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병원 내 관행, 의료인력 부족과 수직적 조직문화에서 기인”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9일 보건복지부와 천안 동남경찰서 등에 따르면 순천향대 천안병원에서 간호사의 대리처방이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조사에 착수했다.
해당 병원의 간호사들은 의사 부재 시 병원 내부망에서 의사의 계정을 이용해 처방전을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리처방은 무면허 의료행위로 의료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 자격정지 3개월로 처벌된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순천향대 천안병원 박상흠 부원장은 9일 천안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의사의 주문을 받은 간호사가 처방전을 대리 입력할 가능성은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허가되지 않은 것”이라며 일부 인정했다.
박 부원장은 “긴급한 환자이거나 의사의 진료가 불가한 상황에서 PRN 처방이나 구두 처방은 가능하다. 그러나 임의 처방은 불가하다”고 일축했다.
PRN 처방은 예측되는 처방을 의사가 코드로 병원 내부망에 입력해 놓는 일종의 자동 주문체계다. 구두처방은 간호사가 의사에 구두로 처방받아 처방을 시행하고 24간 내에 의사가 직접 처방한 후 처방전을 폐기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면서 “시스템적 문제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대다수 병원에서 점점 전문의 인력을 줄이는 상황에서 환자는 많아지는 상황이다. 환자 치료를 우선하다 보니 처방전 대리입력이 이뤄지는 것이다. 인력이 충분하다면 (의사가 직접)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하다”며 의료산업 구조에 책임을 돌렸다.
간호사의 처방전 대리입력이 관행이냐는 질문에는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을 아끼며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이번 대리처방 논란에 대해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미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는 일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는 의료인력 부족과 병원 내 권위적인 조직문화 관계에 기인한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한미정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은 “구두 처방은 병원 산업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의료산업 내부의 복합적 문제인데 의사는 줄이고 간호사는 늘리면서 발생한 문제이다. 또한 권위주의적 성향이 강한 조직문화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며 “구두 처방이 안 된다는 것은 명확하게 하되 병원이 가진 특수성과 불가피한 상황은 인정한다. 그러나 습관적으로 이뤄지면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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