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코앞인데 목덜미가 서늘
▲ (왼위)김성호 국정원장, (오른위)임채진 검찰총장, (왼아래)어청수 경찰청장, (오른아래)한상률 국세청장 | ||
“정권의 힘은 권력기관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들 ‘빅4’는 최고 통치권자가 행사하는 인사권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과거에도 정권이 바뀌면 4대 권력기관장의 교체는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질 정도로 ‘빅4’는 정권과 그 명운을 함께했던 전례가 많았다. 4대 권력기관장 중 김성호 국정원장과 어청수 경찰청장은 현 정부 출범 직후 임명됐고, 임채진 검찰총장과 한상률 국세청장은 노무현 정권 말에 자리에 올랐다. 여권 주변에서 조기 개각설과 맞물려 ‘빅4’ 교체설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도 이들 권력기관장 인사의 중요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청와대 측은 ‘빅4’ 교체설은 물론 개각설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인사 검증시스템을 물밑 가동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권 핵심부는 권력기관장에 대한 교체론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범위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주변에서도 이들 ‘빅4’ 교체설과 관련해 온갖 추측과 하마평이 무성히 나돌고 있는 형국이다. 설 연휴를 전후로 한 개각설에 힘이 실리고 있는 가운데 4대 권력기관장의 명운은 어떻게 갈릴지 숨 막히는 인사 전쟁 속으로 들어가봤다.
정치권 주변에서 4대 권력기관장에 대한 물갈이설이 나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정기관 수장들이 이명박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사정 드라이브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되면서 대폭 교체설이 수면위로 부상했던 것. 특히 불교계와 극심한 마찰을 빚어온 어청수 경찰청장은 야권으로부터 끊임없는 경질 압박에 시달려 왔고, 지난해 10월 20일 대검 국감장에서 여당 의원들이 이례적으로 사정 중추인 임채진 검찰총장을 강하게 몰아붙이자 ‘교체를 염두에 둔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여기에 여권 주변에서 연말연초 개각설이 설득력 있게 나돌면서 이들 ‘빅4’의 교체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청와대 측은 ‘빅4’ 교체설은 물론 개각설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여권 주변에선 설 연휴를 전후로 한 개각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는 형국이다. 또 ‘빅4’ 교체설과 관련해서도 대상과 범위가 문제지 대수술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여권 핵심부는 오래전부터 철통 보안 속에서 개각설과 맞물린 ‘빅4’ 후임 인선을 준비해 왔고 현재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종 낙점만 남겨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치권과 사정당국 주변에선 ‘빅4’ 교체설과 관련해 온갖 추측이 떠돌고 있고 후임 인사 하마평도 무성히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4대 권력기관장 중 김성호 국정원장과 어청수 경찰청장은 교체 쪽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는 설이 나돈다. 김 원장은 지난해 사정기관 물갈이설이 나돌 때부터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 바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진행된 국정원 내부 인사가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이고 국정원법 개정안 등 개혁 작업도 원활히 추진되고 있어 수장 교체에 따른 공백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 원장과 여권 핵심부 간의 불화설이 끊이질 않았다는 점도 ‘김성호 교체설’을 부추기는 요인이라는 얘기도 돈다. 실제로 김 원장은 이 대통령과 가까운 김주성 국정원 기조실장과 보이지 않는 갈등을 겪는 등 권력 핵심부와 불편한 관계를 보인 바 있다. 청와대 주변에선 김 원장과 청와대 핵심 인사인 A 씨의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초 김 원장이 이 대통령에게 독대 보고를 하면서 A 씨의 비리 의혹을 보고했고 이 소식을 접한 A 씨가 김 원장의 독대보고를 차단하려 했다는 게 소문의 골자다. 김 원장은 11월 초까지 매월 두 차례 정도 이 대통령에게 독대보고를 했지만 이후 한 달 정도 독대보고를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불화설은 이 대통령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두 사람의 불화설이 수면 위로 부상할 경우 자칫 권력 헤게모니 투쟁으로 비쳐질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주변에선 김 원장 교체설과 함께 개각 과정에서 A 씨가 경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조심스런 관측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후임 국정원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무성히 나돌고 있다고 한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과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친이(친 이명박 대통령) 인사 중에서 후임자가 발탁될 것이란 관측에도 점차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어청수 청장도 교체될 것이란 이야기가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여전히 어 청장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지만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어청수 교체론’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 대통령도 더 이상 어 청장을 감싸지 못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어 청장이 얼마 전 치안정감과 치안감, 경무관급 고위 간부들에 대한 인사를 청와대에 건의했으나 묵살됐다는 사실도 교체설을 부추기고 있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어 청장을 교체하지 않고서는 경찰 고위간부들에 대한 인사를 단행할 수 없고, 어 청장이 경찰조직을 너무 독선적으로 운영한다는 내부 비판론이 불거진 점도 교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 청장이 교체될 경우 후임으로 김석기 서울청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청장은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고교 후배이자 경북 포항 출신이라는 점에서 차기 경찰청장 1순위로 거론돼 왔다. 여권 핵심부 주변에선 어 청장이 촛불집회 강경 진압 등 ‘정권 수호’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는 점을 감안해 ‘경질’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지 않기 위해 행안부 장관이나 국정원 차장, 청와대 경호처장 등 다른 요직으로 자리이동을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4대 권력기관장 중 임채진 검찰총장과 한상률 국세청장은 유임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정권 말에 임명된 임 총장은 현 정권 초기 촛불집회 등 핵심 이슈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등 현 권력과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교체설에 시달린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임 쪽으로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특히 임기가 남아 있는 임 총장을 경질하고 이 대통령이 임명한 총장이 참여정부와 구 여권을 겨냥한 사정 작업을 진두지휘할 경우 보복·기획 사정 논란이 재연될 수 있고, 검찰 내부의 거센 동요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도 임 총장 유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조만간 단행될 검찰 고위급 인사를 임 총장이 직접 지휘하고 있다는 사실도 재신임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임 총장은 최근 바로 아래 기수인 사시 20회 출신 김태현 법무연수원장, 권재진 대검 차장, 박영수 서울고검장, 명동성 서울중앙지검장 등 4명의 고검장을 접촉해 2명에게서 사퇴 의사를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임 총장과 함께 노무현 정권 때 임명된 한상률 국세청장도 유임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청장의 경우 임기가 정해지지 않았고 현 정부 출범 후 전직 국세청장들이 비리 혐의로 잇따라 구속되는 등 국세청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는 점에서 경질설이 끊이질 않았었다. 하지만 여권이 한 청장을 대신할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 연말 1급 고위인사 및 국장급 지방국세청장 인사가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한 청장이 재신임을 받은 게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한 청장이 세종증권 사건 등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 자료를 검찰에 넘기는 등 ‘친노 게이트’ 사건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설도 유임 쪽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반면 몇몇 여권 정객들은 “향후 개각에서 ‘사정 빅4’ 중 임채진 총장과 한상률 청장만 살아남는다면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사정 수장들은 모두 물러나고 노무현 정부 시절의 수장들만 살아남는 꼴이 된다”면서 “이는 곧 MB 정부의 ‘인사 무능’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어 세간의 관측 그대로 사정 수장들의 교체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이처럼 4대 권력기관장 교체설을 둘러싼 설왕설래에도 불구하고 인사권자인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일체의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1월 9일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은 청와대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한 개각 관련 보도와 관련해 “이런저런 개인의 사견이나 의견을 말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지금 이 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4대 권력기관장 인사를 포함해서 어떤 것도 공식적으로 확정된 게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여권 관계자들은 설 연휴를 전후로 개각이 단행될 경우 이들 ‘빅4’의 거취 문제도 결정되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본 궤도에 진입한 개각 정국에서 과연 누가 웃고 누가 울게 될지 4대 권력기관장의 시선이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