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콜걸 서비스’도 홈쇼핑처럼
유럽 최대의 위성방송사업자인 ‘아스트라’ 위성방송의 채널을 몇 번 돌리자 보기에도 민망한 반라 차림의 여자 사진이 불쑥 튀어 나왔다.
검정색 가죽 드레스를 입은 화면 속의 여성은 엉덩이를 뒤로 빼고 입을 삐죽 내민 채 시청자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그리고 화면 아래에는 ‘천박한 터키 여자’라는 자막과 함께 전화번호가 현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채널을 돌리자 이번에는 중년의 여성이 란제리를 입은 채 야릇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이 나왔다. 역시 화면 아래에는 자극적인 자막이 올라와 있었다. ‘거친 할망구. 단돈 88센트’.
이처럼 정지 화면과 함께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방송 외에도 한 단계 더 나아가 ‘동영상’을 보여주는 방송도 있다. 반라의 금발 여성이 얼음으로 상대 여성의 가슴을 애무하거나 T팬티를 입은 채 뒤로 돌아서 엉덩이를 내보이는 장면들이 그렇다. 또한 마치 춤을 추듯이 요염한 포즈를 여러 차례 선보이면서 시청자들을 끊임없이 유혹하곤 한다.
끈적끈적하게 흘러나오는 배경 음악은 필수. 그리고 화면 속의 여성은 시청자들을 향해 한껏 섹시한 목소리로 “지금 전화하세요!”라고 유혹한다. 물론 전화번호와 함께 친절하게 가격을 알려주는 자막도 끊임없이 흘러 나온다. 어떤 시청자들은 이런 방송을 보면 마치 홈쇼핑 방송을 보는 것 같다고도 말한다.
요즘 유럽 각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이런 형태의 포르노 방송은 독일의 경우 전체 180개의 위성채널 중 60개 정도다. 대부분이 정지 화면이 나오는 방송이며, 간혹 포르노 영화를 상영하면서 전화번호 자막이 나오는 방송도 있다.
대표적인 방송으로는 Uschi TV, VivaGina, Po6, SexySat TV 등이 있다. 이런 방송들은 대부분 웹사이트도 함께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콜걸이 있으면 언제든 인터넷을 통해서도 신청할 수 있다.
한 포르노 방송 관계자는 이런 새로운 형태의 포르노 방송을 가리켜 ‘TV 전단지’라고 말했다. 마치 콜걸 전단지를 넘겨 보면서 마음에 드는 콜걸을 골라 전화를 거는 것처럼 TV를 보다가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으면 바로 수화기를 들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서비스는 보통 직접 음란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누거나 문자를 보내는 음란채팅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간혹 직접 만남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사용료는 분당 88센트(약 1100원)에서 많게는 1유로 99센트(약 2500원) 정도. 콜걸들은 대부분 ‘완전 끝내주는 여자’ ‘저렴한 여대생’과 같은 예명을 사용하며, 보통 18~45세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이루어져 있다.
정지 화면을 제공하는 포르노 방송의 경우 한달 수익은 약 2만 유로(약 2500만 원) 정도. 동영상을 제공하는 방송의 경우에는 이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낸다. 또한 동영상 방송은 다른 나라보다도 특히 불가리아에서 인기라고 한다.
‘아스트라’의 경쟁사인 ‘유탤샛’은 주로 지중해 지역에서 방송되고 있는 위성방송사업체다. 때문에 주된 고객은 이탈리아와 터키를 비롯해 아랍권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아스트라’보다 더 자극적인 방송들이 주를 이룬다. ‘아스트라’ 시청자들보다 ‘유탤샛’ 시청자들이 더 수화기를 자주 드는 편이기도 하다.
또한 오스트리아의 경우에는 ‘신 포르노 방송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독 이런 형태의 포르노 시장이 활성화를 띠고 있는 나라다. 심지어 공영방송인 ORF도 자회사인 ORS를 통해 버젓이 포르노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라디오 방송국인 RTR도 현재 20여 개의 에로틱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이렇게 포르노 방송이 성행하는 것은 이런 서비스가 불법이 아닌 데다 방송 허가를 받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곤 그저 일정한 법에 따라 사업자 신고만 하면 될 정도로 간단하기 때문이다.
가령 빈에 위치한 ‘StarSat’ 광고홍보회사는 일곱 개의 정지화면 포르노 방송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행전문방송국인 ‘Kuren&Wellness TV’도 현재 포르노 방송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위성방송의 특성상 국경이 없다는 점, 그리고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방송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즉 누구나, 언제 어디서건 시청할 수 있으며, 가령 미성년자도 원한다면 언제든지 손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런 위성 콜걸 방송은 가령 독일에서 제작한 방송을 프랑스에서, 그리고 영국에서도 시청할 수 있기 때문에 온 유럽을 상대로 포르노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스트라’의 경우 유럽 30여 개국에 1억 가구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아무리 한 나라에서는 합법적으로 제작되었다고 해도 또 다른 나라에서는 불법이 될 수도 있으며, 버젓이 불법 방송을 시청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곤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럽 전체가 곧 포르노 물결로 뒤덮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기우이건 아니건 분명한 건 점점 더 TV 앞에 앉아서 수화기를 드는 시청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