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재·장비 대여업자 망연자실 “우리 돈은 어쩌라고?”
한국도로공사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사업소 현장에 설치된 불법하도급 관련 안내 문구가 적힌 간판.
[일요신문] 하용성 기자 = 한국도로공사(사장 김학송)가 발주하고 두산건설이 시공을 맡은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제7공구 건설현장이 지난달 6월 30일 하도급 공사계약이 파기한 것으로 전해져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하도급을 맡은 전문건설업체 남흥토건(주)이 자재·장비업자들에게 지불할 돈을 남긴 채 계약을 파기한 사실이 드러나 향후 갈등이 확산될 전망이다.
남흥토건(주)은 민감한 사안이라며 13억 원의 체불금을 남긴 채 공사계약을 파기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현재 두산건설과 채권단 대표가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영세한 자재·장비 업자들이 그동안 일한 공사대금을 모두 받기는 힘들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한 원청인 두산건설이 하청업체가 지급해야하는 체불금을 대신 지불하되 공사대금의 70~80%로 절충하는 조건을 제시해 대기업의 ‘갑질’이 아니냐는 논란마저 일고 있다.
영세한 자재·장비 업자가 그나마 이런 조건이라도 받아들여야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자신들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약점을 파고 든 대형건설사들의 행포가 건설현장에서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남흥토건(주)의 모럴해저드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해당 업체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기술력이나 자금력에서 우수한 건설업체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체불금 사태가 불러올 파장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남흥토건은 해당 현장 외에도 서울 지하철을 비롯한 다른 현장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두산건설과의 계약파기에 대한 이유를 함구함에 따라 다른 현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 자재와 장비를 제공한 채권단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국내와 지역의 굴지의 대기업과 관급공사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느 정도 받을지는 모르지만 다른 무엇보다 관리감독을 해야 할 한국도로공사의 미온적인 대처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외곽순환도로 제7공구는 현재 80% 정도의 공정율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번 미지불 사태가 발생했고, 보름가량 공사가 정지된 상태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올 12월로 예정된 개통여부는 물론,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인한 도로의 유실 등 부실공사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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