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믿지 마세요’
▲ ‘게임의 여왕’ 박근혜 전 대표의 ‘한마디 정치’를 두고 MB 정권에게 덧씌워질 ‘책임론’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평이 나돌고 있다. | ||
하지만 변수는 역시 친박그룹이었다. 여야가 지난 1월 5일 마지막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만 해도 한나라당이 쉽사리 양보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시간을 끌며 민주당 농성단의 힘을 뺀 뒤 직권상정을 밀어붙일 태세였다. 여야가 브레이크를 밟을 줄 모르고 마주 보고 달릴 때였다.
그런데 야당의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 있던 바로 그때, 박근혜 전 대표가 한마디 던졌다. 박 전 대표는 여야의 ‘치킨게임’을 싸잡아 공격해 양측이 극한 대결을 피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부에서는 “이번에도 ‘박력’(朴力)이 먹혀든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적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박 전 대표의 ‘한마디 정치’에 숨은 파괴력의 이면을 따라가 봤다.
친 이재오 세력은 이번 박 전 대표의 ‘한마디 정치’에 대해 극단적인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친 이재오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최근 울분을 쏟아냈다. 그는 기자에게 “박 전 대표는 시대에 뒤처지는 낡은 이념적 정체성과 동생들의 육영재단 분규 등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결코 대권을 차지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뒤에 가만히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 여야 모두 잘못했다고 공격한 뒤 자신만 옳다고 하는 행보는 너무 기회주의적이다.
왜 당에서는 그런 박 전 대표를 향해 정면으로 비판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공성진 최고위원이 비판을 했지만 너무 점잖게 해 안 한 것만 못하게 됐다. 대권 주자가 없다고 친이세력이 너무 일찍 패배주의에 빠져 박근혜 대세론을 오히려 더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앞으로 철저하고 집요하게 박 전 대표의 문제점을 공격해 박 전 대표 중심의 당내 역학 구도를 흔들어놓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여권의 친이세력 일부 관계자들은 박형준 홍보기획관 등 청와대 정무라인과 자주 접촉하며 ‘청와대가 왜 박 전 대표를 그대로 방관하고 있느냐. 도대체 관리 방안이 있기는 한가.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으로 박 전 대표를 견제하는 길만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을 높이는 길이다’라는 식으로 계속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친이세력 강경파들은 “이번 입법 전쟁에서 박 전 대표가 던진 한마디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두 사람의 관계가 더욱 멀어진 이상, 이제는 친이세력이 ‘박근혜 압박 작전’을 정면으로 전개해 차기 대권 구도를 완전하게 재편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