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취재해가면 건당 1000만원이라굽쇼?…SNS 제품 노출도 알고보면 뒷거래
유명 연예인들의 공항패션을 담은 기사의 댓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네티즌의 질문이다. TV를 켜면 숱하게 보이는 연예인을 현재로 봤다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만나는 기회를 가지면 남들에게 자랑도 하는 거다.
하지만 함께 여행을 떠나는 친구와 만날 때도 약속장소를 한참 찾아야 하는 거대한 규모의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은 연예인만 쏙쏙 골라 사진에 담는다. 게다가 장거리 여행을 앞두고 대부분의 승객들이 간편복 차림을 선호하는 반면, 연예인들은 마치 패션쇼장을 방불케 하는 복장으로 공항을 활보한다.
이에 대한 궁금증이 얼마 전 풀렸다. 이달 초 결혼식을 치른 후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7일 입국한 에릭-나혜미 부부가 구설에 오르면서다.
자초지종은 이러하다. 두 사람의 귀국 모습을 담기 위해 이날 오전 공항에는 취재진 수십 명이 몰렸다. 하지만 ‘약속 시간’이 1시간 지나도 두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대행사’에 문의해본 결과 두 사람이 이미 다른 게이트로 빠져나간 후였다.
의상 협찬을 받고도 취재진 앞에 나타나지 않은 에릭 부부를 둘러싸고 ‘먹튀’ 논란이 불거지자 에릭 측은 “입국시 입을 의상을 협찬 받은 적도 없고, 본인들이 평소 입던 편한 옷차림이었고, 매체 쪽도 협찬사 쪽도 연락받지 못했기에 당연히 본인 옷을 촬영하러 나올 거라 예상치 못했다”며 “그래서 평소에 편하게 입던 옷을 입고 매니저에게 전달받은 대로 C 게이트로 입국했다”고 해명했다.
에릭-나혜미 부부. 공항패션 ‘협찬 먹튀’ 논란이 불거지면서 억울한 비난의 화살을 받았다. 사진=E&J엔터테인먼트
실제로 연예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기자들에게는 특정 연예인의 입출국 스케줄이 담긴 메일이나 문자메시지가 심심치 않게 온다. 그것을 바탕으로 기자들은 ‘약속된’ 취재에 나선다. 공항패션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서 TV 밖의 그들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유행을 선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연예 매체 기자는 “인천공항까지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언제 어느 게이트로 들어갈지 모르는 연예인들이 나타나길 마냥 기다리기 위해서 그곳까지 가는 수고를 할 수는 없다. 결국 사전 정보를 얻은 후 간다”며 “그들 입장에서는 협찬품과 자신을 홍보할 수 있으니 도움이 되고, 언론매체들은 이 사진을 보는 네티즌 유입 효과로 페이지뷰를 늘릴 수 있으니 암묵적 동조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홍보를 통해 스타는 과연 얼마나 벌까? 이는 해당 스타의 등급에 따라 달라진다. A급 스타의 경우는 건당 1000만 원을 호가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게다가 이는 품목별 가격이기 때문에, 공항에 나서며 셔츠, 선글라스, 구두 업체의 협찬을 각각 받았다면 3000만 원이 넘는 몸값을 챙길 수 있다.
공항패션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뤄지는 연예인들을 활용한 홍보 및 마케팅 수단은 바로 SNS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자신의 개인적 삶을 담은 사진을 SNS에 올리고, 이는 트렌드세터의 삶을 좇는 대중의 먹이가 된다. 그 속에서 스타들이 먹고 마시고 입고, 심지어 그들이 찾는 여행지까지 광고인 경우가 많다.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이 특정 브랜드의 신상품일 수 있고, 무심한 듯 앉아 있는 스타의 뒤로 살짝 보이는 음료수가 홍보대상일 수도 있다. 대중은 무의식적으로 이를 보다가 소비로 연결 짓곤 한다. ‘SNS은 인생의 낭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많은 연예인들이 SNS에서 잘못된 언행을 보여 구설에 오르면서도 이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엄청난 방문자가 찾는 스타의 SNS가 돈벌이의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SNS에 노출하는 시간도 정해져 있다. 특정 물품을 마냥 올려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통상 협찬사가 원하는 시간대에 3~4시간 올려주는 것만으로도 수백만 원을 지불한다. 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SNS 노출 사진의 경우 광고 느낌이 들지 않게 자연스러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대놓고 광고를 한다’는 식으로 스타의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스타의 이미지는 광고 제품의 이미지로 직결되기 때문에 협찬사 입장에서도 자연스러운 노출을 위해 고민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공항패션은 언제부터 대중의 관심을 모았을까? 거슬러 올라가면 1970년대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둔 가수 윤복희의 공항패션이 원조라 할 수 있다. 이후 은퇴했던 서태지가 귀국하며 입었던 의상 역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때만 해도 공항패션은 광고보다는 패션 자체의 의미가 더 컸다.
그러다 공항패션이 본격적으로 상업적 도구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장동건-고소영의 결혼 이후로 보는 분석이 많다. 당시만 해도 공항패션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을 때였음에도 결혼한 두 사람의 출국, 귀국 때 입은 옷과 액세서리 등은 대부분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또 다른 패션업계 관계자는 “두 사람을 향한 관심이 ‘공항패션=돈이 된다’는 개념을 만들어준 것 같다”며 “스타와 패션업계 입장에서 윈윈하는 구조라 할 수 있지만 과도한 광고는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