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징검다리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공천 장악력 높여 ‘계보 만들기’ 나설 수도
8월 27일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추미애 당대표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특히 추 대표의 ‘자기 정치’ 논란은 호남발 정계개편 노림수로 치환됐다. 국민의당 대선 제보 조작 사건에서 국민의당 대주주인 안철수 대표와 박지원 전 대표를 향해 “머리 자르기”라고 비판하자, 국민의당 중진 의원은 “국민의당 죽이기가 아니냐”라고 강력 반발한 게 대표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인사권을 놓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갈등을 빚었다. 대치 정국에서 연일 거친 입으로 여야 관계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여야 협치에 나선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등과 엇박자를 냈다. 여야 불문 ‘추미애 패싱’이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도 이때부터 제기됐다. 논란 끝에 정치발전위원회(정발위)와 지방선거기획단으로 투 트랙 기조를 유지한 ‘추미애 혁신안’은 언제든 불붙을 수 있는 휘발유성 의제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추 대표의 향후 행보다. 임기(2018년 8월 말) 내 6·13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첫 중간평가인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할지, 직접 선수로 나설지에 따라 판이 갈린다. 추 대표는 3선 도전이 확실시되는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박영선 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대표적인 서울시장 후보군이다.
추 대표와 측근들은 서울시장 출마 여부에 대해 “(지금 말한들)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고 일축하지만, 여전히 대선 징검다리인 서울시장 도전은 열려있다. 변수는 박 시장 등 타 후보군의 파괴력과 추 대표의 대중성 확보다. 지방선거 판이 전면적으로 열리는 내년 초까지 추 대표의 대중성이 현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경우 선수 대신 판을 진두지휘하는 ‘총감독’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8월 21~29일 서울 거주 성인 89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같은 달 31일 발표한 서울시장 적합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3%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추 대표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박 시장(26.3%)과 이 시장(19.5%)이 1∼2위를 차지했고, 황교안 전 국무총리(13.6%)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10.3%)가 중위권을 형성했다. 이어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5.9%),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4.5%), 박영선 민주당 의원(4.4%), 나경원 한국당 의원(4.1%),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2.8%), 김성태 한국당 의원(1.5%) 순이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서울시장판에서 추 대표는 상수가 아닌 변수”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상수가 아닌 것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영향력을 극대화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전했다. 추 대표의 서울시장 파괴력은 낮지만, ‘추미애 계보’의 신호탄인 공천 장악력은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추 대표의 영향력은 지방선거 때까지 유지된다.
추 대표의 가장 큰 강점은 ‘대체재 불가론’이다. 이는 문 대통령의 원사이드(일방적) 주도권 속에서 친문(친문재인)계 중 ‘추미애 대체재’가 있느냐는 현실론과 맞물려 있다. ‘추미애 비토그룹’이 포스트 추미애를 공론화하지 않은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추 대표는 대중성뿐 아니라 당 조직력도 한층 강화시켰다. 추 대표의 승부수인 ‘당원 배가 운동’의 결과다. 당 내부에선 추 대표가 문 대통령 취임 직후 ‘당원 배가 운동’을 시작하자, “서울시장을 겨냥한 자기 정치의 서막”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지난 7월 말 기준 권리당원은 30만 명으로, 6월 초 대비 6만 명이나 증가했다.
애초 목표치로 정한 올해 연말 50만 명, 내년 지방선거 전후 100만 명도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 여의도 안팎에선 민주당 예비후보자를 희망하는 인사들이 “최소 500명씩 가입시키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 대통령을 옹호하는 친문계 성향은 적다는 의미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원 가입을 위한 전산처리 절차가 밀릴 정도”라고 말했다.
추 대표가 부자 증세를 시작으로, 각 이슈마다 총대를 메고 역할론을 수행하는 것도 존재감 확보에 한몫한다. 실제 추 대표는 법인세·소득세 인상안을 밀어붙인 데 이어 북한의 핵 도발 이후 문 대통령이 ‘최고 수준 응징’ 기조로 전환한 것과는 달리, 대화·제재 병행론을 고수했다. 정부가 추진하기 어려운 보유세도 ‘지대 개혁론’을 고리로 군불을 땠다. 일각에선 ‘김동연(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패싱’이 재연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지만, 민주당 한 의원은 “당·청 간 사전 조율된 역할분담”이라고 잘라 말했다. 화약고 이슈에서 문 대통령과 정부는 뒤로 빠지고 당이 개혁안을 추진, 정부 부담은 덜고 지지층 이탈은 막는 1석 2조 효과를 노린 셈이다.
추미애식 ‘식사 정치’도 본격화했다. 추 대표는 8월 31일 추미애호의 1기 지도부를 비롯해 9월 초 초·재선, 중진급 의원들과 잇따라 오찬회동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대규모 당직 개편에 나선 추 대표는 당시 안규백 사무총장을 사실상 경질,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정권교체 직후 당직 개편에 나서자, 당 내부에선 “개국공신을 자른 것이 아니냐”라는 비판이 들끓었다. 추 대표가 1기 지도부와 전격 회동, 그간의 앙금을 턴 것이다. 이 자리에는 윤호중 전 정책위의장, 이원욱 전 전략기획위원장, 금태섭 전 전략기획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변수는 지방선거 공천 과정이다. 추 대표는 9월 6일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인선을 단행했다. 지방선거 공천 작업에 시동을 건 것이다. 위원장은 이춘석 사무총장이 맡는다. 여기에선 궐위상태인 시·도당 위원장을 선출한다. 앞서 청와대로 간 비서관 지역구를 ‘사고 지역’으로 정한 6곳 등의 새 위원장 선출 여부에 따라 당내 갈등이 불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시 추 대표는 ▲서울 강서을(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서울 관악을(정태호 정책기획비서관) ▲경기 시흥갑(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 ▲충남 공주·부여·청양(박수현 대변인) ▲전북 익산을(한병도 정무비서관) 등을 사고 지역구로 정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추 대표가 사고 지역구에 측근을 앉히거나,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사당 논란’에 휩싸일 경우 만만치 않은 후폭풍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정발위 역할 범위를 논의한 8월 18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추미애 탄핵’ 주장까지 제기됐다. 당 내부에선 반추(반추미애) 의원이 80명∼100명에 달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추 대표 측 내부에서 제기된 지방선거기획단에 대한 정발위의 ‘제한적 제안’ 등이 현실화된다면, ‘추미애 비토’가 임계점에 다다를 수도 있다.
정발위가 권리당원 모임을 당의 공식 모임으로 인정하는 ‘기초위원회’(가칭) 도입을 추진키로 한 것도 갈등 요소다. 추 대표 측근인 최재성 위원장이 총지휘하는 정발위가 기초위에 ‘대의원 추천 권한’을 부여할 경우 당내 갈등이 극에 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지점이 ‘추미애계 신호탄’의 딜레마다. 난제 해결의 키는 추 대표가 쥐고 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