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2년 유예안’ 발의…명확한 기준, 종교계와 합의, 악의적 제보 대책 ‘과제’
헌법이 보장하는 두 가치의 충돌에서 발생한 종교인 과세 논란이 다시 뜨겁다. 시민단체와 종교계, 정치권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을 유지하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28명은 8월 9일 종교인 과세법 시행을 2년 유예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정부는 지난 2일, 향후 5년간 조세정책의 큰 방향과 이전 정부에서 추진하던 정책에 대한 수정 내용이 담긴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발표 내용 가운데 앞서 이슈로 떠올랐던 담뱃세 인하와 미세먼지 대책 등과 더불어 관심을 끌었던 건 ‘종교인 과세’였다.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종교인 과세와 관련된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발표 내용에 없는 것은 예정대로 시행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2015년 12월 법제화됐지만 종교계 반발을 우려해 2년 늦춰진 이 정책을 변경 없이 그대로 진행한다는 얘기였다.
즉각 종교계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국회에서는 새로운 법안이 발의됐다. 9일,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28명이 발의한 법안은 종교인 과세법 시행을 2년 미루자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구체적인 과세기준과 절차가 마련되지 않아 종교계가 마찰과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까지 사전 준비 기간을 더 두자는 것이다.
과세유예 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에 논란이 크게 번졌다. 대표발의자인 김 의원이 현직 교회 장로인 점을 두고 ‘제 식구 감싸기’ 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종교계 표심을 의식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유예 법안에 찬성하는 종교계 의견이 봇물 터지듯 흘러나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세법개정안 발표 당일 “실무적 준비는 문제 없지만 시행 여부와 방식에 대해 고민 중”이라며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은 더욱 뜨거워진 상태다.
기재부와 종교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재부 과세담당 국장은 목사 3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종교인 과세 관련 비공개 의견 수렴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목사들은 종교인 과세에 대해 “준비가 안됐다”며 ‘갈등, 혼란, 마찰’을 강조했다. 이날 목사들이 기재부에 전달한 내용은 그동안 종교계가 한 목소리로 주장하던 내용이었다.
종교계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진표 의원이 발의한 과세유예 법안과 이유가 같다. 소득세법을 보면, 종교인 소득은 ‘종교의식을 집행하는 등 종교 관련 종사자로서의 활동과 관련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종교단체로부터 받은 소득’을 말한다. 소득세법 시행령(41조)에 따르면 종교단체는 ‘종교를 목적으로 민법 32조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이다.
익명을 요구한 종교계 관계자는 “비영리법인 소득에 세금을 매긴다는 뜻”이라며 “무당과 암자 등의 소규모 교단이나 단체는 비영리법인으로 등록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불과 6개월 만에 과세등록 절차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불교는 ‘무소유’라 소득 개념 자체가 없고, 기독교의 ‘사례비’는 목사들의 생활비다. 이밖에 복채 등 다양한 형태의 소득이 존재하는데, 과세 대상 소득 범위가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의견수렴 부족 문제다. 정부가 종교계와 제대로 논의한 적도 없고, 국내 7대 종단과도 관련 합의가 없다는 얘기다. 앞서의 종교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으로 제대로 된 의견수렴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탈세 범죄로 낙인찍히는 문제, 유사 종교 문제 등이다. 종교인들이 무분별한 탈세 제보로 인해 탈세범으로 대거 몰리거나, 이단, 사이비 종교도 소득세를 낸 뒤 정통성을 주장할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종교계 내부 갈등이 극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과세법 유예 법안과 종교계 주장은 사실과 다른 점이 많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모호한 과세 기준과 종교단체 구분 주장과 관련, 기재부와 국세청은 현재 세법 규정을 따르더라도 충분히 과세가 가능하며, 별도의 명확한 기준도 세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도 “세부적 제도를 마련하고 보완했다. 시행하는 데 실무적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과세당국이 세운 과세 기준을 보면 소득 기준은 ‘종교 종사자들이 종교단체로부터 받은 소득’이며, 여기서 종교단체는 ‘정부에서 허가를 받은 종교목적의 비영리법인’이다. 기재부는 국내 전체 종교인을 23만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과세 대상자는 4만 6000여 명, 세수는 100억여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진표 의원이 과세법 유예 법안 발의 사유로 주장한 ‘절차와 방식 미흡’에도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 있다. 총 두 가지로 현행 세법에 따른 ‘원천징수’와 ‘종합소득신고’의 방식이다. 종교단체의 급여 지급과 동시에 세금을 부과하거나 자발적 소득 신고를 근거로 세금을 정한다는 얘기다. 종합소득신고 방식의 경우, 정부의 조사권도 있다.
의견수렴 역시 충분히 진행됐다는 지적도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국회와 기재부 등이 수차례 종교계 의견수렴을 거쳐 2015년에 개정안이 통과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교계 내부 갈등 주장에 대해서도 “종교 법인은 허가제가 아니다. 자유롭게 설립하고 조세법에 따라 세금을 내면 된다”며 “이단, 사이비 종교가 세금을 내더라도 합법 단체나 정통 단체가 되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보다 강한 주장도 나온다. 종교계에 적용되는 현행 세금혜택과 면세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 과세뿐만 아니라 세무조사까지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민법 32조 ‘문화체육관광부 및 문화재청 소관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을 보면, 종교의 보급 등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법인으로 설립된 단체는 10여 개에 달하는 세금에서 면세를 받는다. 종교단체 부동산에는 취득세와 재산세가 면제되고, 종교 등 공익법인에 출연된 경우 상속세와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 식이다. 그 밖에 법인세, 개별소비세, 주세 등도 면제다.
문제는 이 같은 면세제도를 일부 대형 종교단체들이 악용한 사례가 종종 적발된다는 점이다. 과세당국은 2012년부터 부당하게 세금을 감면 받은 종교단체에 추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대부분 종교단체가 소유한 건물과 토지에 카페와 빵집 등을 운영하면서 신고하지 않는 경우다.
여기에 문화센터를 운영하면서 회비를 받고 사무실이나 주거지로 사용해 수익을 올리면서도 목사 명의로 바꿔 재산세를 감면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방식의 탈세는 올해 5월까지 전국적으로 적발되고 있다.
종교계 내부에서도 “재정투명성을 위해서라도 과세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종교인 과세 찬성 단체 관계자는 “일부 대형 종교단체들은 재정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각종 비리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며 “면세 특혜 악용이나 부동산 투기는 이제 흔한 비리다. 최근에는 극우단체나 극우집회에 재정지원 하는 게 대형 종교단체임이 밝혀지지 않았나. 재정투명성 확보는 종교단체의 투명한 운영과도 연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상현 비즈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