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 없는 길까지 다 발 뺄 필요 있나’
SK가 중고차사업 SK엔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2000년 SK의 TF(태스크포스)팀으로 출발한 SK엔카는 이듬해 4월 서울 영등포에 1호 직영점을 내고 중고차 매매업을 시작했다. SK엔카가 직접 매입한 중고차는 자체 진단 과정을 거친 후 오프라인 직영매장과 온라인 직영몰인 ‘SK엔카 직영몰’을 통해 판매된다. 현재 전국 26개 직영매장이 운영 중이다.
SK엔카의 매각 대상에 속한 전국 직영점에는 경기도 오산시에 있는 엔카옥션 경매장도 포함된다. 다만 SK가 2014년 호주 ‘카 세일즈 홀딩스’와 합작해 설립한 중고차 온라인 오픈마켓 ‘SK엔카닷컴’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다. SK엔카닷컴은 카세일즈홀딩스와 합작법인을 세우며 매도 금지 기간을 5년으로 정했다. 현재 SK엔카닷컴은 SK가 50.01%의 지분을 카세일즈홀딩스가 49.9%을 가지고 있다. SKC&C 관계자는 “경기도 오산에 있는 경매장은 직영점에 포함되기 때문에 매각 대상이며 SK엔카닷컴은 SK의 조인트벤처로 별개 법인”이라며 “논의 중인 상대방이 있으므로 매각 배경, 시기 등 현재로서는 어떤 내용도 밝힐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는 SK엔카의 매각 이유를 중소기업적합업종 규제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중고차 소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SK는 2013년 이전부터 중고차 거래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사업을 계속 영위할 수는 있다. 그러나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현 수준 이상으로 매장을 늘릴 수 없어 2013년 이후 매장 수는 그대로다. 사업장 수의 정체에도 불구하고 SK엔카 직영점 매출은 2014년 5849억 원, 2015년 6456억 원, 2016년 8139억 원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SK는 이번 매각 결정으로 중고차 소매업과 경매업에서 모두 철수한다. 외형으로는 사실상 중고차 매매업에서 발을 뗀 것이다. SK엔카닷컴이 남긴 했지만, SK엔카닷컴의 지난해 매출이 SK엔카의 전체 매출 8189억 원 중 4%에 불과하다. 게다가 SK엔카가 영위하는 중고차 매매업과 경매업 모두 매각하는 것이니만큼 온라인 마켓도 결국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앞으로도 SK는 SK엔카닷컴을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오프라인 직영점 사업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철수하지만, SK엔카닷컴은 매년 성장률이 좋은 데다 온라인사업장이기에 중소기업적합업종에 지정되지 않기에 매각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SK엔카닷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37억 원으로 2015년 272억 원에 비해 크게 올랐다.
SK엔카닷컴이 중고차 분야에서 SK만의 강점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매각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국내에서 중고차 소매업을 운영하는 대기업은 중소기업적합업종 이전에 업계에 뛰어든 SK뿐이다. 현대글로비스오토옥션, 롯데렌탈오토옥션, AJ셀카옥션 등 다른 대기업들은 사업자 등록증을 가지고 있고 연회비나 보증금을 내고 회원 가입한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경매업만 진행하고 있다.
현재 중고차 경매업계 1위 업체는 지난해 기준 중고차 경매 누적 대수 80만 대를 기록한 현대글로비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고차 매매업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가진 정보의 비대칭이 심한 대표적인 ‘레몬시장’이기 때문에 대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아무래도 높다”며 “사실 SK의 경우에는 신차 유통업을 겸하는 현대자동차처럼 중고차 경매업이 절실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중고차는 카셰어링과 렌터카 사업에서 주기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SK엔카닷컴을 남겨두었다는 시각도 있다. 정확한 규모를 밝히지는 않지만 SK는 국내 카셰어링 업체 ‘쏘카’와 미국의 카셰어링 1위 업체 투로(TURO)에 지분투자를 한 상태다. 또 SK네트웍스에서는 ‘SK렌터카’를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 중고차 경매업자는 “카셰어링 사업에 사용된 차들은 보통 3년 정도면 중고차 시장에 나온다”며 “롯데렌탈오토옥션, AJ셀카옥션 등에서는 자사의 렌탈사업 과정에서 나온 중고차들이 이미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SK엔카의 주인이 바뀌더라도 ‘엔카’라는 이름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업계 4위안에 드는 SK엔카의 인지도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 최근 공사가 완료된 경기도 오산의 엔카옥션 경매장 오픈식 안내장에는 ‘엔카직영’이라는 표지판을 단 신축 건물 사진이 담겨 있다.
SK엔카의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기존 경매장은 너무 노후화돼 그동안 거의 모바일로 거래됐는데 3주 전쯤 그 근처에 새로운 경매장이 완축됐다”며 “경매장은 회원제로 운영되는데 아직 회원들에게 어떠한 변경사항에 대한 통보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