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진 없이는 밑 빠진 독 돈 붓기…일부 중소주주 증자 포기 전망도
당초 K뱅크는 설립 2~3년 후 2500억 원 규모의 증자를 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대출 상품의 인기가 높아 유동성 문제와 재무건전성 관리 등을 우려해 증자를 앞당겼다. 지난 8월 초 기준 K뱅크의 여신액은 6300억 원으로 올해 목표액인 5000억 원을 뛰어 넘었다. 지난 7월 1일 ‘직장인K‘ 대출을 중단한 것도 대출수요가 예상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K뱅크는 올해 안에 소호(자영업)대출, 주택담보대출 서비스 출시도 목표로 하고 있다. K뱅크 관계자는 “시중은행처럼 수십조 원의 자본을 갖고 있지 않다 보니 다른 상품과 밸런스 조절이 필요했다”며 “한도를 낮추고 금리를 올리면 직장인K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지만 상품성을 훼손하지 말자는 판단을 내려 서비스를 중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4월 3일 K뱅크 출범식 모습. 사진=K뱅크 제공
하지만 K뱅크 주주 중 상대적으로 자본이 부족한 주주는 증자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K뱅크 주주인 모바일리더는 이번에 32억 원을 증자해야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22억 원에 불과하다. 이밖에 브리지텍, 인포바인, 8퍼센트 등 중소업체들도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K뱅크의 한 주주사 관계자는 “주주들 간 협의를 거쳐 배정받은 것”이라며 “그렇지만 아직 증자에 나선다고 확정할 수는 없고 내부 논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주주는 증자를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K뱅크 주주들은 저마다 향후 K뱅크의 사업으로 직접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지를 중요하게 여길 것”이라며 “이득이 없다고 판단한 주주들은 K뱅크에서 이탈해 주주들의 교통정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일부 주주가 이탈하면 K뱅크는 새로운 주주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참여 기업을 쉽게 찾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는 힘들다. 금융권 일부에서는 주주가 이탈할 경우 KT와 NH투자증권이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한다. K뱅크의 배정안대로 증자를 완료하면 KT는 보통주 8%, NH투자증권은 7.33%를 갖게 돼 각각 2%, 2.67%의 보통주 추가 매입이 가능하다. 현재 은산분리 규제로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 10% 이상(보통주 기준)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이상은 불가능하다.
금융자본인 우리은행은 10% 이상 소유가 가능하지만 추가 지분 매입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앞의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K뱅크 지분율을 높이면 K뱅크를 우리은행 소유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며 “금융권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우리은행은 추가적인 매입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K뱅크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중학동 더케이트윈타워 건물 전경.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K뱅크가 무의결권 전환주를 발행한 것도 중소업체 주주들의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전환주를 배정받은 주주는 KT·우리은행·NH투자증권 3곳으로 각각 전환주 41%, 25%, 34%를 배정받았다. 비율은 K뱅크 설립 당시 지분율에 따라 나눠서 NH투자증권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배정 받았다. 현대증권(현 KB증권)은 K뱅크 설립 당시 전체 지분의 10%를 매입했는데 이중 보통주가 4%, 전환주가 6%였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현대증권의 K뱅크 지분을 매입했고 이후 전환주 일부를 보통주로 전환했다. K뱅크 관계자는 전환주에 대해 “대주주들이 책임경영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뱅크로서는 모든 주주가 잡음 없이 증자에 참여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이에 주주들은 K뱅크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K뱅크의 다른 주주사 관계자는 “여유자금이 있더라도 K뱅크가 청사진을 제대로 그려주지 못한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굳이 투자할 이유가 없다”며 “청사진이 없다면 결국엔 대출영업을 하겠다는 의미인데 그렇게 되면 대출영업과 증자를 반복하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출범 4개월‘ K뱅크, 후발주자에 밀려 고전 지난 4월 3일 서비스를 시작한 K뱅크는 출범 초기 돌풍을 일으켰지만 다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에 밀리는 모습을 보인다. 8월 초 기준 K뱅크는 가입자 수 약 45만 명, 수신 7300억 원, 여신 6300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 7월 27일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지난 8일 기준 가입자 수 200만 명을 돌파했고 수신 9960억 원, 여신 7700억 원을 기록하는 등 여러 지표에서 K뱅크를 앞질렀다. 지난 11일 카카오뱅크는 이사회를 열어 무려 5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K뱅크의 증자액 1000억 원의 5배다. 또 금융위원회(금융위)가 3호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추진하는 만큼 K뱅크는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지난 18일 K뱅크는 ‘라인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한 네이버페이 체크카드를 출시해 카카오뱅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각사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K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체크카드 발급건수는 각각 38만 건, 187만 건으로 큰 차이가 난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한 카카오뱅크 체크카드가 젊은 층에 큰 인기를 끌기 때문이다. 이밖에 K뱅크는 올해 안에 방카슈랑스, 소호(자영업)대출, 주택담보대출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주주사인 한화생명을 포함해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IBK연금보험 등이 K뱅크 방카슈랑스 참여를 결정했다. K뱅크 관계자는 “올해 목표로 하는 서비스 외에 내년에도 다른 서비스를 준비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면 시기를 봐서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K뱅크가 여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음에도 경쟁사인 카카오뱅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K뱅크의 미래를 불안하게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K뱅크 관계자는 “타사와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해서 부진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색깔과 길이 있다”며 “신용대출은 이미 올해 목표를 뛰어넘었고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BIS 비율) 역시 일반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훨씬 높다”고 반박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