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서병수 부산시장의 토크콘서트를 보기 위해 해운대 구남로에 운집한 군중의 모습. 이날 자리한 이들의 대부분이 60대 이상의 노년층이었다.
[부산=일요신문] 하용성 기자 = 속빈 강정이요, 말뿐인 ‘끝장토론’이었다. 부산지역 현안과 내년 지방선거 등의 주제를 두고 날선 공방이 오갈 것이란 일부의 기대는 헛꿈이 됐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서병수 부산시장은 지난 27일 오후 5시30분 부산 해운대 구남로에서 예정대로 토크콘서트를 가졌다.
개그맨 김학도 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크쇼는 홍 대표와 서 시장이 정책 및 현안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고 현장에 참석한 시민들의 질의에 응답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하지만 토크쇼는 당초 기대와는 딴판이었다. 우선 민감한 탈원전 정책을 놓고도 예상과는 달리 서로 논쟁을 피하며 직접 충돌하지 않았다.
또한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해운대 구남로를 장소로 택했지만, 정작 자리를 메운 건 60대 이상의 노년층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이날 토크쇼에서 주목된 장면은 서병수 시장이 ‘해운대’로 삼행시를 지어 홍 대표에게 헌납한 대목이다.
서 시장은 이날 “해운대처럼 시원하고,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 대찬 남자 대찬 남자 홍준표”라며 홍 대표를 잔뜩 치켜세웠다.
서 시장의 발언은 그동안 두 사람이 사안별로 계속 각을 세운 것에 비춰보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의례적인 인사말 정도로 봐야한다는 의견이 중론이지만, 서 시장의 좁아진 당내 입지를 대변했다는 분석도 있다.
홍 대표를 향한 서 시장의 저자세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홍준표 대표는 시민 질의에서 서 시장을 지지하는 발언이 이어지자 “이런 식으로 하면 나는 가겠다. 이런 식으로 짜고 한다는 게 나타나면(페이스북 시청자들이) 바로 나간다”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지만, 서 시장은 아무런 대꾸도 달지 못하고 그저 지켜만 봤다.
이처럼 ‘맞장 토론’이란 거창한 이름으로까지 불리던 두 사람의 회동은 서 시장이 잔뜩 몸을 낮추는 모습만 보인 채 끝이 났다.
서 시장의 이 같은 모습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받아야 할 처지와 지지도 하락이란 두 개의 요소가 교차하면서 나온 필연적인 결과물이란 해석이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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