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여성환경연대 유착 의혹…조사 신뢰성 논란 속 “발암물질은 끈끈이에” 주장도
생리대 유해물질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3월이다. 여성환경연대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생리대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검출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강원대 김만구 교수 연구실에 실험을 의뢰했다. 이후 11개 제품에서 200여 개의 화학물질이 발견됐고 이 가운데 휘발성유기화합물과 같은 유해물질이 22종 검출됐다. 가장 많은 유해물질이 검출된 일회용 생리대가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생리대로 공개되면서 소비자들의 릴리안 생리대 환불 요구가 이어졌다.
문제는 여성환경연대가 릴리안을 제외한 다른 생리대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소비자들은 여성환경연대에 모든 조사 결과에 대한 공개를 촉구했지만 여성환경연대는 원칙적으로 생리대 이름이나 제조업체를 밝히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연대는 “최근 릴리안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도 강원대 연구팀의 단독 결정”이었고 “릴리안뿐만 아니라 전 제품과 업체명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이후 유한킴벌리 생리대 역시 유해물질이 검출됐던 제품으로 밝혀지면서 릴리안만 공개된 배경에 여성환경연대와 유한킴벌리의 유착관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또 여성환경연대에 유한킴벌리 상무이사가 포함돼 있고, 연구를 진행한 강원대 김만구 교수팀이 유한킴벌리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았다는 내용까지 새롭게 제기됐다.
이에 여성환경연대는 네이버와 소셜펀딩을 지원해 연구비용으로 충당했다고 밝혔지만 생리대 성분 검출 실험과 관련한 소셜펀딩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생리대 점유율을 보면 유한킴벌리가 시장의 약 57%를 차지해 1위 업체인데 9%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깨끗한나라의 릴리안만이 유해 생리대를 만들었다는 지적으로 불명예를 안게 됐다.
여성환경연대는 식약처와도 대립하고 있다. 식약처는 여성환경연대가 제품명을 포함한 연구결과를 발표하지 않아 기존에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했다. 또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를 통해 이번 조사에 구체적인 시험 내용이 없고 연구자 간 상호 객관적인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았던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휘발성 유기화합물 10종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 업체명, 품목명, 휘발성 유기화합물 검출량, 위해평가 등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성환경연대의 조사를 무효화하는 대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식약처는 “소비자가 지나치게 우려하기보다는 식약처 위해평가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여성환경연대는 생리대 유해물질 실험 분석은 공인된 방법으로 했다며 반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유한킴벌리는 생리대 가격을 인상하려는 시도를 해와 ‘꼼수 가격 인상’이라는 오명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7월 일부 제품 가격을 20% 인상하겠다고 했지만 소비자들이 반발하는 바람에 철회했다. 그러나 얼마 전 또다시 일부 제품을 신제품으로 개발해 출시하며 가격을 인상했다.
릴리안 소비자 500여 명은 지난주 깨끗한나라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계속해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소비자는 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깨끗한나라는 김만구 교수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김 교수는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실험 결과가 반드시 인체 유해성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릴리안이 유해하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생리대 고소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생리대 위해성은 아직 드러나지 않아 소비자들은 여전히 진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2014년 미국 여성환경단체인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는 생리대에서 스틸렌과 염화메틸, 염화에틸, 클로로포름, 아세톤, 에틸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의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 중 스틸렌과 염화에틸, 클로로포름은 발암성 화학물질이고, 염화메틸은 임신과 출산에 영향을 끼치는 생식 독성물질이다. 일회용 생리대의 흡수 커버는 순면이 아닌 폴리에틸렌 등 비닐류이고 생리대 안에 든 솜에는 자잘한 알갱이 형태의 흡수겔이 들어 있는데 이 중 다수가 독성물질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또 생리대 유해물질의 출처로 패드에 붙어있는 ‘접착용 글루’가 지목됐다. 접착용 글루는 생리대를 부착 및 고정시키기 위해 구성되는데 포함성분인 하이드로카보누지, SBC 열가소성고무수지 등이 국제연합 지정 발암물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식약처는 SBC가 국제암연구기관에서 인체발암물질로 볼 수 없는 물질에 해당하며 미국에서는 식품 첨가물로 쓰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소견은 갈리고 있다. 류재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화학물질은 자연과 우리 몸 속에도 있는 것인데 용량, 용법의 문제”라면서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을 논의해야 하는데 무조건 유해물질이라고 해석하면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박철원 분자생물학 박사는 “생리대 성분을 다 공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모든 성분들이 화학성분 또는 화학물질들이 처리된 성분이며 추가로 그 화학공정을 공개해야 원료, 촉매, 용매 또는 중간산물 등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 있다”며 “생리대 각 성분의 화학공정을 공개하면 존재하는 유해성분이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
기저귀는 안전한가? 유해물질 있을 리 없다면서 “성분 공개는 불가” 생리대에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기저귀 역시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생리대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약사법 등에 따른 관리 규제가 있지만 기저귀나 요실금패드는 공산품으로 분류돼 별도의 규제나 관리는 되지 않고 있다. 생리대 제조업체 일부는 기저귀도 생산하고 있으며 구성성분이 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발암물질이 포함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생리대 접착용 글루처럼 기저귀에도 탈부착을 위한 접착제가 포함돼 있어 위험성이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대다수 제조업체들은 생리대 제품구성성분을 공개하고 있지만 기저귀 성분은 공개하지 않았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기저귀에도 안감(부직포), 흡수층(고흡수제, 분쇄펄프), 방수층(폴리에틸렌) 등만이 표기돼 있었다. 박철원 분자생물학 박사는 “회사가 기저귀 전성분을 공개해야만 유해물질 분석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저귀는 대소변을 흡수하고, 생리대는 생리혈을 흡수한다는 다른 기능을 갖고 있다”며 “용도 자체도 다르고 원자재와 공정, 생산 공장 또한 달라 같은 유해물질이 나온다는 주장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지만 구성성분을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지난 2월 피앤지 기저귀 등에서 살충제 성분인 다이옥신이 검출돼 매장에서 회수하는 일이 있었다. 프랑스 잡지 <6천만 소비자들>이 프랑스 내 유통되고 있던 기저귀 일부에서 제초제와 살충제 물질이 발견됐다고 보도하면서 환불 요청이 쇄도했던 것. 이에 피앤지 측은 화학물질이 극미량만 발견됐고, 유럽의 안전 기준에도 한참 못 미쳐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최] |
[유해식품 논란의 역사] 유죄든 무죄든 ‘도마 오른 기업들’ 난도질 살충제 계란에 이어 생리대 파동까지 최근 국민들이 생필품을 사용하는데 위험을 느끼고 있다. 파동 당시 가해자로 몰렸던 일부 기업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피해 회복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달 5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맥도날드 고소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피해 어린이 어머니인 최은주 씨(왼쪽)는 맥도날드 해피밀 세트를 먹은 딸(4)이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려 신장장애를 갖게 되었다며 이날 검찰에 한국맥도날드 유한회사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연합뉴스 지난 1989년 라면에 공업용 우지가 들어있다고 해 수천만 개의 라면을 폐기처분한 적이 있었다. 이른바 ‘우지파동’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라면에 공업용 소기름이 들어있어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이에 영업정지 조치를 당했고 사측 임직원이 구속되기도 했다. 삼양라면은 결국 8년 뒤인 1997년이 돼서야 대법원에서 우지가 식품으로 적합하다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까지 국내 라면 시장의 70% 정도를 점유하던 삼양라면은 우지 파동에 따른 매출 하락으로 후발주자인 농심에게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2004년에는 단무지가 쓰레기봉투에 담기는 장면이 보도되면서 쓰레기 만두 파동이 있었다. 한 만두 업체가 버려진 단무지로 속을 채운 만두를 판매했다고 보도됐고 조사 이후 적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은 해당 업체의 만두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했다. 그러나 당시 다수 만두 업체들은 매출 하락으로 문을 닫았고 한 업체 사장은 무고하다며 목숨을 끊기도 했다. 남녀노소가 애용하는 맥도날드 버거 역시 최근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걸렸다는 피해자들이 나타나면서 화제가 됐다. 이후 집단 장염까지 일어나 불고기버거는 판매가 중단됐다. 이에 따라 햄버거가 HUS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한 법적 공방이 진행중이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