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광 그녀는 엄마의 작품”
▲ 철없는 부잣집 딸이자 문란한 사생활로 소문난 패리스 힐튼. | ||
최근 미국에서 출간되어 화제가 되고 있는 책 <힐튼가(家)-콘래드에서 패리스까지: 부와 권력과 특권의 드라마>의 저자가 내린 결론이다.
1년 넘게 힐튼 가문을 연구한 제리 오펜하이머는 이 책에서 “어딜 가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파티광이자 힐튼 상속녀인 패리스의 화려한 이면에는 사실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그녀는 어머니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만든 ‘희생양’일 뿐”이라는 이색 주장을 했다. ‘호텔 상속녀’라는 그럴싸한 타이틀만 갖고 있을 뿐 실제 그녀가 소유하고 있는 호텔의 상속 지분은 거의 없으며, 현재 그녀의 문란한 사생활과 방탕한 생활 패턴은 어릴 적 어머니 자신이 꿈꾸던 바로 그`모습이라는 것이다.
지금껏 ‘할리우드의 유명인사’ ‘철없는 부잣집 딸’ 혹은 ‘힐튼호텔 상속녀’라고만 알려져 있던 패리스 힐튼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이 책은 단숨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은 힐튼호텔의 창업주인 콘래드 힐튼에서부터 증손녀인 패리스 힐튼(25)에 이르기까지 힐튼 가문의 인생을 추적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초점은 패리스에게 모아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은 왜 패리스가 현재 이런 삶을 살고 있는지 그 이유와 내막을 밝혀내고자 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저자는 패리스를 ‘가여운 희생양’으로 결론 지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머니인 캐시 힐튼(47)과 외조모인 캐시 리처즈의 ‘합작품’인 동시에 ‘가문 홍보용’으로 만들어진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즉 ‘스타 지망생’과 ‘부잣집 딸’이 합쳐진 형태의 인물이라는 것.
어려서부터 패리스는 어머니와 할머니로부터 “반드시 유명해져라”는 말을 귀가 따갑게 들으면서 자랐다. ‘힐튼’이라는 이름을 십분 활용해서 스타가 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거리낌 없이 노출도 일삼으라고 배웠다. 때문에 어려서부터 화장하는 법을 배웠고, 나이트클럽에 드나드는 것도 허용되었다.
특히 ‘빅 캐시’라고 불렸던 그녀의 외할머니는 패리스에게는 각별한 존재였다. 그녀는 패리스에게 “넌 내 마릴린 먼로야” 혹은 “넌 내 그레이스 켈리야” 혹은 “넌 이 다음에 커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이 될 거야”라는 말을 끊임없이 해주었다.
이에 저자는 패리스는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왔다기보다는 어머니와 할머니가 원하는 삶을 살았으며, 그들이 만들어낸 환상 속에서 살아가는 것 말고는 아무런 선택도, 판단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까닭인지 지난 2003년 패리스가 인터넷에 유포된 섹스 비디오로 유명세를 타게 됐을 때만 해도 패리스의 어머니는 전혀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 이에 오펜하이머는 그녀가 섹스 비디오를 오히려 딸을 홍보하는 데 적절히 활용했거나 심지어 기뻐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딸의 유명세 덕분인지 캐시는 얼마 후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인 <워너비 힐튼>의 진행을 맡게 되었으며, 딸과 함게 덩달아 언론의 조명을 받으면서 스타 대접을 받게 됐다.
또한 패리스가 어떻게 해서 이런 삶을 살게 되었는지를 알기 위해 이 책에서는 각각 ‘빅 캐시’와 ‘리틀 캐시’로 불렸던 두 모녀의 삶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패리스의 어머니 ‘리틀 캐시’는 젊은 시절 한마디로 ‘된장녀’였다. 그녀의 꿈은 오직 한 가지, 부잣집 아들과 결혼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이런 꿈은 어머니, 즉 ‘빅 캐시’의 뜻이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딸을 부잣집에 시집 보내기 위해서 철저하게 교육시켜온 그녀는 가령 딸이 외출하기 전에는 꼭 옷차림을 점검하곤 했다. 가령 그녀는 “얘야, 그런 치마를 입고 나가면 부잣집 남자를 못 사귄다. 이 치마로 갈아 입고 나가라”며 충고하곤 했던 것.
이탈리아계 미국인이었던 페인트공과 결혼해서 변변치 않은 생활을 했던 그녀의 어머니는 늘 아버지에 대해서는 부끄럽게 생각하며 입을 열지 않았다. 이런 까닭에 지금까지도 패리스의 외조부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또한 저자는 이들 모녀의 개방적인 성의식이 패리스에게도 그대로 되물림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빅 캐시’는 그녀의 딸 캐시에게 완벽한 성교육을 시켜 주려고 노력했다. 하루는 한 젊은이에게 딸의 성교육을 시켜 달라며 함께 자동차 안에 밀어 넣기도 했다. “딸에게 성에 관해서 모든 것을 낱낱이 가르쳐주고 싶다. 섹스는 어떻게 하는지, 또 어떻게 하면 섹스를 잘할 수 있는지를 말이다”라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었다.
▲ 패리스(오른쪽)와 어머니 캐시 힐튼. | ||
한편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뜻에 따라 스타가 되고자 했던 캐시는 여러 편의 TV 광고에 출연했다. 하지만 10대 중반이 다 되도록 연예계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16세 무렵 잠시 ‘잭슨 5’의 멤버 한 명과 사귀긴 했지만 그 관계도 오래 가지 못했다.
고교 졸업 후 마땅한 직업이 없던 캐시는 한때 <플레이보이>로부터 모델 제의를 받기도 했다. 귀가 솔깃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이유는 “혹시 나중에 갑부와 결혼했을 때 흠이 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녀의 이런 준비는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오랜 바람대로 캐시는 마침내 19세의 이른 나이에 지금의 남편인 릭 힐튼을 만나 사랑에 빠졌으며, 마침내 상류사회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결혼은 네 번이나 한 ‘빅 캐시’는 당시 마피아의 거물과 결혼한 상태였지만 즉시 딸의 앞날을 위해서 서둘러 이혼하는 결단력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사돈인 배런 힐튼은 생전에 이들 모녀를 상당히 못마땅하게 여겨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빅 캐시’는 힐튼의 사유지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힐튼 가문은 두 ‘캐시 모녀’의 뜻대로 돌아가고 있는 듯하다. 2대에 걸쳐 이루지 못한 꿈을 결국 3대에 와서 이루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따지자면 희생양은 정말 패리스인 셈이다. 그녀의 돌출행동이 어머니와 할머니의 비정상적인 양육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말이다.
이제 남은 것은 출간 전부터 법적인 소송을 경고했던 캐시와 책을 출간한 출판사와의 분쟁이다. 이들의 다툼이 과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