는 사람이나 자동차의 위치나 속도를 교차로의 단말기가 실시간으로 감지해 자동차에 송신하는 ‘생각하는 교차로’가 생길 것이다. 교통량을 측정해 적당한 타이밍에 신호를 바꾸는 ‘생각하는 신호등’은 현재 일본의 나고야에서 실험이 끝난 상태다.
▲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생각하는 교차로’ ‘생각하는 신호등’ 등의 개념도. | ||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치매 치료법 연구가 한창이다.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는 ‘아밀로이드 베타’(Aβ)라는 단백질이 발병하기 약 20년 전부터 서서히 뇌에 침착하면서 생긴다. 최근 알츠하이머의 예방·치료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항체를 이용해 Aβ를 공격하는 ‘백신 치료법’이다.
아일랜드에서는 몸에 Aβ 유전자의 항체를 주사하는 치료법이 개발돼 5년 내 실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일본에서는 보다 진전된 ‘먹는(마시는) 백신’이 개발됐다. 먹는 백신은 2010년 이후에 실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방법으로 치매를 예방하거나 이미 발병한 치매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불면증치료제 금연보조제 등 ‘생활개선약’도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큰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이 화이자가 개발한 금연약 ‘챔픽스(Champix)’다. 현재 미국에서 승인신청에 들어간 상태다. 이 약은 뇌에 들어가서 니코틴 수용체와 결합해 뇌가 ‘니코틴을 섭취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니코틴 대신에 뇌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금단현상이 줄어들고 담배를 피워도 맛없게 느껴진다. 실제로 미국 내 실험결과에 따르면 하루에 두 번씩 12주 동안 복용한 사람들 중 44%가 금연에 성공했다고 한다.
비만치료제 ‘시부트라민(Sibutramine)’도 주목받고 있다. 이 약은 공복감이나 포만감을 관장하는 뇌내 호르몬인 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에 작용한다. 포만감을 높여 먹는 양을 줄이고, 체내의 에너지 소비를 촉진하여 비만을 치료한다는 원리. 이미 미국에서는 ‘메리디아(Meridia)’라는 처방약으로 판매되고 있다.
기능성 채소 생산
미래에는 기능성 농산물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 중의 하나가 꽃가루 알레르기를 예방하는 쌀이다. 쌀의 유전자를 조작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성분의 일부를 넣은 것으로 이 쌀을 매일 먹으면 알레르기 원인물질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 현재 일본에서 쥐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안전성 실험은 끝났고 임상실험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알레르기 예방 쌀과 함께 채소공장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기능성 채소’가 식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채소공장이란 온도와 조명, 물의 양 등을 인공적으로 관리해 채소를 기르는 시설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몇몇 식품회사가 이 연구에 착수해 양상추나 허브 등을 생산하고 있다.
벤처기업 ‘라플란타’의 양상추는 일반 양상추보다 비타민A가 10배나 많다. 향후 미네랄이나 식이섬유 등 각종 영양분을 강화시킨 채소를 계속 개발할 예정이다. 이러한 ‘채소공장’은 농업인구의 감소와 안전한 채소에 대한 수요 증가와 맞물려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영양제나 건강보조제 먹듯 ‘기능성 채소’를 먹을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