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정점 ‘대림코퍼레이션’ 일감 몰빵+편법 승계 종합판 의혹
서울 종로구 대림산업 본사. 박정훈 기자 onepark@ilyo.co.kr
대림코퍼레이션은 2008년까지만 해도 최대주주가 이준용 명예회장(지분율 89.8%)이었다. 그런데 2008년과 2015년 후계자인 이해욱 부회장의 개인회사들과 잇달아 합병을 한다. 그 결과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첫 합병 때 32.12%, 두 번째 합병 때 52.26%로 높아진다. 그룹 지주사 주인이 바뀐 것이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SK C&C와 ㈜SK의 합병으로 최태원 SK 회장이 지배력을 강화한 것과 같은 셈이다.
첫 합병은 이 부회장이 100% 지분을 가진 대림에이치앤엘이다. 그룹 내 해운물류를 담당하던 회사다. 이 부회장은 2001년 설립 자본금과 이후 유상증자 등으로 55억 원을 투자했다. 설립 첫해 매출 204억 원, 순익 55억 원이던 이 회사는 합병 직전 매출 2015억 원 순익 123억 원으로 급성장한다. 현대차그룹에서 정의선 부회장의 후계 밑천이 된 현대글로비스 역할과 꼭 닮았다.
2008년 합병 직전 순자산은 380억 원이었다. 대림코퍼레이션의 5000억 원과 비교하면 7.6% 규모다. 특히 주당순자산(BPS)은 3만 1647원으로 대림코퍼레이션의 7만 4422원의 절반에도 채 못미쳤다. 그럼에도 합병 비율은 대림코퍼레이션 1, 대림에이치앤엘 0.78이었다. 순자산 7만 4422원짜리 주식가치를 순자산 3만 1647원짜리 주식의 78%로 인정했다는 뜻이다. 덕분에 이 부회장은 대림에이치앤엘 지분 100%로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을 32.12%나 갖게 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심지어 합병 8개월 전 대림에이치앤엘은 이 부회장을 대상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한다. 당시 신주발행 가격은 주당 5000원이었다. 합병 직전연도 BPS 3만 1647원의 6분의 1에 불과한 값이다. 그룹 후계자 유상증자 때는 싸게, 그룹 지주사와 합병 때에는 비싸게 값을 매긴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2015년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아이앤에스 합병 때도 다르지 않았다. 1995년 대림정보통신으로 설립된 대림아이앤에스에 이 부회장이 설립 주주였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2001년 말부터 이 부회장이 94.56%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로 확인된다. 삼성SDS 이후 재계에 유행처럼 번진 시스템통합(SI) 업체다. 1999년 매출액 486억 원, 순이익 12억 원이던 이 회사는 합병 직전인 2014년 매출 2667억 원, 순이익 166억 원 규모로 성장한다. 대림아이앤에스에 이 부회장이 투입한 자금은 창립자본금 41억 원(피합병된 아이씨티로 포함)과 2010년 타주주 지분매입대금 68억 원 등 108억 원 남짓으로 추정된다.
15년간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합병 직전 연도 순자산은 883억 원으로 대림코퍼레이션의 9115억 원의 9.68%에 불과했다. BPS은 10만 5911원으로 대림코퍼레이션의 12만 3744원의 85.6%에 불과했다. 그런데 합병가액은 대림코퍼레이션 4만 1072원, 대림아이엔에스 17만 2263원으로 정해졌다. 대림코퍼레이션은 BPS의 3분의 1 수준에, 대림아이앤에스는 BPS의 1.6배 이상으로 평가한 셈이다.
익명의 한 회계사는 “이 해 대림코퍼레이션이 반짝 적자를 내 주당순이익(EPS)이 마이너스가 낸 틈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 합병으로 대림아이앤에스 1주당 대림코퍼레이션 주식 4.19주가 주어졌고, 덕분에 이 부회장 지분율은 52.26%로 높아진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6월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과 4대그룹 간 정책간담회에서 참석해 공개 발언을 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그러면 170억 원도 안 되는 투자로 이룬 이 부회장의 현재 주식가치는 얼마나 될까. 대림코퍼레이션 비상장사이니만큼 주식가치 산정이 쉽지는 않다. 다만 2015년 9월 내부 주식거래 가격이 주당 5만 4426원이다. 이 기준이면 이 부회장 지분 550만 주의 가치는 2993억 원이다. 대림코퍼레이션 실적은 2015년 매출 2조 5894억 원, 당기순익 803억 원에서 2016년 매출 2조 6282억 원, 당기순익 1125억 원으로 좋아졌다. 그리고 실제 2016년 이 주식의 가치는 더 높아졌다.
이준용 명예회장은 지난해 10월 14일 통일과나눔재단에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32.65%에 해당하는 주식 343만 주를 증여했다. 통일과나눔이 외부평가기관에서 받은 주식의 공정가치는 2868억 원이다. 1주당 8만 3436원꼴이다. 이 값을 이 부회장 보유 주식에 대입하면 그 가치는 4590억 원에 달한다.
통일과나눔은 2015년 7월 조선일보 주도로 설립돼 대림산업과 특수관계가 없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특수관계가 없는 성실공익법인은 기부받은 내국법인 발행주식의 지분율 10% 초과분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낸다. 하지만 3년 이내에 그 초과분을 특수관계 없는 자에게 매각할 때는 과세하지 않는다. 연간 배당금이 10억 원 남짓에 경영권과도 상관없는 지분이니만큼 매각이 원활히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상장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대림코퍼레이션이 이 주식을 자사주 형태로 매입해서 소각하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이 부회장의 지분율은 100%에 육박한다. 대림코퍼레이션 법인 차원에서는 자금이 유출되지만 그룹 후계자 개인으로서는 지배력과 함께 보유지분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이 자사주 매입에 투입할 수 있는 배당 가능 이익잉여금은 올 상반기 말 기준 약 6000억 원이다. 통일과나눔이 보유한 지분을 매입하고도 남는 규모다.
대림코퍼레이션과 합병한 대림아이엔에스도 예전 자사주를 매입·소각해 이 부회장의 지분율을 높였던 전례도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대림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간다면 적정합병가치 산정을 위해 대림코퍼레이션 상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재무구조를 볼 때 외부로부터 자본을 조달할 필요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며 “통일과나눔재단 보유 주식을 자사주로 매수한다면 편법증여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