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이름에 묻어가진 않는다
하지만 여성 지도자들의 남편들은 대부분 전통적인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하기보다는 기존에 자신이 하고 있던 일을 묵묵히 하면서 가급적 언론에 나서지 않는 경향이 있다. 언론을 극도로 회피하는 메르켈 총리의 남편 요아힘 자우어 교수는 심지어 총리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퍼스트 젠틀맨’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일을 갖고 있으며,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의 남편은 대통령을 역임했으며,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남편과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의 남편은 유명한 대학 교수다.
그렇다고 ‘퍼스트 젠틀맨’의 의무(?)를 완전히 내팽개칠 수는 없는 노릇. 문제는 남편들 스스로 적절한 역할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영부인들처럼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남편 곁에 서 있거나 요리를 하거나 과자를 구우라는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든든한 경제적 지원자가 되어주고 있다. 자신의 명성과 인맥을 활용해서 힐러리 캠프에 수천만 달러의 기부금을 모아 주는 등 경제적으로 힘이 되어 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실하고 든든한 남편 그 자체로서의 역할이다. 성심 성의껏 아내를 격려하고 지지하는 역할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자메이카의 첫 여성 총리인 포샤 심프슨밀러는 “에랄드는 내 남편이자 내 친구다. 난 집으로 돌아가서는 남편의 품에 꼭 안기곤 한다. 남편은 내가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바위와 같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