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사례 드물어…‘농구 황제’ 조던·‘최고 수비수’ 말디니도 쓴 맛
동료들과 400m 계주 경기를 마지막으로 육상 트랙을 떠난 우사인 볼트. 사진=우사인볼트 페이스북
[일요신문] 육상 100m와 200m 세계신기록 보유자 우사인 볼트가 드디어 ‘백수’가 됐습니다. 볼트는 이달 중순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17 국제육상경기연맹 세계선수권 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볼트는 그간 축구에 대한 애정을 끊임없이 밝혀왔습니다.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친 베이징 올림픽 이후 스페인 언론 인터뷰에서 볼트는 인기 구단 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훈련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표현하기도 했죠.
‘무직’이 된 볼트에게 축구계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볼트 에이전트 측은 “14개 팀이 입단 테스트를 권유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포르투갈의 한 작은 축구팀은 볼트에게 공개적으로 입단을 제안했습니다. 사진=SC 베이라-마르 페이스북
세계선수권 경기가 끝난 이후인 지난 8월 17일에는 포르투갈 한 축구팀이 볼트에게 공개적으로 입단 제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포르투갈 4부리그 소속 SC 베이라-마르는 구단 페이스북에서 흥미로운 제안을 내놨습니다. 이들은 “세계 최고의 팬, 3개의 햄버거, 하루 12개의 계란, 셀카봉 등을 제공할 수 있다”며 볼트의 입단을 권유했습니다.
실제 이 제안이 성사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포르투갈 4부리그 선수들은 프로 신분조차 아닙니다. 이들 스스로도 기대감이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베이라-마르는 자신들의 익살스런 제안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자 페이스북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축구계의 끊임없는 관심에 과연 볼트가 축구선수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현실은 볼트에게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볼트의 장점인 스피드가 축구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지만 스피드가 있는 선수가 무조건 축구를 잘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축구 통계 사이트 OPTA는 축구선수들의 경기 중 속도를 분석한 결과를 내놓기도 했는데요. 당시 순위를 살펴보면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 쉐인 롱(사우스햄튼), 안토니오 발렌시아(맨유), 매튜 레키(잉골슈타트), 린든 구치(선덜랜드) 가 ‘TOP 5’를 차지했습니다. 물론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뛰어난 선수들이지만 ‘가장 빠른 이들이 과연 가장 뛰어난 선수냐’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는 대답이 나오기는 어렵습니다.
티에리 앙리, 라이언 긱스 등 축구스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온 볼트. 사진=우사인볼트 인스타그램
공개적으로 관심을 드러낸 팀은 대부분 볼트의 ‘유명세’를 이용하고 싶은 것입니다. 맨유는 이벤트 경기인 ‘레전드 매치’에 볼트를 초대했습니다. 과거 도르트문트도 그를 초청 했지만 정식 입단이 아닌 프리시즌 경기에 그를 불렀습니다. 이는 구단 용품 스폰서인 ‘퓨마’사가 볼트 개인 스폰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조던. 일요신문DB
첫해 저조한 활약을 보였고 이듬해엔 나아지는 듯 했지만 조던은 이내 자신의 친정으로 돌아왔습니다. 첫 복귀 이후 다음 시즌인 1995-1996 시즌에 압도적인 모습으로 우승컵을 탈환했습니다. 그는 야구장에서보다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축구 역대 최고 수비수로 평가받는 파올로 말디니가 테니스 선수에 도전하기도 했습니다. 2009년 축구 선수 생활을 마감한 그는 지난 6월 남자프로테니스(ATP) 아스프리아컵 챌린저대회 복식에 출전했습니다. 의욕적으로 나섰지만 1회전에서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국내에서도 스포츠 스타들의 ‘이색 도전’이 있었습니다. 육상 100m 한국 신기록 보유자였던 고 서말구 선수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서 선수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롯데는 그의 스피드가 대주자로 활용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도 프로야구 1군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습니다.
이봉걸. 일요신문DB
물론 스포츠 스타들의 종목 전향에 실패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스포츠 스타 롤로 존스는 여자 허들 60m와 봅슬레이 2인승 미국 대표로 하계와 동계 올림픽에 모두 출전한 바 있습니다.
국내에선 스피드 스케이팅 박승희 선수가 쇼트트랙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종목을 바꿔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같은 활약이 가능한 이유는 각기 다른 종목이지만 운동 메커니즘이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미국의 일부 선수들은 미국프로풋볼(NFL)이나 MLB 모두를 거친 선수가 종종 있습니다. 1990년대 초반 디온 샌더스, 보 잭슨 등은 양 종목에서 우승을 두고 다투거나 올스타에 오르는 등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 또한 볼트와 같은 갑작스러운 종목 전향은 아닙니다. 이들은 학창시절까지 두 종목을 병행해왔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볼트가 운영하는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사진=‘트랙 & 레코드’ 페이스북
30대 육상 선수가 프로 축구선수로 변신한 극적인 스토리는 과거 사례에서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마지막 경기에서 부상을 입은 볼트는 현재 회복 중입니다.
은퇴 이후 첫 명함은 ‘패스트푸드점 사장님이 될 전망입니다. 런던에 패스트푸드점을 열 계획이 전해졌습니다. 이미 지난 11년 고향인 자메이카에 패스트푸드점을 오픈했지만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았습니다. 은퇴를 선언한 현재는 경영 참여를 예고하고 나섰습니다. 육상 트랙 위에서 세계기록을 작성하며 1인자로 활약했던 그가 요식업계에선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해지고 있습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