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특보단 발족 ‘이례적’…공천 룰 개정과 맞물리며 비홍계 ‘부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7월 4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특보단 대부분은 홍준표 대표가 경남도지사와 대선 후보 시절 함께한 최측근 인사들로 꾸려졌다. 정책 특보단에는 윤한홍(정무), 김종석·나성린·김상훈(경제), 강남훈·정장수(공보), 박영문(방송), 심재득(사회), 하영제(농업), 제성호(통일·외교), 이재인(여성)이 발탁됐다. 강석진(경남), 김성태(서울), 윤상직(부산), 곽대훈(대구), 정유섭(인천), 박삼용(광주), 이채익(울산), 송석준(경기), 김기선(강원), 권석창(충북), 전희재(전북), 권애영(전남), 김정재(경북), 강지용(제주)은 광역단위 지역특보로 임명됐다. 이밖에도 부대변인 56명을 선임했다.
정치권에서는 당 대표가 이처럼 대규모 특보단을 꾸린 것에 대해 상당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인다. 특히 전국에 기존 당협위원장들이 배치돼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지역특보를 둔 것을 놓고는 ‘홍준표 사당화’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홍 대표가 당 세력을 확장하기 위한 차원에서 특보단을 임명했다는 것이다. 한국당 측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빠르게 전국 민심을 파악하겠다는 의지다. 향후 전국 시·도별 현안을 더욱 상세히 파악해 지역별 맞춤 전략 수립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정책 특보단 관계자 또한 “특보라는 것은 대표에게 공식적으로 전하지 못하는 얘기들을 전달하고 지역 내 민심의 향배 따위를 따로 비공식 루트를 통해 알려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분들이다. 오히려 당원들, 국민들과 스킨십이 넓어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보단 중 일부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윤한홍 의원은 경남지사에, 정장수 공보특보는 김해시장, 강남훈 공보특보는 고성군수 출마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출신 부대변인단 상당수도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희망하고 있다. 이는 홍 대표의 특보단 임명이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자유한국당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 또한 “특보단에 들어가려고 애 쓴 사람이 많았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특보단 임명을 앞두고 당 지도부들 사이에서 잡음이 새어나왔다. 당시 최고위원 회의에서 한 친박계 성향 최고위원은 “홍 대표 사당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친홍계로 분류되는 최고위원은 “원래 특보단 임면권은 당 대표 고유 권한”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이에 당초 내정됐던 지역특보 명단에서 이은권(대전) 박찬우(충남) 의원 등은 제외됐다. 이 지역의 시·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만큼 당직이 겹친다는 까닭에서다. 그러나 사실상 친홍계 색채를 옅게 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룬다.
친박계 최고위원은 “당시 ‘특보단을 만들려면 각 분야에 전문성 있는 분들을 모셔라’ ‘특보단이 사람이 이렇게 많이 필요하냐’는 지적을 했었다. 특히 지역 특보단을 꾸리면 세 확장한다고 당내에서 말이 나올 것이라고 이의 제기를 했다”면서 “이미 인사가 끝났는데 (더 이상)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한국당 혁신위는 상향식 공천을 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상향식 공천을 해서 지난 총선에서 패했다. 상향식 공천이 지역사회 정치인의 기득권 유지에 유리하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엔 혁신위가 공천 룰을 전략 공천으로 확대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 역시 홍준표 대표의 노림수가 숨겨져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차재원 부산카톨릭대 교수는 “야당 대표가 특보를 대규모로 두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한국당을 자기 당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당 내에서 홍준표 대표가 당권을 잡고 있으니 말은 못하지만 다들 상당히 입이 나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 논란거리는 상향식공천 폐지다. 지방 선거 후보자들을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후보를 압축해 경선을 치르겠다는 뜻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친박계뿐 아니라 바른정당에서 한국당으로 복당한 ‘복당파’들조차 떨떠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복당파는 당협위원장 자리에서도 배제됐다. 특보단에 있는 사람들은 당협위원장 자리가 비었을 때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친박계나 비홍계 입장에서 봤을 땐 당협위원장 자리가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한국당의 친박-비박 구도가 친홍-비홍으로 재편되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최고위원은 “지금 ‘친박’ ‘비박’이 어디 있냐. 친박계는 다 뒤로 빠지고 없다”고 말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사당화 논란은) 새로운 계파 정치의 신호탄이라고 봐야 한다. 홍준표 대표의 취약점으로 특공대식 정치가 꼽힌다. 정당 내 자기 세력이 없다는 게 최대 약점이라는 말이다. 일련의 조치들은 당 내 정치 세력화 작업 가운데 하나”라고 평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