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지원에 날개 단 선수들 ‘굿샷’
한화골프단 선수들. 왼쪽부터 신지은, 지은희, 노무라 하루, 김지현, 김인경, 이민영, 윤채영, 넬리 코다.
[일요신문] 여자골프계에 ‘한화골프단’ 바람이 거세다. 김인경, 김지현, 이민영 등이 소속된 한화골프단은 올해 한국, 미국, 일본 무대를 통틀어 9승을 수확했다. 지난 2011년 팀 창단 이후 역대 최다 기록이다. 준우승, 톱10으로 시야를 넓히면 더 많은 선수들이 있다. 2017년 세계 여자골프 무대를 흔들고 있는 이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일요신문>이 숨은 1인치를 들여다봤다.
# ‘팀 한화’ 전성시대
‘팀 한화’에는 8명의 선수가 소속돼 있다. 이 중 4명이 올해 우승을 경험했다. 김인경과 김지현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각각 3승을 기록했다. 이민영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2승을 올렸다. 노무라 하루도 LPGA 1승을 추가했다.
물론 한화 소속 선수들의 우승은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 팀 창단 이후 2013년을 제외하면 꾸준히 우승자 1명씩을 배출했다. 지난해엔 LPGA 4회, KLPGA 1회, 유럽여자골프투어(LET) 1회로 신바람을 내더니 올해는 투어 일정을 약 3개월 남긴 현재 이미 9회 우승으로 지난해 기록을 넘어섰다.
이 같은 선전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골프단 관계자는 “특별히 하는 건 없다. 다 선수들이 잘해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라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하지만 선수들은 우승 소감을 말하며 골프단에 대한 고마움을 빼놓지 않았다. 과연 한화 골프단은 선수들에게 어떤 지원을 하고 있을까.
# 이동식 트레이닝 센터, 해외 매니저, 투어경비·동계훈련 지원
올해 3승을 거둔 김지현은 KLPGA ‘대세’로 자리 잡았다. 그는 이전까지 문턱에서 번번이 우승을 놓쳐 ‘새가슴’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7년, 125개 대회 만에 첫 우승을 거둔 그는 시즌 최다승을 달리고 있다. 시즌 상금순위 2위, 대상포인트 3위에 올랐다.
그는 올해 달라진 모습의 원동력으로 근육 강화를 꼽았다. 코어 운동으로 근육을 강화해 비거리를 15야드 이상 늘렸다. 이는 골프단이 지원하는 투어밴이 한몫했다. 투어밴은 이동식 트레일러로 내부에 트레이닝 센터가 차려져 있다. 매 경기마다 트레이너도 함께 파견돼 선수들의 체력과 운동 관리를 지원한다.
한화골프단이 선수들에게 지원하는 투어밴. 사진=한화골프단 제공
KLPGA 통산 4승을 기록하고 올해 일본 무대에 진출한 이민영은 곧바로 2승을 거두며 빠른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그는 골프단의 지원 덕분에 일본에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골프단은 일본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에게 현지 공식 매니저를 지원하고 일본 현지 법인을 활용해 각종 행정업무를 돕는다.
한국에 김지현, 일본에 이민영이 있다면 미국에서는 김인경이 활약했다. LPGA 무대 데뷔 10년차인 김인경은 올해 개인 첫 다승에 이어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하며 메이저 대회까지 석권했다. ‘제2의 전성기’를 넘어 개인 최고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다.
김인경에게서 소속팀 한화 외에 다른 브랜드 로고는 찾아볼 수 없다. 의류는 물론 골프클럽도 후원을 받지 않아 ‘자유로운 영혼’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는 얽매이기 싫어하는 본인의 성격 탓도 있지만 “한화골프단에서 내게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골프단은 한·미·일 무대에 상관없이 일부 시즌 경비와 동계훈련비도 지원하고 있다.
# 소속 그룹 타이틀스폰서 대회로 집합
각기 다른 무대에서 활약 중인 한화골프단 선수들이 뭉쳤다. 한화그룹에서 주최하는 ‘한화 클래식 2017’이 지난 8월 31일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8월 31일 한화클래식 대회에서 퍼팅라인을 확인하는 김인경. 이종현 기자
한화는 선수 지원 외에 골프대회 개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까지 ‘한화 금융 클래식’으로 불리던 이 대회는 올해 메이저 대회로 승격됐다. KLPGA는 대회의 역사, 규모 등을 고려해 이사회를 거쳐 메이저 대회로 승인했다. KLPGA 관계자는 “지난 1990년부터 시작된 역사가 깊은 대회다. 상금 규모가 가장 크기도 하다”면서도 “하지만 상금만 많이 준다고 메이저가 될 수는 없다. 그동안 이 대회가 투어 발전에 기여한 점도 반영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화 클래식은 과거부터 로라 데이비스, 구옥희 등 해외에서 활약하는 유명선수도 초청해 국내에서 플레이를 선보이게 했다. 박세리가 1995년부터 1997년까지 3년 연속 우승을 하기도 했다. 또한 2010년대 들어 최나연, 유소연, 김세영, 김효주, 노무라 하루, 박성현이 차례로 우승하며 해외 진출의 교두보가 되기도 했다.
메이저로 승격하며 대회 내부적으로도 변화가 있었다. 충남 태안에서 강원 춘천으로 대회장을 옮겼다. 춘천 제이드팰리스 골프클럽은 ‘백상어’ 그렉 노먼이 설계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에 대해 한화골프단 관계자는 “메이저 대회로 격상된 만큼 한화그룹이 보유한 최상급 골프장에서 대회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해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며 “골프단은 앞으로도 선수들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