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공공기관장 아내와 딸의 필라테스숍 폐점…“최 씨 연락 두절로 보증금 못 받아”
최순실 씨 소유의 미승빌딩 전경. 사진=고성준 기자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7층짜리 미승빌딩은 시가 200억 원 상당으로 평가받으며 최순실 씨가 가진 부동산 가운데 가장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씨는 지난해 4월 이 건물을 매물로 내놨으나, 지난 5월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추징보전액 77억 9735억 원으로 가압류했다. 범죄로 얻은 수익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동결한 조치다.
최근 이 건물의 등기부를 확인한 결과, 낯선 이름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6월 20일 8000만 원의 가압류 결정의 채권자 조 아무개 씨(여·54)다. 등기부에 나온 조 씨의 주소지 등기부를 확인하자, 조 씨와 건물 소유권을 공유하고 있는 A 씨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A 씨는 미승빌딩을 가압류한 조 씨의 남편으로, 전 구미시 부시장이자 현 경북지역 정부 산하 공공기관장으로 재임 중인 고위공무원이었다.
A 씨는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한 해에 구미시 부시장에 부임했으며, 문경과 안동에서도 부시장을 역임했다. 구미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 등 박정희 대통령 100돌 기념사업을 추진해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더불어 A 씨가 활동한 대구·경북(TK) 지역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텃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최순실 씨 혹은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A 씨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딸과 아내의 사업에 관여하지 않아 가압류와 관련해 자세한 사항은 잘 모른다. 다만 모녀가 최순실 빌딩에 들어가 사업을 하다가 사건이 터진 후 사업에 실패해 고생을 많이 했고, 소송을 했다고 들었다”며 “첫 사업이라 정성을 쏟았는데 실패해 아내와 딸이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이미 최순실 씨 때문에 손해를 많이 봤다. 관련해 보도가 나가면 혹여 또 다른 피해를 입게 될까 우려된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사연은 이렇다. A 씨의 아내와 딸 B 씨는 2014년 5월 31일부터 2016년 10월 말까지 미승빌딩 4층에서 퍼스널트레이닝센터 ‘바디발란스 필라테스숍’을 운영했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뒤 사업 운영은 차질을 빚는다. 건물이 ‘국정농단의 진원지’라고 알려지자 취재진이 몰리고 특검의 압수수색까지 진행돼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B 씨도 최순실 씨와의 특별한 관계를 부인했다. 그는 전화통화에서 “피해가 막심해 억울한 상황이다. 최순실 씨와는 전혀 알지 못했던 사이이며 그 전에는 어떠한 관계도 없었다”면서 “사업에 마땅한 장소를 찾다 보니 우연히 미승빌딩에 입주하게 됐다. 입주 직후 정윤회 사건이 터졌는데, 건물에 취재진이 몰려 그때야 최 씨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B 씨는 자신의 필라테스숍에 다니던 최순실 씨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최 씨가 우리 센터에도 다녔는데 당시 정유연이라는 가명을 사용했고, 가입비도 현금으로 결제했다. 그런데 수업 때 작성하는 서명에는 ‘최’라고 적었다. 세 번 정도 방문했는데, 트레이너에게 막말하는 등 ‘갑질’을 해 그가 최순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건물이 주목을 받으며 센터를 운영할 수 없게 됐다. “(강남이라는) 지역 특성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센터 회원으로 많이 있었다. 사건이 터지자 최 씨와 엮일까봐 회원들이 센터를 찾지 않았다”는 것. 건물에 들어가기만 해도 사진이 찍히고 관계를 의심하는 기사가 보도됐기 때문이다. 일부 회원은 자신이 센터에 다녔던 기록을 파기해달라는 요청까지 했다고 한다. 센터 운영은 어려워졌고, 결국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
가압류와 관련해 B 씨는 “건물의 다른 세입자들은 최 씨와 어떤 관계였는지 알 수 없으나, 나는 일반 세입자일 뿐이었다. (지난해 10월 말)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직후 센터 운영이 어려워져 최 씨 측에 계약파기를 요청했으나 최 씨가 전화번호를 변경해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결국 장사를 접게 됐고, 보증금을 돌려받으려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그마저도 어려워 결국 소송을 하게 됐다. 최 씨 때문에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여다정 비즈한국 기자 yrosadj@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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