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후 중국과 접촉…일촉즉발 상황에도 중·러는 뒷짐만
지난 9일과 10일 북한이 전략군 명의로 미국령 괌을 향한 포위사격 계획을 밝히면서 한반도는 물론 태평양 전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근본적인 발단은 지난해 11월 23일 체결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었다. 양국 안팎에서 ‘양측의 기밀정보 유출 가능성’과 ‘북-중-러 도발 가능성 확대’ 및 ‘반대 여론 확산’ 등 문제점이 제기됐지만, 결국 우여곡절 끝에 한일 간 협정이 합의에 이르렀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특히 양국의 대북정보 교류가 핵심이었다. 한국은 정찰기 및 접경지역 휴민트로 수집된 2급 이하 군사정보를 일본에 제공하고, 일본은 초계기, 위성, 이지스함에서 수집된 극비정보를 한국에 제공하는 것이 요지다. 특히 한국으로서는 사각지대로 여겨지는 강원도 원산 등 북측 동해지역 미사일 관련 부대의 정보를 일본의 협조로 얻을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북한 정권이 쉽게 지나칠 리 없다. 한일 군사정보보협정은 곧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까지 자극할 수밖에 없다. 북한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직후 북한 역시 내부에서 이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했다는 전언이다.
김정은과 당 최고 지도부는 이에 대해 적지 않은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 논의 결과를 두고 북한은 지난 1월 하순 외무성 부상급(차관급) 인사를 필두로 한 실무대표단을 중국에 보냈다. 이는 비공식 방중이었으며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인 2월 16일(광명절)을 앞둔 시점이었다.
북한은 무엇보다 중국 측에 지난해 12월부터 (중국이) 수입을 금지한 북한산 석탄 등 여러 제재를 풀고 광명절을 즈음하여 양국의 관계를 회복하자고 제안할 참이었다. 물론 중국 대표단의 광명절 초청도 병행됐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문제였다. 북한 대표단은 이 자리서 중국 측에 북중 간 ‘군사정보교류협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적극 제안했다.
이는 가장 먼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한 전방위적 대응책의 성격이 강했다. 한일 간 협정 체결로 한미일은 대북 군사적 협조체제를 강도 높게 구축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으로서는 한반도는 물론 태평양과 그 너머 미국의 군사위성 정보를 취합하고 있는 중국 측의 협조도 탐났다. 핵 및 발사체 기술을 진일보시킨 북한이지만, 정작 상대측의 위성 정보를 취합할 수 있는 기술과 여건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필자가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북한은 이에 앞서 이미 러시아 측과 군사정보교류협정에 상당 부분 접근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룡해 당 중앙위 부위원장(당시 중앙당 비서, 2014년 11월)과 리수용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당시 외무상, 2015년 3월)이 러시아를 방문한 시기를 전후해 북한-러시아 양국은 ‘군사정보교류’에 일정 부분 합의했고, 이 합의 사안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 요지다.
필자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합의에 따라 지난 7월 두 차례의 ICBM 추정 발사체 실험을 포함해 지금까지 진행된 태평양 공해 상 미사일 실험에 앞서 러시아 측에 사전 통보 혹은 양해를 구했을 것으로 확신한다. 더군다나 태평양 공해상은 러시아와도 직결된 지역이다.
북한은 한미일 군사적 협조체제에 대항할 수 있는 강도 높은 북중러 군사정보보호협정 체제를 구축하고자 의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14일 북한이 새로 개발한 지대지 중장거리 전략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의 시험발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행인 점은 지난 1월, 북한 대표단의 협정 제안에 대해 중국 측은 일단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양국 대표단 회의에선 차기 미사일 및 핵실험 진행 여부를 두고 감정적인 얘기가 오갔던 터라 협정과 관련해 쉽사리 합의하기 어려웠다는 전언이다. 다만 중국은 러시아를 의식해 일정 정도의 여지는 남겼다고 한다.
최근 북한이 연일 전략군 명의로 미국령 괌에 대해 ‘화성-12형’을 활용한 포위 사격을 하겠다는 엄포를 놓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중국과 러시아는 ‘대화 촉구’ 내지는 ‘자제’ 정도로 대응 중이다. 두 국가 모두 일방적으로 ‘북한의 책임론’을 지적하기는커녕 뒷짐만 지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핵동결을 위해 한미군사연습 중단을 요구하는 것도 한미일을 긴장케 하고 있는 점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괌 포위 사격 결단에는 현실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 내지 암묵적 동의가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대미 도발에 적극적·공개적으로 협조할 가능성은 낮지만, 현재 취하고 있는 양국의 무반응과 액션은 한국 입장에서 상당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북한이 중국 측에 군사정보교류협정을 제안했다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 분명 유심히 살필 부분이다. 북한의 의도대로, 또한 중국과 러시아의 필요에 따라 공식 혹인 비공식 협정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면 한국은 상당한 난국으로 빠질 수 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전운이 감돌고 있는 8월, 북한의 도발 감행 여부 뒤에 중국과 러시아의 움직임에 반드시 주목해야 할 이유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북한 ‘화성-12형’ 발사해도 ‘산 넘어 산’ 북한은 지난 9일에 이어 10일, 김락겸 전략군 사령관 명의로 ‘괌 포위사격’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김 사령관은 ‘화성-12형’ 네 발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일본의 시마네현, 히로시마현, 고치현 상공을 통과하게 된다”라며 “사거리 3356.7㎞를 1065초간 비행한 후 괌도 주변 30∼40㎞ 해상 수역에 탄착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북한은 기존 미사일 도발과 다르게 그 사거리와 비행시간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는 곧 자신들의 향상된 기술력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북한이 만약 예고대로 괌 주변 해상을 표적 삼아 포위사격을 감행한다고 하더라도 넘어야 산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먼저 예상되는 변수는 미국과 일본의 요격체계다. 당장 11일 일본의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은 의회 안보위원회에서 “(발사체가 자국의 상공 위로 날아갈 경우) 자위권을 발동해 요격에 나설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일본은 이지스함 출격과 동시에 이에 탑재된 지대공 유도미사일, SM-3미사일 등 요격체제를 두고 있다. 미국 역시 이지스함에 구축된 SM-3미사일은 물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통한 2차 요격 시스템으로 응수 가능하다. 미국은 이미 지난 7월 11일과 30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미사일 요격 시험에 나서 성공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실제 괌을 표적으로 포위사격에 나설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고 본다”라며 “보복 대응이 가장 큰 문제겠지만, 1차적으로 미일 양국의 요격 시스템을 뚫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자신들이 자랑하는 ‘화성-12형’이 공개적으로 요격될 경우, 안팎의 후유증이 상당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미사일 시험이 원래 변수가 많다. 발사 단계에서 추진체 이상 등으로 실패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미 북한은 수차례 발사 단계 실패를 경험한 상황”이라며 “이와 같을 경우 북한이 입을 타격도 만만찮다”고 덧붙였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