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성파·반대파 논쟁 격화…계파 싸움으로 번지면 ‘반대파’가 득세할 듯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바른정당 복당파인 장제원 의원은 즉각 반발했다. 장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류 위원장 말씀처럼 탄핵은 잘못된 것이고 과한 정치보복이었기 때문에 탄핵 찬성에 가담했던 제가 반성해야 하는 것이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또 새로 선임된 혁신위원들 중 일부가 박 전 대통령 탄핵 반대에 앞장섰던 인물들이라는 점도 논란이 됐다. 황성욱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으로 활동했고, 여명 전 자유경제원 연구원은 탄핵반대 태극기집회에 적극 참여했던 인물이다.
여 전 연구원은 탄핵에 찬성한 한국당 의원들을 ‘주인을 문 개’라고 표현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류 위원장은 “서울시민의 반이 (탄핵반대 집회에) 나갔다”면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당내 탄핵 반대파 의원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7월 19일 열린 당 연석회의에서 친박으로 꼽히는 이우현 의원은 “몸이 아픈 박 전 대통령을 구인장까지 발부해 일주일에 4일씩이나 재판에 나가게 하는 건 인권 침해”라며 “당이 법률지원단이라도 만들어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자리에서 이완영 의원은 “보수가 이렇게 망가진 이유는 탄핵정국 때 ‘청문회 스타’ 의원들 때문 아니냐”며 탄핵을 주도한 바른정당 복당파 의원들을 대놓고 저격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날 복당파인 장제원 의원은 “류 혁신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당이 오히려 더 후퇴하는 것 아닌지 우려가 든다”고 지적했다가 친박계인 김태흠 의원으로부터 “야, 인마! 너 때문에 당이 어떻게 된 줄 아느냐”는 막말까지 들었다.
바른정당 복당파 의원들은 7월 19일과 20일 이틀에 걸쳐 회동하며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복당파 의원들은 한국당이 탄핵 불복 입장으로 선회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고 한다.
현재 한국당 내 복당파 의원들 외에도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의원이 적지 않은데 혁신위가 이들을 청산의 대상으로 삼으려 하면 계파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탄핵 반대파가 수적으로 우위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당 내 탄핵에 찬성했던 의원은 30~40명, 탄핵에 반대했던 의원들은 60~70명 정도로 추정된다. 게다가 탄핵에 찬성했던 한국당 의원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어 복당파 의원들의 당내 입지는 좁아들 가능성이 높다. 이미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복당파 의원들로서는 당을 떠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홍준표 대표는 내홍이 심해지자 “탄핵 찬반 논쟁은 당의 미래에 도움이 안 된다”면서 중재에 나섰다. 홍 대표는 “혁신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미래로의 전진”이라며 “지금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 친박-비박 논쟁, 탄핵 찬성파-반대파 논쟁이 당의 미래를 향한 전진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자문해 볼 때”라고 말했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홍 대표는 일단 탄핵 찬반에 대한 문제는 그냥 덮고 가자는 생각이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누가 옳았는지 여부를 벌써 판단하기는 이르다. 이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면 소모적인 논쟁으로 이어질 뿐”이라며 “앞으로는 홍 대표가 탄핵 찬반에 대한 이야기를 아예 꺼내지 못하도록 할 생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탄핵 반대파 의원들과 충돌했던 장제원 의원도 “이제는 다 끝난 이야기”라고 말했다. 향후 탄핵 반대파 의원들이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거나 탄핵 찬성파 의원들을 박해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예상해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복당파 의원들이 회동한 것에 대해서도 “그냥 의원들끼리 밥 먹으면서 이야기한 것이지 어떤 단체 행동을 논의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언론에서 확대해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