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팬미팅 한국에서 가져…팬들의 큰 호응 속에 함께 한 4시간 “너무 즐거웠다”
사쿠야 유아(현 예명 츠나마요)의 2012년 데뷔작으로, ‘휴지끈’ 좀 길다하는 남성들 사이에 전설로 내려오는 일본 AV(Adult Video) 품번이다. 사쿠야 유아가 출연한 작품은 모두 한글자막이 만들어질 정도로 특히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사쿠야 유아는 단 7편만 출연하고 1년 만에 AV 은퇴를 선언했다. 이에 상심한 남성 팬들은 ‘복귀’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그녀의 근황이 공개됐다. 츠나마요로 예명을 바꾸고 코스튬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는 모습이 찍힌 것. 팬들이 츠나마요의 향후 활동계획을 궁금해 하던 차에 국내에서 첫 팬미팅을 갖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일요신문>에서 전설의 배우를 직접 만나봤다.
품번 EDD-202의 주인공 사쿠야 유아(현 츠나마요). 사진=고성준 기자
지난 9일 츠나마요의 팬미팅이 예정돼 있는 서울 서교동의 한 공연장. 행사 공지에는 오후 12시 30분부터 선착순으로 입장 가능하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공연장 입구에는 줄이 없었다. ‘츠나마요를 좋아하는 팬은 많지만, 전직 AV배우를 보기 위해 직접 찾아올 정도의 철면피는 많지 않은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하 3층 공연장으로 내려가자 오후 12시 이미 사람들이 입장해 앉아있었다. 이미 무대 밑에 마련된 60여 석 의자는 관중으로 다 들어찼다. 이어 뒷좌석에도 20여 명이 앉아 있었다. 행사 주최 측은 “관중들이 오전 10시부터 와서 줄을 서있었다. 그래서 예정보다 일찍 입장을 시켰다”고 설명했다. 츠나마요의 인기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츠나마요를 보기 위해 팬미팅에 모인 한국 남성팬들. 사진=고성준 기자
객석을 둘러보니 다양한 사람들이 와있었다. 츠나마요를 보기 위해 부산, 거제 등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이들도 있었다. 또한 일본까지 건너가 이미 몇 차례 츠나마요를 본 팬들도 있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코스프레를 하고 온 이도 있었고, 승려 복장을 한 중년의 남성도 있었다. 반면 츠나마요의 팬미팅에 온 것을 비밀로 하고 싶었는지 얼굴이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쓴 사람들도 꽤 보였다.
츠나마요는 스님도 좋아하는 걸까. 이 스님은 자신을 일본인이라고 소개했다. 사진=민웅기 기자
그럼에도 80여 명의 관중들은 하나같이 남성이었다. 그런데 맨 앞줄에 유일한 여성팬이 한 명 앉아있어 눈길을 끌었다. (팬미팅 중간에 츠나마요는 그 여성팬을 무대로 올려 ‘여성팬이 있어 너무 감사하다’며 자신이 쓰는 립스틱을 선물로 줬다.)
1시로 예정된 팬미팅은 10여분 정도 지연됐다. 주최 측에서는 “츠나마요가 아침에 미용실에서 화장을 하던 중 눈 밑에 알레르기 반응이 생겼다. 이에 약을 먹는 등 긴급 처방을 해 진정시키느라 좀 늦어졌다”고 양해를 구했다.
인터뷰에 답변을 하고 있는 츠나마요. 사진=고성준 기자.
잠시 후 드디어 츠나마요가 무대에 등장했다. 오버숄더 연분홍 원피스 차림이었다. 객석에서 큰 환호와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츠나마요는 이번 팬미팅이 생애 처음이라고 했다. 이에 츠나마요는 “첫 팬미팅이라 굉장히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찾아줘서 기쁘다”고 밝혔다. 츠나마요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팬들은 뜨거운 환호로 화답했다. 어떤 이들은 츠나마요의 말을 통역이 한국말로 전달해주기도 전에 일본어를 알아듣고 미리 웃기도 했다.
팬들과 게임을 하고 있는 츠나마요. 사진=고성준 기자
팬미팅은 츠나마요의 토크에 이어 게임, 경품행사, 소장품 경매, 사진촬영 등 팬들과 함께 꾸며가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초반에는 진행자가 객석의 팬들 중에 게임에 참여할 지원자를 찾아도 팬들이 무대로 나가길 주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팬들은 서로 이벤트에 참여하려 손을 들고 무대 앞으로 나와 경쟁률이 치열했다.
츠나마요와의 이벤트 게임에 참여하기 위해 앞으로 나서 손을 들고 있는 팬들. 사진=고성준 기자
경매를 통해 츠나마요가 비행기에서 쓴 목베개를 손에 넣은 A 씨(34세)는 ““AV 시절부터 너무나도 팬이라, 팬미팅에 참가하기 위해 어제 부산에서 올라왔다”며 “경매품이 100만 원까지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해 처음부터 세게 10만 원을 불렀다. 그런데 아무도 가격을 제시하지 않아 한 번에 낙찰됐다. 얼떨떨하면서도 너무 기쁘다. 목베개에서 나는 냄새도 너무 좋다”고 밝혔다.
또한 2부에서는 현재 코스튬 플레이어로 활동하는 츠나마요가 직접 준비한 관능적인 코스튬을 입고 나와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2부에서 코스튬을 입고 등장한 츠나마요. 사진=고성준 기자
이어지는 팬들과의 사진촬영. 팬들이 줄을 서서 차례로 무대에 올라가 츠나마요와 단 둘이 사진을 찍는 시간이었다. 기자 역시 ‘팬심’으로 줄을 섰다. 줄이 점차 줄어들며 기자의 차례가 다가오자 긴장이 되며 심박수가 높아졌다.
그리고 드디어 기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고 츠나마요 옆에 섰다. 그동안 컴퓨터 모니터 너머로 보던 그녀를 바로 옆에서 실물로 봤을 때의 그 황홀함은 이루 표현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사진을 찍고, 인사와 함께 악수를 하고 무대를 내려왔는지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았다. 현실감이 없는 느낌이었다.
팬들과 사진촬영 시간을 갖고 있는 츠나마요. (왼쪽) 팬미팅에 온 유일한 여성팬에게 츠나마요는 자신이 쓰던 립스틱을 선물로 줬다. 사진=고성준 기자
츠나마요와 팬들이 함께 웃고 즐기다보니 예정된 팬미팅 4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츠나마요는 “너무 즐거웠다”며 “처음에는 4시간이 길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금방 지나간 것 같다. 팬 한분 한분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지 못해 아쉬웠다. 기회가 된다면 몇 번이고 다시 오고 싶다”고 첫 팬미팅 소감을 밝혔다.
츠나마요 입장에서도 생애 처음으로 한 팬미팅이어서 감회가 새롭고 재밌게 보냈던 것으로 보인다. 행사가 끝나고 츠나마요 측 관계자는 “츠나마요가 행사 내내 너무 자기 혼자만 즐거웠던 게 아닌지 걱정하다라”라고 귀띔했다.
츠나마요는 팬미팅 이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다시는 AV업계로 돌아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이제 사쿠야 유아가 아닌 츠나마요로서 열심히 활동할 예정이다. 츠나마요로서 사랑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뭇 남성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이제 사쿠야 유아로의 복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자 역시 팬의 한 사람으로서 아쉬움이 크지만 과거 작품들을 하드 디스크에서 꺼내 복기하며, 츠나마요로서의 행복과 성공을 응원해본다.
다음 팬미팅의 주인공으로 ‘AV계의 살아있는 전설’ 아키호 요시자와가 예고됐다. 사진=민웅기 기자
PS. 팬미팅이 끝나고 츠나마요가 무대 뒤로 퇴장했다. 이어서 주최 측 담당자가 마이크를 들고 무대로 나왔다. 담당자는 “오는 8월 5일 다음 팬미팅의 주인공을 소개하겠다”며 무대 뒤 벽면을 가리켰다. 그러자 츠나마요의 사진 현수막이 떨어지며 다른 배우의 사진이 등장했다. 다름 아닌 ‘AV계의 살아있는 전설’ 아키호 요시자와였다. 그녀의 사진이 공개되자 객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다음 팬미팅까지는 한 달 남짓, 그의 작품을 복습하며 만남을 기다리기엔 한 달은 짧을 수도, 길수도 있는 시간일 것 같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