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로맨 흉내내던 남자들 ‘골병들 줄이야…’
▲ 말보로맨 | ||
101명 중 대망의 1위는 다름 아닌 ‘말보로맨’이 차지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좋은 의미에서의 1위는 아닌 듯하다.
저자의 부연 설명에 따르면 미국식 ‘마초 카우보이’였던 ‘말보로맨’은 언제부턴가 지난 200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악명 높은 ‘살인범’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되어 왔다. 이유는 몸에 해로운 흡연을 진정한 사나이의 증표라도 되는 양 미화하고 권장했기 때문이다.
이 광고의 성공으로 불행히도 전세계적으로 담배의 매출은 급증했으며, 이로 인해 사망한 사람 역시 증가했던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지난 1950년대 처음 등장했던 ‘말보로맨’으로 당시 말보로는 1년 만에 담배업계 1위로 등극했으며, 매출은 무려 3000% 이상 증가하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편 또 다른 담배 캐릭터인 카멜 담배의 낙타 캐릭터 ‘조 카멜’은 78위를 차지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가 2위. 절대 권력으로 표현되는 이 독재자는 도청장치나 텔레스크린을 통해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면서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소설 속 인물이다.
저자는 현존하는 정부의 모습에서 그리고 정책에도 ‘빅 브라더’의 이미지가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인물은 상당수의 공상소설과 공상과학 영화에 끊임 없이 모티브를 제공하고 있는가 하면 최근에는 인기 있는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의 모티브로도 사용되고 있다. 가령 출연자의 24시간을 카메라로 낱낱이 보여주는 <서바이버> <템테이션 아일랜드> <아메리칸 아이돌> 등이 그렇다.
3위는 ‘아서 왕’이 차지했다. 영국의 전설적인 영웅인 아서 왕은 아직까지도 유럽의 왕실은 물론 많은 나라에서 통치자의 이상적인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
4위를 차지한 ‘산타클로스’야말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 가공인물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한번쯤 어렸을 적에는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었던 적이 있으며, 또한 부모가 되어서도 산타클로스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에서 산타클로스가 매년 세계 경제의 4분기를 책임지고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매년 크리스마스로 인해 하반기 매출이 어김 없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또한 만일 산타클로스란 존재가 없었다면 아마도 세계 경제는 파산하고 말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7위로 꼽은 독일의 신화적 영웅인 ‘지그프리트’는 독일의 역사에, 결과적으로는 더 나아가 전세계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이 신화는 결국 게르만 민족의 보수적인 민족주의의 근원으로 훗날 나치즘의 발현과 더불어 독일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고 꼬집고 있다.
▲ 007시리즈의 제임스 본드와 본드걸들. | ||
하지만 1960년 판매 금지가 해제되면서 비로소 대중에게 인기를 얻기 시작했으며, 저자는 여성들의 성을 노골적으로 다룬 미국의 인기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초석을 깔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영향력을 높이 평가했다.
20위에 오른 ‘프린스 차밍’은 일명 ‘백마 탄 왕자’로 해석될 수 있다. 신데렐라와 결혼하는 이 왕자는 비유적으로 모든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이상형이자 신랑감이다.
이 존재가 오늘날까지 현대 여성들에게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
이에 비해 신데렐라는 26위에 올랐는데 역시 좋은 이미지는 아니다. 계모를 폄하하고, 계모란 존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들로 하여금 자기 자신이 아니라 마술에 의존하도록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이에 반해 긍정적인 이미지의 여성 인물도 있다. 28위의 ‘로지 더 리베터(리벳공 로지)’로 알려진 가상 인물이 바로 그 주인공. 그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에 참가한 남성들 대신 일터에 나가 씩씩하게 일하던 여성 노동자들을 상징하며, 빨간 물방울 무늬의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팔을 걷어붙인 채 일하는 젊고 강인한 이미지의 여성으로 대변된다. 여성들의 ‘우리는 할 수 있다(We can do it)’는 메시지는 오늘날 여성 해방 운동을 촉진했으며, 지속적으로 미국의 여성들에게 힘을 주고 있다.
반면 43위에 오른 ‘바비’는 문제가 많다. 도저히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몸매를 가진 이 인형은 어린 소녀들로 하여금 헛된 환상을 갖게 만들었다. 또한 남자들에게도 마찬가지 환상을 갖게 만든 것은 물론이다.
007 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는 51위를 차지했다. 다분히 음모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섹시하고, 영국식 예절과 신사다움을 현대의 최첨단 기술과 절묘하게 조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55위를 차지한 안데르센의 동화 주인공인 ‘미운 오리 새끼’의 영향 역시 실로 막대하다. 사람들로 하여금 아름다운 외모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믿게 만들면서 인류의 99%를 모욕했다는 것이다.
56위에 오른 ‘네스호의 괴물’은 스코틀랜드의 명물로 유명해지면서 이 지역의 돈줄을 담당하고 있는 효자다. 아직까지도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채 미스터리로 남아 있으며,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57위의 ‘애티커스 핀치’는 하퍼 리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의 주인공으로 당시 흑백 차별에 당당히 맞서던 용감하고 정의로운 백인 변호사다. 그후 많은 미국 남성들의 롤 모델이 됐으며, 고결함과 성실함, 진실과 정의를 쫓는 의리의 사나이로 각인되어 있다.
▲ 가장 영향력 있는 가공인물 순위에 오른 여성 캐릭터들. 왼쪽부터 ‘채털리 부인’, ‘리벳공 로지’, ‘신데렐라’. | ||
또한 배트맨(60위), 슈퍼맨(64위), 피터팬(70위), 킹콩(74위), 신밧드(82위), <스타워즈>의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85위), 베티 붑(96위) 등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캐릭터들도 순위 안에 들어있다.
한편 유일하게 동양권의 캐릭터로는 38위에 오른 ‘고질라’가 있다.
전체 순위
1. 말보로맨 2. 빅 브라더(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등장하는 절대권력자) 3. 아서 왕 4. 산타클로스 5. 햄릿 6. 프랑켄슈타인 7. 지그프리트 8. 셜록 홈즈 9. 로미오와 줄리엣 10. 지킬 박사와 하이드 11. 엉클 톰 12. 로빈 훗 13. 짐 크로우(흑인에 대한 경멸적 호칭) 14. 오이디푸스 15. 채털리 부인 16. 스크루지 영감 17. 돈키호테 18. 미키 마우스 19. 미국식 카우보이 20. 프린스 차밍(백마 탄 왕자) 21. 스모키 베어(미국 산림감시원 마스코트) 22. 로빈슨 크루소 23. 아폴로와 디오니수스 24. 오디세이 25. 노라 헬머(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 주인공) 26. 신데렐라 27. 샤일록(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고리대금업자) 28. 로지 더 리베터 29. 미다스(손에 닿는 것마다 모두 황금으로 변하는 그리스 신화 속의 왕) 30. 헤스터 프린(호손의 장편 소설 <주홍글씨>의 여주인공) 31. 리틀 엔진 댓 쿠드(‘I can do it’이라는 말을 반복하는 동화 속 기차) 32. 아치 벙커(시트콤 <올 인 더 패밀리>의 주인공으로 소수인종을 경멸하는 완고한 중간계급의 백인 남성을 지칭) 33. 드라큘라 34.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35. 시민 케인(오손 웰즈의 1941년 영화 <시민 케인>의 주인공) 36. 파우스트 37. 피가로 38. 고질라 39. 메리 리처즈(코미디 쇼인 <메리 타일러 무어 쇼>의 여주인공으로 결혼에 관심이 없고 자기 일만 고집하는 젊은 여성) 40. 돈 후앙 41. 밤비 42. 윌리엄 텔 43. 바비 44. 버피 더 뱀파이어 45. 비너스와 큐피드 46. 프로메테우스 47. 판도라 48. G.I. 조(미군 남자 병사) 49. 타잔 50. 커크 선장과 스포크(<스타트렉> 주인공들) 51. 제임스 본드 52. 헨젤과 그레텔 53. 에이햅 선장(소설 <모비딕>의 주인공) 54. 리처드 브레인(영화 <카사블랑카> 주인공) 55. 미운 오리 새끼 56. 네스호의 괴물 57. 애티커스 핀치(소설 <앵무새 죽이기>의 주인공) 58. 성 밸런타인 59. 트로이의 헬렌(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절세 미인) 60. 배트맨 61. 엉클 샘 62. 낸시 드류(<소녀 탐정 낸시 드류>의 주인공) 63. J.R. 어윙(미 TV 드라마 <달라스>의 주인공) 64. 슈퍼맨 65.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 66. 핼 9000(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 속 인공 지능) 67. 커미트(인기 아동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에 나오는 개구리 캐릭터> 68. 샘 스페이드(영화 <말타의 매> 주인공) 69. 피리 부는 사나이(그림 형제의 동화) 70. 피터팬 71. 하이어와서(롱펠로의 시에 등장하는 전설적인 아메리칸 인디언의 영웅) 72. 오델로 73. 리틀 트램프(찰리 채플린이 맡은 콧수염 캐릭터) 74. 킹콩 75. 노먼 베이츠(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사이코> 주인공) 76. 헤라클레스 77. 딕 트레이시 78. 조 카멜 79. 캣 인 더 햇(동화 <더 캣 인 더 햇>의 주인공 고양이) 80. 이카루스 81. 매미(mammy)(백인 가정에서 일하는 흑인 유모를 상징) 82. 신밧드 83. 아모스 앤 앤디(192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최초의 흑인 코미디 주인공들) 84. 버크 로저스(TV 시리즈 <별들의 전쟁>의 주인공) 85. 루크 스카이워커 86. 페리 마종(1950~60년대 인기를 모았던 사법 시리즈 <페리 마종>의 주인공) 87.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주인공) 88. 피그말리온 89. 나비부인(오페라 <나비 부인> 주인공) 90. 한스 베케르트(악명 높은 어린이 살해범) 91. 도로시(<오즈의 마법사>의 주인공) 92. 방랑하는 유대인(예수를 모욕한 죄로 최후의 심판이 있는 날까지 방랑을 계속해야 할 운명을 짊어진 전설상의 유대인) 93. 위대한 개츠비 94. 벅(잭 런던의 소설 <야생의 외침>의 주인공 개) 95. 윌리 로먼(<세일즈맨의 죽음> 주인공) 96. 베티 붑 97. 아이반호(월터 스콧의 소설 <아이반호>의 주인공) 98. 엘머 갠트리(소설 <엘머 갠트리>의 주인공으로 사이비 종교인을 상징) 99. 릴리스(유대교에 등장하는 이브 이전의 아담의 첫 아내로 악마와 성교를 맺고 악마의 자식을 낳음) 100. 존 도(‘홍길동’처럼 일반적인 이름을 지칭할 때 쓰는 가상의 인물) 101. 폴 버니언(미국의 전설적인 거인 나무꾼. 도끼 하나로 오대호와 미시시피 강을 팠다는 영웅으로 미국의 개척정신을 상징) |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