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넉 점은 물러난 실세한테 갔다”
그림로비 사건이 터진 이후 기자와 만난 한 여권 관계자는 “지난 2005년 K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 중에서 ‘학동마을’ 외에도 4점의 그림이 모 대기업을 통해 한상률 청장에게 더 흘러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는 서울청 조사국장이었던 한 청장이 대기업 관련 세무조사를 담당했던 때라 기업 측에서 상납용으로 한 청장에게 주었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도 “한 청장이 총 5점의 그림을 가지고 있었다는 첩보를 최근에 입수하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또 나머지 그림들이 현 정권 실세에게 넘어갔다는 충격적인 주장도 했다. 그는 “한때 현 정권의 실세로 불렸으나 지금은 이선에 후퇴해 있는 모 인사에게 나머지 그림들이 전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 청장은 전 정권에서 임명된 데다 정권 초부터 각종 루머에 휩쓸리며 경질 가능성이 여러 번 거론됐던 사람”이라며 “유임받기 위해 현 정권 실세에게 그림 로비를 한 것 같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관계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결국 이번 그림로비의 핵심은 실제 인사와 관련된 청탁이 있었느냐로 귀결된다. 그림로비와 함께 터진 포항 골프 사건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지난해 말 국세청 내부 회식 자리에서 한 청장은 여느 때와는 다르게 상당히 기분이 좋아보였다는 것이 국세청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당시는 한 청장이 올 초 개각 때 유임이 거의 확실하다는 소문이 흘러나오던 때다. 일각에서는 ‘영전’ 얘기도 나왔다.
그런데 그때는 공교롭게도 문제의 ‘크리스마스 골프 회동’이 있었던 직후였다. 한 청장은 지난 12월 25일 경북 경주로 내려가 포항지역 주요 인사들과 골프를 쳤다. 한 청장이 라운딩을 한 이들은 대부분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이었다.
정치권에선 그림로비 의혹과 대구지역 골프 사건이 결국 ‘인사청탁’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국세청 관계자는 “드러난 사실이 없는 데도 언론에서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