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갑부들 세금 피해 ‘I♥LONDON’
▲ 영국 런던의 거리 풍경. | ||
얼마 전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세계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도시는 런던’이라는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특히 중동 및 러시아의 석유 재벌이나 왕족들이 앞다퉈 런던에 집을 사들이는 바람에 최근 몇 년 사이 런던은 ‘억만장자의 도시’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런던의 집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지사. 런던의 집값은 지난 10년 동안 무려 240% 가까이 폭등했으며, 특히 최근 6개월 동안 9.6%나 급상승하는 등 끊임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사람들이 이런 초호화 저택에서 살고 있을까.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에서 살펴본 런던의 부동산 재벌들을 소개해본다.
현재 런던에서 가장 비싼 집을 소유하고 있는 갑부는 카타르의 알 타니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다. 하이드 파크 인근에 건설 중인 ‘원 하이드 파크’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펜트 하우스가 바로 그곳.
이 아파트의 가격은 자그마치 1억 파운드(약 1800억 원)로 단지의 86채 아파트 중 가장 비싼 집이다. 560평이라는 어마어마한 넓이를 자랑하며, 벽과 창문에는 방탄 소재를 사용했다.
2년 후면 완공되는 이 ‘원 하이드 파크’ 아파트는 벌써부터 세계 갑부들의 구입이 줄을 잇고 있다. 86채 중 반 정도가 이미 팔렸다. 대부분의 소유주들이 다른 도시에 고급 저택을 소유하고 있으며 요트나 개인 비행기를 소유하고 있는 부호들이다. 이 단지의 아파트 가격은 기본이 3000만 유로(약 38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런던에 집을 갖는 것이 부호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으니 최근 런던이 ‘세계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도시’ 1위를 차지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 발표에 따르면 런던의 집값은 1㎡(약 0.3평)당 3만 7000유로(약 4600만 원)였다. 2위인 모나코가 3만 5000유로(약 4400만 원), 3위인 뉴욕이 2만 6000유로(약 3300만 원), 4위인 홍콩이 1만 9000유로(약 2400만 원), 5위인 도쿄가 1만 8000유로(약 2200만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 철강왕 락시미 미탈과 그의 1000억짜리 저택. | ||
유럽 부호들이 보통 첼시를 선호하는 반면 러시아 부호들은 비교적 보안이 철저한 나이츠브리지에 집을 구입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런던 중심지의 집값은 평당 1억 4000만 원 정도. 웬만한 집들이 이렇다 보니 작은 원룸 하나가 수억 원대를 호가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얼마 전 런던의 벨그라비아에 저택을 구입한 러시아 최고의 석유 재벌이자 첼시 FC의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경우를 보자. 벨그라비아 체스터 스퀘어에 있는 그의 6층짜리 집의 가격은 4000만 유로(약 500억 원). 그는 지난 2005년과 2006년에도 서로 붙어 있는 또 다른 집 세 채를 구입했으며, 최근 이 집들의 벽을 헐어 하나의 저택으로 개조할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이곳에 살고 있는 이웃들로는 750만 유로(약 95억 원)짜리 저택에서 살고 있는 배우 엘리자베스 헐리와 로저 무어, 그리고 영국인 최고 갑부인 웨스트민스터 공작 등이 있다.
세계 최대의 철강업체 ‘미탈 스틸’의 회장인 인도 출신 철강왕 락시미 미탈 역시 런던에 집을 소유하고 있다. 그가 선택한 지역은 켄싱턴 팰리스 가든. 켄싱턴은 우리나라의 강남과 비슷한 곳으로 러시아의 석유 및 금속 재벌인 레오나들 블라바트닉도 거주하고 있다.
2년 전부터 거주하고 있는 미탈 회장의 저택은 침실 12개와 20대 이상의 주차가 가능한 지하 주차장이 딸린 8550만 유로(약 1000억 원) 상당의 초호화 저택이다.
▲ 알 타니 카타르 부총리와 1800억짜리 아파트. | ||
집값이 비싸다 보니 런던 거주자들 사이에서는 수년 전부터 집안을 넓히는 보수 공사가 인기를 얻고 있다. 부촌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사는 정원 아래에 넓은 지하 공간을 만드는 방법으로 인공 햇빛이 들도록 설계하기 때문에 아무리 지하라 해도 지상처럼 환하고 아늑한 것이 특징이다. 칸의 경우는 이렇게 지하를 파서 105평을 더 늘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런던의 집값 폭등에 대해 몇 가지 원인을 꼽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중동 및 러시아 부호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로라하는 부호들은 보통 시장가격 자체를 따지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집이 매물로 나오면 원하는 가격이 적힌 쪽지를 봉투에 넣어서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건네주기만 한다. 이런 경우 보통 시세보다 훨씬 더 비싼 가격을 제시하기 때문에 거래가 성사될 확률은 거의 100%다.
세계 각국의 부호들이 런던을 선호하는 이유는 부자들에게 유리한 세금 제도 때문이다. 런던에서는 뉴욕보다 더 적은 세금을 내고도 비슷한 크기의 저택을 구입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세금 폭탄을 합법적으로 피하려면 런던으로 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밖에도 최상류층의 방문이 잦은 곳이라는 점, 전세계 바이어들이 몰리는 국제 도시라는 점도 런던의 집값이 뛰고 있는 이유다.
또한 매년 13만 명이나 증가하는 이민자들도 부동산 시장을 부채질하고 있는 한 요인이며, 월세보다는 자신의 집을 소유하는 것을 선호하는 영국인들의 습성도 집값 상승에 한몫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