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F서 미국과 정면 충돌 예상···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여파, 정부 물밑 접촉 예상
리용호 북한 외무상=연합뉴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6일 새벽(현지시간) 마닐라 시내의 숙소에 도착하면서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걸음을 옮기고 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7일 개막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하기 위해 6일 새벽 필리핀을 찾았다.
리 외무상은 베이징(北京) 경유해 한국시간 이날 오전 1시 30분께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 공항에 도착했고, 곧바로 숙소인 마닐라 시내의 한 호텔로 이동했다.
리 외무상은 ARF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 대북 제재, 추가 핵실험 실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남북 외교장관 간의 접촉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안보리 결의의 철저한 이행을 강조하는 한편 대화와 제재의 병행을 통해 포괄적 한반도 평화 구축 방안을 모색하는 문재인 대통령 ‘베를린 구상’의 동력이 꺼지지 않도록 하는데도 역점을 둘 전망이다.
5일 마닐라에 도착한 강경화 장관은 ARF 기간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의 대화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뜻을 밝혔다.
강 장관은 “자연스럽게 계기가 되면, (리 외무상에게) 대화를 해야 한다는 점과 도발을 중단해야 한다는 점,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특별히 최근에 제안한 두 가지 제의(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을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대표단 관계자는 리 외무상이 강 장관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5일 유엔 안보리는 회의를 열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며, 북한의 석탄, 철광석 등 주요 광물과 수산물 수출 금지, 신규 해외 노동자 수출 차단 등을 골자로 하는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장관
리 외무상은 이에 대한 ARF를 무대로 안보리 결의가 부당하다고 역설하며 자신들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정당화하는 주장을 거듭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제재에는 추가 핵실험 또는 미사일 발사 등으로 맞서겠다는 위협을 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예정된 중국과의 양자회담 등을 통해 안보리 결의 협상과 반론에 매진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 ARF에는 남북한·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북핵 6자회담 당사국이 모두 참가하는 만큼 미국이 주도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대한 이행 촉구와 협의의 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ARF에 참석해 한미일 장관회담, 한미 양국 회담 등을 통해 ARF 회원국(미국 제외하고 26개국)들을 상대로 안보리 결의의 철저한 이행을 강하게 요구할 전망이다. 리 외무상 또한 한국보다는 미국을 의식하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어 미국과 북한간의 충돌도 예상된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으로선 이번 ARF가 ‘코리아 패싱’논란으로 비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어떠한 형태로든 남북 외교장관간의 ‘조우’ 기회를 위해 수차례 접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