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밝힌 ‘붉은등’ 뒤로 ‘검은 그림자’
▲ 베이징의 섹스클럽에서 봉댄스를 추는 스트립걸의 모습을 중국 지도와 합성했다. | ||
중국의 눈부신 경제성장과 더불어 하루가 다르게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또 한 가지 산업이 있으니 바로 ‘섹스산업’이 그렇다. 개방이 일찍 시작된 베이징, 상하이는 물론 광둥성 등 해안지방이나 선진, 충칭 등 내륙지방에까지 현재 성매매는 독버섯처럼 번져있는 상태다.
또한 최근에는 ‘섹스산업’의 새로운 형태로 동성애자를 대상으로 한 ‘게이바’나 ‘남창’들의 수도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추세다. 성매매에 종사하는 남녀들을 가리키는 ‘섹스워커(섹스 근로자)’라는 신조어도 등장했을 정도.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섹스산업’이 번창하면서 덩달아 늘기 시작한 에이즈 보균자들이다. 중국당국은 날로 심각해져만 가는 에이즈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국제사회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포쿠스>는 이러한 중국의 에이즈 실태를 최근 심층보도했다.
사창가가 즐비한 베이징 시내 중심가의 한 후미진 골목. 이 골목의 정확한 명칭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이곳을 찾으려면 다음과 같이 물어야 한다.
“‘바 스트리트(Bar Street)’가 어디인가요?”
‘바 스트리트’란 말하자면 ‘청량리 588’이나 ‘미아리 텍사스’처럼 집창촌을 가리키는 일종의 은어인 셈.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젊은 남성들은 물론 청소년이나 관광객들이 주를 이룬다. 화대는 시간에 따라 혹은 밤을 새느냐에 따라서 15~80유로(약 1만 8000원~9만 7000원) 정도. 또한 이곳에서는 두 명이나 세 명 혹은 원한다면 열 명의 매춘부를 동시에 살 수도 있다.
이처럼 단순히 성을 사고 파는 사창가 외에도 요즘 베이징에서 뜨고 있는 것은 다양한 스트립 쇼를 구경할 수 있는 ‘섹스클럽’들이다. 특히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것은 반라 차림의 스트립댄서들이 봉댄스를 추는 성인클럽들이다.
이보다 더욱 눈에 띄는 변화는 다름 아닌 ‘동성애자’들을 위한 ‘게이클럽’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는 남창들은 대부분 시골 출신의 젊은이들로 돈을 벌기 위해 상경한 경우가 많다. 베이징에서 소위 가장 잘나간다는 ‘서니보이클럽’은 여장을 한 남성 무희들이 무대에서 춤을 추고 노래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와 달리 좀더 고급스러운 형태로 매매춘을 하는 곳도 있다. 지저분하고 환경이 열악한 음습한 사창가가 아니라 특급호텔의 한 층을 통째로 임대해서 매매춘을 하는 것이다.
‘청 특급호텔’에서 한 무리의 남창들을 고용해 매매춘을 하고 있는 왕왕(예명)이 바로 그 주인공. 포주인 그가 제시한 차별화는 다름 아닌 ‘청결하고 안전한 매춘’이다. 특급호텔이기 때문에 환경이 깨끗한 것은 물론, 반드시 콘돔을 착용해야 한다는 엄격한 규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서니보이클럽’에서 여장을 하고 춤을 추는 남자 무희(위). 사창가에서 여성 매춘부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아래). | ||
이들이 포주이자 고용주인 왕왕에게 헌납하는 액수는 수입의 30% 정도. 하지만 처우가 좋고 돈벌이가 좋아서일까. 남창들과 왕왕의 관계는 부모와 자식 버금갈 정도로 돈독하기 이를 데 없다. 심지어 남창들은 왕왕을 가리켜 ‘엄마’라고 부르면서 다정하게 지내고 있을 정도.
아닌 게 아니라 왕왕은 남창들의 보호자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집안 살림을 도맡아 챙겨 주거나 건강 문제 및 고민 상담도 들어주는 등 이들에게는 푸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왕왕이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문제는 에이즈다. 콘돔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날로 심각해져 가는 에이즈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위생부가 지난 2006년 10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중국 내 에이즈 보균자 수는 18만 3733명으로 2005년 14만 4089명보다 28% 정도 증가했다. 에이즈 환자 증가율도 연평균 30~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이렇게 심각해지자 몇 년 전부터 중국 당국은 에이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뒤늦게나마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만 에이즈 예방 및 홍보에 8500만 유로(약 1000억 원)의 막대한 예산을 책정했는가 하면 대대적인 ‘에이즈 바로 알리기 캠페인’과 ‘콘돔 사용 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다.
가령 현재 베이징에서 ‘에이즈 예방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씨아오동(30)은 중국 위생부에 고용되어 일하고 있는 경우. 동성애자인 그가 주로 하는 일은 사창가나 게이클럽들을 돌아다니면서 성매매 종사자들에게 콘돔을 사용할 것을 권장하거나 정기적인 에이즈 검사를 받도록 권유하는 것 등이다. 또한 동성애자들이 많이 모이는 동단공원을 찾아 적극적인 에이즈 예방 운동을 벌이는 것도 그가 맡은 임무 중 하나다.
하지만 4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 내의 사정은 전혀 달랐다. 공개적으로 에이즈 방지 운동을 벌이거나 병원을 찾아가 에이즈 검사 혹은 치료를 받도록 권장하는 것은 금기시되어 왔었다.
한바탕 사스 공포가 몰아 닥친 후에야 위기감을 느낀 중국 당국은 그제서야 앞장서서 국제기구 및 대기업은 물론 심지어 미국의 자금 지원도 받기 시작했다. 전염병인 사스와 마찬가지로 에이즈 역시 더 이상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따가운 눈총과 함께 위기감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과연 중국의 시한폭탄이 터지느냐 마느냐 하는 긴장감 속에 많은 나라들이 중국의 섹스산업과 에이즈 정책에 주시하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