껄끄럽지만 ‘대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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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두언 의원(왼쪽),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오른쪽) | ||
정 의원은 지난 1월 12일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권택기 의원, 김백준 청와대 총무비서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신재민 문화부 차관 등과 만났다. 이 자리에는 박영준 국무차장도 동석해 정 의원과 ‘오랜만에’ 저녁시간을 함께 보냈다고 한다.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앙금은 남아있겠지만, 두 사람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했다”라고 밝혔다.
최근 여권의 결속력 강화 움직임에 따라 두 사람이 ‘무난하게’ 얼굴을 맞대긴 했지만 실제로 양측이 그간의 감정을 털어내고 완전하게 화해를 한 것으로 보기엔 아직 의문부호가 남는다. 무엇보다 정 의원 측은 여전히 박 차장에 대해 신뢰를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 의원과 가까운 한 소장파 인사는 “앞에서는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 마치 화해한 것처럼 보이지만 돌아서면 다른 소리를 하고 다닌다. 믿지 못할 사람이다. 진정한 화해를 하기 위해서는 박 차장이 그동안 했던 일에 대해 진정하게 반성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런데 정 의원 측이 박 차장에 대해 불신을 하는 배경에 관한 일화가 있다. 때는 지난 2008년 9월 말경. 두 사람 간의 권력 사유화 논쟁 파문이 있은 지 넉 달 정도가 지난 시점이었다. 정 의원은 서울시내 모 호텔 로비에서 우연히 박영준 차장과 ‘조우’를 했다고 한다. 정 의원은 당시만 해도 박 차장에 대한 감정의 골이 깊었던 터라 그를 보고 짐짓 놀랐다고 한다. 그런데 박 차장은 정 의원을 보자 언제 두 사람이 낯을 붉히며 권력투쟁을 했냐는 듯 웃음을 지으며 “요즘 잘 지내시냐”라며 친한 척하며 인사를 건네더라는 것. 이에 정 의원은 같이 인사를 나누긴 했지만 나중에 한 측근에게 ‘그때 난 속으로 좀 당황스럽고 가슴이 뛰었다. 서로 불편한 관계인 줄 알면서도 어떻게 그렇게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을 할 수 있는지 너무 놀랐다’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사실 박 차장은 대선 직후 정두언 의원 등과 인수위원회 인선을 논의할 때 그동안 소장파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점을 의식해 “이제부터 내가 형 노릇 하겠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라며 웃으며 화해를 청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뒤 박 차장의 견제 때문에 권력에서 밀려난 것으로 판단한 소장파 일부 인사들은 “당시 그의 말을 너무 믿었던 게 잘못이었다”라며 땅을 쳤다고 한다. 박 차장의 ‘이중적 행보’에 대해 소장파 일각에서는 여전히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양측의 ‘불편한’ 과거사에도 불구하고 정두언 의원과 박 차장이 최근 인사동 음식점에서 다시 만난 사실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는 게 정가의 평가다. 여권의 권력 구도 변화 움직임과 맞물려 두 사람이 진정으로 화해를 할 수 있는 ‘멍석’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양측의 관계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원한 적도 없고 동지도 없는 곳이 바로 정치의 세계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