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새집’ 돌격대 올까 살림 합칠까
▲ 이재오 전 최고위원(왼쪽), 박근혜 전 대표 | ||
한나라당 내에서는 여권 진용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서 ‘그렇다’는 쪽으로 의견이 수렴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개편론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개진해 왔던 박희태 대표마저 ‘돌격 내각론’을 제기하며 동조하고 나선 상황이다. 박 대표는 지난 15일 MB와의 청와대 정례회동 직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난 극복을 위해 ‘돌파 내각’, ‘돌격 내각’을 이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청 간 창구 역할을 맡고 있는 안경률 사무총장도 여권 개편을 기정사실화했다. 안 총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새로운 각오로 출발할 것이며 이에 개각, 인적쇄신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정치적 사안들이 (MB정부 출범) 1주년에 맞춰 가고 있고, 국민적인 기대가 그런 것으로 나타난다고 본다”며 “대통령도 이러한 기대를 잘 알고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MB도 취임 1주년인 내년 2월 말께 개각을 ‘핵’으로 한 여권 진용개편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비주류인 박근혜계도 개편론에 힘을 싣고 나섰다. 허태열 최고위원은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린 팀으로 이 경제 난국을 극복하는 데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것 같다. 또 경제 난국 극복이 어려워지면 인사 문제를 가지고 국민들이 이야기를 할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개각을 하는 것이 옳은 정책 대응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각과 청와대의 ‘동시개편’ 주장도 폈다.
실제 여권 내에선 물밑에서 개편 대상자의 이름이 하나둘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주호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으로 기용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가 하면 MB의 핵심 참모그룹인 신재민 문화관광체육부 2차관과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 박형준 홍보기획관의 ‘맞트레이드설’도 흘러나온다. 신 차관이 청와대 대변인으로, 이 대변인이 홍보기획관으로, 박 기획관이 문화부 2차관으로 이동할 것이란 얘기다.
신 차관의 경우 ‘국정 컨트롤타워 부재’란 비판을 감안해 부활이 검토되고 있는 국정상황실을 책임질 수 있다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또 MB의 핵심브레인인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과 ‘왕 비서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기획조정비서관의 복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진용 개편에 대한 콘센서스가 이뤄지고 부분적으로 물밑 움직임이 있는 것과 달리 개편 방향을 놓고선 아직 논란이 정리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문제가 여권의 양대 산맥인 MB계와 박근혜계 간에 갈등의 골만 깊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가장 큰 쟁점은 2년차 MB정권의 주축을 ‘친정체제’로 꾸릴 것이냐, 아니면 ‘탕평·포용 체제’로 가져갈 것이냐다. 사람의 문제를 놓고 보자면 ‘이재오냐, 박근혜냐’의 선택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친정체제론’은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축으로 MB 측근들을 당·정·청 요직에 ‘라인 업’해야 한다는 것이 뼈대다. ‘비상 내각론’ ‘돌파 내각론’ 등으로도 표현되는 이러한 주장은 주로 이재오계와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는 MB를 당선시키는 데 헌신한 사람들이 재집결해 정권의 성공을 위해 뛰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공성진 최고위원 같은 이는 “청와대 비서실은 대통령의 분신 역할을 해야 한다.MB와 호흡을 잘 맞출 사람들로 구성돼야 한다”고 말한다. 다분히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염두에 두고 한 얘기라는 해석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내년 초 미국에서 귀국하는 것을 전제로 다음 개각이나 청와대 개편에서 특임장관 또는 신설 예정인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친정체제론자들은 다만 내각 구성에선 ‘부분적인’ 탕평인사의 필요성도 제기한다. “다음 개각에서 박근혜계에 장관 몇 자리를 할애해야 한다”거나 “이전 정부 사람이든 다른 계파 사람이든 평판이나 능력을 보고 모셔야 한다”는 식의 얘기다. 입각 후보로 김무성 서병수 허태열 최경환 의원 등 박근혜계 의원들의 이름을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 격인 박근혜계에선 “‘박근혜 총리론’을 가지고 장난을 치더니 이번엔 ‘친박(친 박근혜 전 대표) 장관론’이냐”는 부정적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오히려 ‘친박 장관론’을 제기하는 배경이 ‘이재오 조기복귀’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박근혜계 ‘좌장’ 격인 김무성 의원이 이 전 최고위원의 조기 귀국에 직접 ‘강력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김 의원은 최근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최고위원의 조기 귀국설에 대해 “우리(박근혜계)에 대한 전쟁선포”라고 못 박아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지금은 우리가 완전히 무장을 해제하고 있는데, (이 전 최고위원이) 들어온다면 ‘또 전쟁이 시작되는구나’ 하고 신발끈 동여매고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2차 작업(박근혜계 죽이기)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 전 최고위원이 들어오면 가만있겠느냐. 입각설도 있고, 국정원장설도 있고 뭔가 움직일 것”이라며 ‘조기 귀국=중용’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런 만큼 처음부터 이 전 최고위원의 조기 귀국을 막아야 한다는 박근혜계의 시각을 가감 없이 드러낸 것이다.
‘키’를 쥐고 있는 MB의 의중이 어떤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탕평·포용에 대한 필요성도, 친정체제를 구축하고 싶은 욕망도 혼재돼 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란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어중간한 타협을 배척하고 잘 모르는 사람을 중용하지 않는 MB의 인사스타일을 감안할 때 ‘절충형’ 개편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다만 ‘이재오냐, 박근혜냐’라는 양자택일의 문제를 놓고 볼 때 이 대통령이 심정적으로 전자를 선택할 수는 있어도 현실적으론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우세하다.MB계 내 역학구도와 박근혜계의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거부감 등을 감안할 때 집권 2년차를 맞아 모든 역량을 국정 운용에 쏟아야 할 MB 입장에서 당내 갈등을 조장하지는 않을 것이란 근거에서다.
이준원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