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상득 의원, 몸조심 모드

‘봉하대군 보면 영일대군 앞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는 검찰의 세종증권 매각비리 수사와 관련해 12월 2일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직 대통령의 형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수모를 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시각은 착잡하다. 자꾸만 시선이 ‘봉하대군’ 건평씨와 비교되는 ‘영일대군’ 이상득 의원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여의도는 이상득 의원이 장악했다”고 할 정도로 이 의원의 파워는 최고조에 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노건평 씨의 경우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비리와 관련해 자신의 형을 지칭한 말)임에도 세종증권 매각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그보다 훨씬 정치적 파워가 센 이상득 의원은 과연 어떻겠느냐”라는 걱정스런 반응도 나온다.

특히 친 이재오 진영 일각에서 “이상득 의원이 너무 독주를 하고 있다”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의 소장파들 사이에선 ‘형님 독주 체제가 당을 망하게 할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이런 당 분위기를 의식한 듯 최근 이상득 의원은 그동안의 활발한 행보와는 달리 극도로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한 노건평 씨 사건을 계기로 일방 독주 체제에 대한 반발 기류가 나오는 등 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이상득 의원이 권력 분점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정두언 의원이 국민소통위원장으로 공개 정치를 재개한 것을 그동안 갈등을 빚던 양측 사이가 이 의원의 ‘양보’로 화해 국면에 들어간 신호탄으로 보는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다.

성기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