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서 ‘미운 오리’로…전 주인 품에 안길까
한화갤러리아가 제주공항 면세사업권 반납을 결정했다. 한화갤러리아 홈페이지 캡처.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던 2014년 한화갤러리아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던 제주공항의 면세사업권을 따냈다. 개장한 지 1년 만에 흑자 전환하는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이 치명적인 타격이 됐다. 제주면세점 출국장 면세점 매출의 80% 이상을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주공항 출국 항공 편수는 월평균 800대에서 올해 4, 5월 200대로 70% 이상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15억여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한화갤러리아 제주면세점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48억여 원으로 크게 늘었다. 결국 지난 3일 한화갤러리아는 “기존 점포에 역량을 집중해 매출 감소를 최소화하고 손익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제주공항 면세점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연간 임대료가 250억 원으로 월 21억 원 정도를 내야 하는데 중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이후 매출이 17억~18억 원 정도에 그쳐 임대료를 밑돌았다”며 “제주공항공사 측에 지난 4월에만 세 차례 임대료 조정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중국 정부의 조치가 완화되더라도 항공편이 들어오기까지 3개월 정도가 걸리는데 그 기간을 견디기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화갤러리아의 제주공항 면세점 운영은 공식적으로 오는 8월 31일 종료된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다만 “고객들의 편의를 고려해 계약 종료 이후에도 일정 기간은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제주공항 측은 다음 달 내 새로운 사업자 입찰 공고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화갤러리아가 빠진 제주공항 면세점을 롯데면세점이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업계에서는 한화 갤러리아의 빈자리를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이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롯데면세점은 한화갤러리아가 운영하기 직전까지 5년간 제주공항 면세점 사업을 한 경험이 있다. 롯데면세점은 제주도 내에 시내면세점을 가지고 있어 제주공항점과 연계 마케팅을 펼친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드 보복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롯데면세점은 제주공항에서 나오는 적자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데다 파이를 키운다는 면에서 가치가 있다”며 “이미 업계에서는 한화갤러리아가 제주공항에 임대료 조정 요청을 했을 때 제주공항 측이 롯데면세점과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한화갤러리아가 갑작스레 사업을 포기하면서 170명에 달하는 면세점 직원들은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그러나 한화갤러리아 측은 새로운 사업자가 이들을 고용승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제주공항 면세점에 근무 중인 직원은 대부분 이전 사업자인 롯데면세점에서 고용 승계한 사람들이다. 만약 롯데면세점이 제주공항 면세점 재진입에 성공한다면 이들은 다시 원래 일하던 롯데면세점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한화갤러리아 측 생각이다. 앞의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현재 제주면세점에 근무하는 직원 170명 중 20명만 우리 소속이기에 이들은 인사 재배치를 통해 책임질 것”이라며 “150명에 달하는 다른 직원들은 후임 사업자에 무난히 고용승계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