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3차 사업자 선정도 들여다볼 듯…당시 승자들 화들짝
롯데와 한화에는 총수 일가의 명운을 가를 수도 있는 치명적일 수 있는 악재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감사원의 추가 감사와 검찰의 후속 수사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재계는 이번 면세점 사태를 기화로 새 정부의 재벌개혁 강도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면세점 비리 감사 ‘팩트’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2015년 7월 1차 선정 당시 매장 면적에 공용면적을 포함하고, 법규준수 점수를 더 얹는 방식으로 실제 점수보다 240점 높은 점수를 얻는다. 정부는 롯데에는 잘못된 기준을 적용해 190점을 깎아 탈락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해 11월 2차 사업자 선정에서 관세청은 두산에 실적과 매장 규모 순위적용 방식을 바꿔 적용해 사업권을 준다.
지난해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농단 청문회에 참석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12월 말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특허를 2016년에도 발급하고 면세점 제도개선을 위한 관련 법령 개정을 19대 국회 내에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신규특허 발급 계획 및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 2016년 1월 6일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보고했고, 최상목 경제금융비서관은 12일 뒤 관세청을 관할하는 기재부 1차관으로 부임했다. 관세청은 4월 29일 서울시내 면세점 4곳을 2016년 안에 추가로 허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고, 지난해 12월 17일 현대백화점면세점, 신세계DF, 호텔롯데, 탑시티면세점 등 4곳이 서울시내 면세점으로 추가 선정됐다.
#한화 ‘안절부절’
감사 결과에 가장 놀란 곳은 한화다. 1차 선정에서 면세점 공룡 롯데를 꺾은 데다 당시 주가조작 의혹까지 제기된 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이후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한화S&C에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한화S&C는 그룹 일감을 바탕으로 급성장한 회사다. 최근에는 삼성에서 인수한 한화토탈의 실적 개선으로 엄청난 수혜를 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한화는 면세점 사업 진출 외에도 상당한 성과를 냈다. 횡령·배임 혐의로 복역 중이던 김승연 회장이 파기환송심을 통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삼성그룹과 딜해 삼성테크윈,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했다. 특히 이 거래 직후 대한승마협회장 자리를 넘겼다.
김 회장의 부인인 서영민 씨는 서정화 전 중앙정보부 차장의 딸이다. 서 전 차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부인 대행을 하던 시절 충남도지사와 내부무 차관을 지냈다. 14~16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현재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이다.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 서 씨가 박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루머가 나돌기도 했다.
#롯데 ‘조마조마’
롯데는 이번 감사에서 일단 ‘피해자’임이 확인됐지만, 감사원이 2016년 3차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대한 추가 감사 계획을 밝히면서 긴장감에 싸여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5월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기업 592억 원 뇌물 관련 첫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박정훈 기자
정치권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과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사이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롯데가 이명박 정부 당시 성남 서울공항의 활주로까지 변경해 제2의 롯데월드 건설을 인허가 받자 친박들은 이에 ‘특혜’라는 주장을 펼쳤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7월에는 롯데쇼핑에 대한 국세청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그런 롯데가 두 번이나 면세점 사업권 획득에 실패한다. 그런데 어찌됐든 총수와 대통령의 독대 후에 사업권을 따냈다”고 정리했다.
롯데가 사업자 선정 직전 70억 원을 K스포츠재단에서 돌려받긴 했지만 이는 롯데 비자금 수사에서 K스포츠재단이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최순실 측의 ‘고육지책’일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돈 준 사람이 돌려달라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받은 사람이 탈날 것을 경계해 돌려주는 경우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간다. 이런 경우 비록 돈을 돌려주긴 했지만 일단 받았다면 민원을 해결해 주는 게 뒤탈이 없지 않겠느냐”고 풀이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다른 그룹과 달리 롯데는 면세점 사업권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 호텔롯데 상장은 신 회장의 그룹 지배력 확보를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다. 면세점은 호텔롯데의 핵심이다”라고 설명했다.
2016년 호텔롯데 매출 6조 4941억 원 가운데 84%인 5조 4550억 원이 면세점 부문에서 나왔다. 매출 총이익은 회사 전체 2조 3519억 원의 86.6%인 2조 362억 원에 달한다. 신 회장은 현재 면세점 로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자칫 실형을 받으면 그룹 경영권이 달린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을 잃을 수도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최근 제과와 쇼핑 부문의 중간지주회사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신 회장이 이들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만이라도 유지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재계 ‘좌불안석’
감사원은 2016년 제3차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대한 감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번 감사는 국회 요구로 이뤄졌는데, ‘2015년 면세점 사업자 추가 선정 및 2016년 면세점 사업자 추가 선정방침 결정 과정’만 대상으로 한정했다. 2016년 3차는 신규 특허 발급을 결정하는 4월까지만 감사 대상이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사업자 선정 과정은 ‘3차 면세점대전’으로 불릴 정도로 치열했다. 승자는 현대백화점·호텔롯데(월드타워점)·신세계(강남점)·탑시티, 4개 사업자였다. 결과에 따라서는 현대백화점과 신세계 등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경위가 드러날 수 있다.
익명의 재계 관계자는 “청와대와 정부가 조직적으로 특정 기업을 밀어주거나 차별해왔다는 사실이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난다면 새 정부의 재벌개혁 추진력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당장 이번 면세점 게이트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배구조 개선이나 투명경영 강화 등의 부담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미스터피자 정우현 전 회장이 구속됐고, 대한항공도 조양호 회장의 배임 의혹(회사 돈으로 자택 수리비 전용)으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현대모비스도 최근 전국 1600여 개 부품 대리점을 상대로 판매 목표량을 설정하고 물량을 떠넘긴 혐의를 인정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하도급 ‘갑질’에 대한 엄단 의지를 거듭 확인하고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