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한나라당은 ‘나이-성(性)-경력파괴’가 두드러진 노무현 정부 첫 내각 구성이 “사회전반에 대한 뒤흔들기를 통해 자신들만의 권력기반 구축을 위한 정략적 인사”(김영일 사무총장)라 규정짓고 특히 17대 총선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이는 영남지역 인사들이 중용된 데 대해 긴장하고 있다. 여권도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노무현 정부 5년 임기에서 17대 총선이 갖는 의미를 감안해 내각 인선과 총선구도와의 함수관계를 굳이 부인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 핵심 관계자는 “DJ는 재임기간 중 선거 주무부처이자 중앙정부와 지자체를 연결짓는 주요 통로인 행자부 장관에 김정길-김기재-이근식씨 등 부산·경남(PK)인사들을 임명해 영남권 공략을 시도해 왔다”며 “민선 기초자치단체장 출신에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 전 군수에게 행자부를 맡긴 것은 노무현 정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영남권,특히 PK권 기반 확보를 위해 파상공세를 펼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노 대통령이 장관의 임기를 적어도 2년 이상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총선 출마를 위해 자의로 사퇴한다고 하면 이를 말릴 수는 없는 게 아니냐”며 “두고 보면 알겠지만 김두관 장관은 내년 총선에 반드시 출마할 것이며 장관 재임 중 여권의 영남권 기반 확보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권 내서도 ‘김두관 카드’에 대한 야당의 이같은 분석을 일정 부분 인정하는 분위기. 실제 각료 인선 종반까지 여권 핵심부는 김 장관을 총선 출마를 전제로 업무성격상 PK권과 연관성이 높은 해양수산부 장관에 임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으며 행자부 장관에는 원혜영 부천시장을 사실상 내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막판에 민선 자치단체장인 원 시장이 입각을 위해 중도사퇴할 경우 논란이 일 가능성이 높으며 입각을 한다 해도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면 다시 장관직을 사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대두되면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핵심적으로 활동했던 한 인사는 “처음 ‘김두관 해양부 장관’ 카드가 나왔을 때 내년 총선에서 쓸 PK지역 인재 풀을 감안해 곤란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제시했었다”며 “그러나 막상 김 장관이 행자부 장관에 임명되는 것을 보고 내년 PK총선에 임하는 노 대통령의 결의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행자부 장관 외에 허성관 해양-진대제 정보통신-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 등 나머지 PK출신 입각 각료들의 향후 진로도 내년 총선과 관련해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특히 부산 동아대 교수로 재정·회계 전문가인 허 장관에게 ‘전문성 부족’이란 비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양부를 맡긴 것은 일찍부터 지역 시민단체 활동에 적극 참여했던 그의 경력을 감안해 내년 총선에 부산지역에 출마시키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경남 밀양 출신에 경남고를 졸업한 박 장관의 경우도 노 대통령이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함께 가장 신뢰하는 관료 중 하나라는 점과 국회 예결위 수석전문위원, 예산처 예산실장을 지내 정치적 감각도 상당하다는 평 때문에 총선 출마설이 대두되고 있다.
이와 함께 경남 의령 출신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최고경영자(CEO)에서 각료로 변신한 진 장관도 역시 삼성 출신(삼성 SDS 사장)으로 있다가 정통부 장관을 지낸 후 16대 총선에서 경기 용인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남궁석 의원의 행로를 이어 고향 아니면 수도권에 출마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대구·경북(TK) 지역에서는 대구 출신인 권기홍 노동부 장관과 경북 영주 출신으로 한때 2002년 6·13 지방선거 출마설이 나돌았던 이영탁 국무조정실장이 총선과 관련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권 장관의 경우 노 대통령의 TK지역 싱크탱크인 대구사회연구소장을 지낸 데다 지난해 대선에서 민주당 대구시 선거대책본부장을 역임한 경력을 갖고 있어 출마가 유력시된다는 평가. 또 이 실장도 행시 7회 출신으로 재정경제원 예산실장과 교육부 차관,총리 행정조정실장을 지낸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여권의 불모지인 TK지역에서 노 대통령 핵심측근인 이강철 전 당선자 정무특보 및 권 장관과 함께 ‘이변’을 기대할 수 있는 재목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권 핵심부는 내각에 영남권 출신들을 전략적으로 배치한 데 이어 차관급 인사에서도 이들 지역 출신 인사들을 상당수 발탁해 ‘총선 인재 풀’을 확대한다는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 출신으로 이번 인사에서 경제 부처 차관으로 승진한 K, C씨 등이 이미 총선과 관련돼 구체적으로 거명되고 있는 상태다.
여권 한 관계자는 “과거처럼 여권이 ‘돈 선거’를 치를 수도 없고 특히 영남권은 조직기반도 취약해 가용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인물론’뿐인 상황”이라며 “노 대통령이 총선에서 야당이 제1당이 될 경우 내각을 맡기겠다고 해 선거결과에 따라 큰 폭의 개각이 불가피할 수도 있는 만큼 출마 가능성이 있는 장·차관들도 마냥 고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내각 인선에서 민주당 출신으로 유이(維二)하게 포함된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의 기용 배경은 노 대통령 핵심측근인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의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한 ‘교통정리’ 및 수도권 선거전략 차원에서 해석되고 있다. 충남 논산 출신인 김 장관의 발탁이 같은 지역 출신인 안 부소장의 총선 출마를 대비한 성격이 짙다는 것. 안 부소장은 평소 노 대통령의 라이벌로 현재 논산·금산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인제 자민련 총재권한대행과 맞붙어보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주변에서는 또 당초 유력한 여성 의원 입각 후보였던 전국구 이미경 의원 대신 김 장관이 낙점을 받은 데 대해 이 의원이 현재 서울 은평지구당 위원장인데 지금 교체할 경우 해당 지역 선거가 어려워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여권 핵심부의 이 같은 총선 구상에 대해 한나라당은 3월 임시국회에서 해당 장관들의 총선 출마 여부를 핵심 의제로 삼아 집중 추궁한다는 방침이어서 격론이 예상된다.
김영일 사무총장은 “노 대통령이 최소한 2년 이상 장관 임기 보장을 약속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1년 후 청와대와 내각에서 누가 총선에 얼마나 출마하는지를 통해 노 정권 5년에 대한 평가를 미리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벌써부터 운을 띄우고 있다. 이규택 원내총무도 “3월 국회 중에 국회 상임위별로 전체회의를 소집,소관부처 장관들의 전문성과 직무수행능력,도덕성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 성격의 검증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혀 해당 장관의 출마설에 초반부터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박영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