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출 시 태양광사업 직접할 듯…업계 “단일 전력 공급자가 제조까지 하면 독과점 우려”
지금까지 한국전력공사(한전)와 그 자회사들은 원전과 석탄 발전에 집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민간업체가 651만kW, 한전 자회사가 90만kW의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했다. 하지만 앞으로 다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회에서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을 적극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진출한다면 태양광 발전 사업만큼은 직접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설 설비에 적지 않은 투자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본금이 3조~5조 원 수준(한국수력원자력은 약 25조 원)인 한전의 자회사들이 하기에는 버겁다. 한전이 직접 발전 사업을 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한전은 국내에서 전력 구입·송전·배전 등의 업무만 할 수 있다. 전력 생산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 한전의 자회사들 몫이다.
국회에는 한전의 전력 생산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 산업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9월 정기국회에서 상정이 될 것으로 보이며 그때 산업부에서도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몇 년 전부터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 태양광 사업을 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에 54조 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고 전했다.
최근 국회에서는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진출에 대해 적극 논의하고 있다. 사진은 신안 태양광발전소. 연합뉴스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뛰어든다면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태양광은 일조량, 부지 등에 큰 영향을 받아 한국은 태양광 사업을 펼치기에 매우 불리한 곳”이라며 “풍력발전 역시 소음이 심해 주민 반대가 많아 국내에서는 하기 힘든 산업이지만 정부 뜻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전 관계자는 “수익성이나 세부 투자 방안은 전기사업법이 통과되면 그때 정확한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에 한화, OCI 등으로 대표되는 민간 태양광업체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낸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 위주로 사업을 하고 있어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정부 뜻대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늘리면 국내 시장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어 한전과 경쟁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정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자본력과 추진력이 강한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을 대부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한국에서 전력은 한전을 통해서만 공급되는데 단일 유통망을 가진 업체가 제조까지 하면 독과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부 역시 공정성 훼손을 염려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GS EPS, SK E&S, 포스코에너지 등 민간 LNG발전업체들의 생각은 복잡하다. 문재인 정부가 LNG 발전 비중을 늘린다고 했기에 장기적으로는 업계 전망이 밝아 보인다. 최근 산업부가 한전 자회사들이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의 LNG발전소 전환을 검토하는 것도 LNG발전업체들에 불리하지만은 않다. 민간 LNG발전업체들에 위협이 되는 점은 오히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의지다. LNG업체 관계자는 “LNG는 가격 경쟁력이 약해 석탄이나 원전과 경쟁하는 것보다 LNG끼리 경쟁하는 게 낫다”며 “하지만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에만 신경 쓴다면 LNG업계로서는 반갑지만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탈핵정책 찬반론 첨예…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은? 8월 28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한수원 새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5·6호기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24일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관련해 공론 조사를 설계·관리할 공론화위원회(위원회)가 출범했다. 위원회는 국민 2만 명에게 신고리 5·6호기 건설 찬반여부를 묻는 설문을 실시해 10월 말 정부에 최종 권고안을 제출한다. 위원회는 지난 10일부터 신고리 5·6호기 건설 찬반단체 및 이해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찬핵론자와 탈핵론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해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계에서도 뜨거운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5일 전국 60개 대학의 교수 400여 명은 정부의 탈핵정책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지난 8월 23일에는 부산·울산·경남 지역 교수 300여 명이 탈핵정책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직접적 이해관계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노조, 지역주민들은 건설 중단을 반대한다. 한수원 노조 관계자는 “정부의 초법적인 건설 중단은 지역사회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며 “국내 원자력 산업 및 중소기업의 기자재 공급망 붕괴로 약 2조 6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 및 계약 해지 비용 등 천문학적인 금액이 매몰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 8일 노조는 서울행정법원에 위원회 구성행위 취소 신청을 제기했다. 노조는 “위원회는 원전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자문기구지만 정부가 위원회의 공론 조사 결과와 권고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힌 상태”라며 “법적 근거 없이 설치된 위원회가 대한민국 원자력발전소의 운명과 에너지 미래를 결정할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고 전했다. 탈핵론자들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환경운동연합은 “신고리 5·6호기 인근에는 현대자동차, 조선소, 화학단지, 부산항 등 주요 기간 시설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잠재적 위험도가 후쿠시마의 41배에 달할 정도”라며 “이런 상황에서 위험을 가중시키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고집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고 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