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사생활 ‘블로그’ 통해 생중계
▲ 영국에서 유학 중인 쓰구코 공주. 오른쪽은 홈페이지에 올라있던 친구들과의 사진들. | ||
문제의 홈페이지는 일본의 회원제 블로그 ‘믹시(Mixi)’에 올라 있었다. 이곳은 회원들만이 사용하고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인지 실명이나 실명에 가까운 이름으로 자신의 홈페이지를 갖고 있는 사용자가 많다. 쓰구코가 실명으로 홈페이지를 개설하지는 않았지만 올라있는 생년월일 가족관계 등 모든 내용들이 쓰구코와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홈페이지에서 그녀는 별명은 ‘Tsugu(쓰구)’, 현주소는 영국, 소속은 에딘버러대학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또 “20세의 힙합댄서. 영국의 대학에서 인류학·심리학 등을 공부 중”이라는 글도 올려놨다.
궁내청 담당기자에 따르면 쓰구코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2004년 4월에 영국으로 건너가 어학연수를 거쳐 에딘버러 대학에 입학하여 2008년 6월까지 영국에서 유학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녀는 고등학교 때 힙합댄스의 매력에 빠져 댄스 동아리 활동을 했다고 한다. 홈페이지의 주인공이 쓰구코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게 됐다.
쓰구코 공주는 현 아키히토 일왕의 사촌인 고 다카마도노미야 노리히토(향년 47세)의 장녀로 나루히토 왕세자의 육촌 여동생에 해당된다. 그녀는 그동안 미성년자인 데다 직계 왕실가족이 아니어서 언론에 그다지 노출되지 않았다. 지난 2002년 심부전으로 사망한 부친 다카마도노미야의 장례식 때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그녀가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로 참석한 것이 화제가 된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스무 번째 생일을 맞아 성인이 되면서 새해에 왕실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문제의 홈페이지는 그녀가 고등학교 때부터 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문답형식의 프로필에는 다소 파격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다. 흡연 여부에 대해 “끊었다. 그런데 어제 친구의 담배를 한 모금 피웠다”라고 대답하는가 하면 최근 남몰래 흥미를 느끼는 일에 대해서는 “국적에 따라 키스나 섹스 방법이 어떻게 다른지 검증 중이다. 사실은 농담”이라고 쓰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일기도 있다.
“어제 여러 클럽을 돌아다니며 놀았는데, 오늘도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만…. 내일도 갈 약속을 했는데 금전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한계다.” (2005/03/01)
“정리를 하자면 삼각관계다. 친한 친구→남자 친구→나” (2005/09/19)
“부모님만 아니면 가슴에 도마뱀 문신을 하고 싶은데… 분명히 (부모자식 간의) 인연을 끊을 거다.”(2006/08/01)
보수적이고 답답한 왕실의 생활을 벗어나 외국에서 자유롭게 젊음을 만끽하는 것도 좋지만, 당시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은 미성년자의 일기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대담한 내용이 많다. <주간문춘>은 이보다 더 적나라한 내용도 있었지만 차마 지면에 옮길 수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 왕실의 궁내청은 쓰구코의 홈페이지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지만 <주간문춘> 취재 후 ‘믹시’의 프로필에서 쓰구코의 사진과 함께 자기 소개글이 차례차례 삭제되다가 결국 홈페이지가 없어졌다고 한다.
지금까지 별다른 스캔들 없이 마사코 왕세자비의 적응장애와 왕실과의 갈등 정도의 화젯거리밖에 없었던 일본 왕실. 성년이 된 지 얼마 안 되는 쓰구코 공주가 그동안 심심했던(?) 일본 왕실의 새로운 스캔들 메이커로 성장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