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빛나라 변호사 “과로자살의 업무상재해 인정 객관적 기준 마련해야”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 주최로 2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2층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된 ‘과로사 및 과로자살 방지를 위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서울=일요신문] 송승환 기자 = 과로사와 과로자살을 법적 용어로 정의하고 국가의 책무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을 객관화해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한 심뇌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노동자가 산재인정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업무 관련 유해인자를 분석하고 유해인자 별로 어떠한 경우에 어느 정도의 업무기인성을 인정하여야 하는지에 대해 객관적인 인정기준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 주최로 지난 2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2층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된 ‘과로사 및 과로자살 방지를 위한 토론회’에서 의학자, 사회학자, 정부, 법률가, 노동조합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 과로사 및 과로자살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다각도에서 접근하고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과로사 및 과로자살의 예방 대책,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및 과로사방지법률안의 개선점 등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가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과로사 및 과로자살 관련 입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궁극적으로 과로사와 과로자살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바람직한 대안을 도출하고 입법화할 필요가 크다는 데 입을 모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최근 1년 사이에 고용노동부 공무원, 복지부 워킹맘 사무관, AI 방재업무를 하던 공무원, 집배원, 게임업체 직원 등 민간과 공공부문에서 수차례 과로사 및 과로자살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이 모호할뿐만 아니라 노동자 본인에게 입증책임을 지우고 있어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한 심뇌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노동자가 산재인정을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추 대표는 “일본의 경우 과로자살 사건이 발생하자 2개월만에 정부차원의 방지대책을 발표하고 곧이어 ‘과로사 방지대책 추진법’을 제정해 시행 중에 있다”면서 “한해 1인당 평균노동시간이 2,113시간에 달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과로사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지원시스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창현 의원은 “과로사와 과로자살이 민간과 공공영역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음에도 우리 정부는 과로사를 법적 용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과로사와 과로자살을 법적 용어로 정의하고 국가의 책무를 명문화하는 한편, 정부 차원에서 과로사와 과로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 시행하고 그 추진성과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과로자살이란 “업무에 의해 과로·스트레스가 발생하고 그것을 원인으로 하는 자살”을 말한다.
과로·스트레스 자살은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①업무가 과로나 스트레스를 일으키고 그것이 원인이 되어 정신장해가 일어나서 하는 자살, ②과로나 스트레스가 기존의 정신장해를 악화시켜 하는 자살, ③정신장해를 일으키지 않고 과중한 업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하는 자살로 분류할 수 있다.
현행법 및 실무관행상 정신장해를 일으키지 않은 상태에서의 자살은 산업재해로 인정받기가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세 번째 형태의 자살이다.
일본의 경우 과로자살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카로지사츠(過勞自殺, karo-jisatsu)’로 고유명사화하고 잇따른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렇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과로자살에 대한 인식 및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미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장시간 근로가 일상화된 국내에서도 과로자살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를 진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는 의학적 관점에서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와 자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과로자살에 관한 고용노동부 및 노동조합의 입장이 제시됐다.
또 과로자살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현행 기준의 개선방향에 대한 토론도 이뤄졌다.
오빛나라 변호사는 “과로자살은 근로자 본인은 물론, 그 가족에게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남기고, 사회에 있어서도 큰 손실”이라면서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 사회가 해결하여야 할 과제이며, 과로자살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유족들의 생계를 충실하게 보장하는 것은 물론, 과로사 및 과로자살이 없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우리사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원종욱 교수(연세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제1주제 ‘과로자살’ 세션에서는 김형렬 교수(카톨릭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가 ‘업무상 과로와 자살 사이의 인과관계’의 주제를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주평식 과장(고용노동부 산재보상정책과), 임성호 국장(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재보상국), 오빛나라 변호사(법률사무소 인정)가 참여했다.
제2주제인 ‘과로사 예방 대책’ 세션에서는 김영선 연구위원(노동시간센터)이 ‘과로사회의 원인, 과로사 예방대책’을 발표하고 류장진 실장(안전보건공단 직업건강실), 윤미영 변호사(법률사무소 피플), 최명선 국장(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노동안전보건국)이 토론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