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때론 눈물도 미모도 ‘무기’
▲ 힐러리 로댐 클린턴(왼쪽), 아르헨티나 대통령으로 당선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로이터/뉴시스 연합뉴스 | ||
지난 프랑스 대선 당시 프랑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꿈꾸던 세골렌 루아얄을 향해 반대파 의원이 반 농담조로 던진 질문이다. 하지만 이런 질문 자체가 무색해지는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전세계적으로 ‘여성 정치인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의 선출직 부부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운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의 당선을 계기로 ‘여풍’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태. 또한 이런 ‘여풍’이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힐러리 클린턴의 선거 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재 최고 권력의 자리에 오른 여성 정치인들은 총리 네 명과 대통령 아홉 명 등 모두 열세 명이다. 이들은 수많은 남자들을 물리치고 어떻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 이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어떻게 하면 여성 정치인으로 성공할까’라는 질문에 어느 정도 답을 찾아볼 수 있다. 프린스턴대학의 교지인 <데일리 프린스터니언>이 소개한 답은 다음과 같다.
첫째, 매력적이 되라. ‘철의 여인’으로 불리던 영국의 마거릿 대처 수상처럼 강인하고 남성적인 이미지로만 어필하는 시대는 갔다. 현재 세계를 주름잡는 ‘여걸’들 대부분은 우아하고 부드러우며, 때로는 섹시한 모습을 부각시켜 성공할 수 있었다. 꾸미지 않기로 유명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총리직에 오른 후에는 세련된 스타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둘째, 배우자를 잘 선택해라. 힐러리 클린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의 공통점은 모두 대학 시절 비슷한 야망을 품고 있던 현재의 남편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특히 이렇게 정치적 야망이 같을 때에는 함께 성공할 확률이 높다.
셋째, 좋은 엄마가 되라. 여성 정치인이라면 ‘미혼’보다는 ‘기혼’이 더 유리한 것이 사실. 특히 ‘엄마’로서의 역할과 ‘모성애’를 강조하면 승리할 확률이 높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경우 이런 점을 십분 활용한 대표적인 케이스. 자신이 ‘엄마면서 할머니’란 점을 적극 강조했던 그녀는 “만일 선거 기간 중 임신한 딸이 아이를 낳으러 병원에 간다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넷째, 여성 정치인 인맥을 잘 활용해라. 특히 이웃 나라의 여성 정치인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야 한다. 뭉쳐야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에 ‘여풍’이 함께 불 경우 덩달아 이득을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의 평범한 중산층 출신인 힐러리(60)는 섬유회사 사장인 아버지 덕분에 부족한 것 없이 자랐다. 고등학교를 우등생으로 졸업했으며, 명문여대인 웰슬리대와 예일대 로스쿨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예일대 재학 시절 만난 빌 클린턴과 결혼했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 촉망받는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1992년 클린턴의 영부인으로 백악관에 입성했다. 2000년에는 뉴욕주 상원의원에 당선되었으며, 재선에 성공한 후 현재까지 상원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이때부터 그녀의 ‘최초 기록’은 시작되었다. 퍼스트 레이디로서는 최초로 대학원을 졸업한 케이스였으며, 퍼스트 레이디 최초로 상원의원에 당선됐던 것. 어쩌면 내년에는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기록까지 세울지도 모르는 일이다.
평소 냉정한 성격으로 잘 알려진 그녀는 감정보다는 이성을 더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이런 점 때문에 ‘정치적 야망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이라는 비난도 듣고 있다. 이런 냉정한 태도가 가장 빛(?)을 발했던 것은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이 터졌을 때였다. 당시 흔들리지 않는 태도로 일관했던 그녀의 모습은 아직까지도 미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그녀의 패션 스타일은 부드러움과 강인함이 적절히 조화된 스타일이다. 파스텔톤 정장이나 블라우스를 즐겨 입으며, 머리 스타일은 늘 단정한 커트 머리를 유지한다. 과거 두꺼운 안경에 부시시한 단발머리였던 모습을 생각한다면 눈부신 발전을 이룬 셈이다.
크리스티나(54)는 여러 모로 힐러리 클린턴과 비슷한 점이 많다. 국립 라플라타대 로스쿨을 졸업한 후 변호사로 활동했고 로스쿨 재학 시절 지금의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현 대통령을 만났다는 점도 같다. 여기에 상원의원 출신이란 점, 영부인으로 대선에 출마했다는 점 등도 같기는 마찬가지.
1989년 산타크루스주 지방의회 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정계에 발을 들여 놓았으며, 그 후 연방상원의원과 부에노스 아이레스 상원의원에 차례로 당선되는 등 탄탄한 정치 인생을 살아 왔다. 이런 여세를 몰아 남편의 뒤를 이어 차기 대통령에 선출된 그녀는 ‘세계 최초의 선출직 부부 대통령’이라는 기록과 함께 ‘세계 최초의 영부인 출신 대통령’이라는 기록도 세우게 됐다.
그녀의 카리스마는 원고 없이도 대중 앞에서 즉석으로 감동적인 연설을 할 때 여실히 드러난다. 워낙 언변이 뛰어난 데다 대찬 성격으로 주저하거나 머뭇거리는 법이 없다. 반면 너무 권위적인 태도로 안티도 많다.
그녀의 빼어난 외모와 모델 못지않은 패션 감각 역시 늘 화제거리다. ‘남미판 이멜다’라는 별명이 붙었을 만큼 구두에 미쳐 있으며, 보석과 명품 쇼핑을 즐길 정도로 사치스럽다. 하루에도 여러 번 옷을 갈아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성형 수술에 집착해서 한때 ‘보톡스 여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53)는 2년 연속 <포브스>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선정됐을 만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여성 정치인이다.
동독 출신의 시골뜨기였던 그녀가 이렇게 최고의 자리에까지 오르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하는 그녀의 성격 때문에 동독 시절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별달리 알려진 바가 없다. 라이프치히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으며,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동독 물리화학연구소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는 정도다. 첫 번째 남편과 이혼한 후 17년 만에 물리화학연구소 근무 당시 알고 지냈던 요아힘 자우어 훔볼트대 화학교수와 재혼을 했으며, 슬하에 자식은 없다.
▲ (왼쪽부터)앙겔라 메르켈, 미첼 바첼레트, 콘돌리자 라이스, 율리아 티모셴코 | ||
그녀가 정치인으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뚝심 있는 강인한 성격과 함께 능수능란한 정치력, 필요할 때마다 적재적소에서 꺼내 들었던 ‘여성 카드’가 효력을 발휘했기 때문이었다. 필요하다면 눈물을 보이면서 정책을 밀고 나갔는가 하면 정치적 쇼를 하기보다는 진실한 면을 추구했다.
그녀는 선거 당시 촌스런 이미지가 되레 카리스마가 없어 보인다는 측근들의 말을 듣고 이미지 변신을 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그 결과 현재는 화사한 색상의 옷을 즐겨 입으며, 세련된 헤어 스타일로 우아하게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바첼레트 대통령(56)은 공군 장교인 아버지와 고고학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중산층 가정의 자녀였다. 피노체트 군사 쿠데타로 아버지가 처형된 후 어머니와 함께 강제 출국당하는 등 군사 독재 시절의 피해자였다. 호주와 동독에서의 망명 생활을 거쳐 다시 칠레로 돌아온 그녀는 칠레 의과대학에 입학했으며, 소아과 전문의 자격증을 딴 후 전문의로 활동했다.
현재 그녀는 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 ‘싱글맘’이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혼조차 불법이었던 칠레에서 이혼녀였던 그녀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어쩌면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2000년 보건장관을 거쳐 2002년 칠레 사상 첫 여성 국방장관에 임명되면서 화려한 정치인생을 시작했다. 지난해 중남미 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 선출되면서 화제가 됐다.
잠도 거의 자지 않고 일할 정도로 ‘워커홀릭’으로 소문난 그녀는 거침없는 말투와 직선적인 태도로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다. 이렇게 엄격한 면과는 달리 상냥하고 붙임성 있는 면도 있어서 파티를 즐기거나 춤을 추는 것을 좋아하기도 한다.
라이스 국무장관(53)의 이름 앞에는 유난히 ‘최초’라는 수식어가 두 배로 많이 따라 붙는다. 그녀가 여성인 동시에 흑인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안보 보좌관이자 최초의 흑인 여성 국무장관이기도 하다. 최연소이자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스탠퍼드대 부총장을 역임한 경력도 있다.
고교 과정을 건너뛰고 15세 때 덴버대에 입학했던 그녀는 1년 만에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19세에 우등 졸업하는 등 천재적인 면모를 발휘했다. 덴버대에서 소련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그 후 ‘러시아 전문가’로 명성을 얻었다.
한 번도 결혼한 적이 없는 라이스 장관은 독신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첫사랑은 있었다. 미식축구 광팬인 그녀는 대학생 무렵 ‘덴버 브롱코스’ 팀의 선수였던 릭 업처치와 잠시 사귀었다. 그녀의 미식축구 사랑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근에는 전 미식축구 선수이자 현재 NFL 임원인 진 워싱턴과 은밀한 사이라는 소문도 불거졌다.
‘치마 입은 남자’로 불릴 정도로 라이스는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게다가 부리부리한 눈매와 차가운 인상으로 사나워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취미가 하이힐 수집일 만큼 여성적인 데다 누구보다도 패션에 관심이 많다. 평소 아르마니 정장을 즐겨 입으며, 이브생로랑 립스틱을 즐겨 바른다. 전형적인 커리어우먼 스타일의 단아한 수트에 진주 귀걸이나 목걸이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오렌지 공주’로 불리는 티모셴코(46)는 억만장자 사업가 출신의 정치인이다. 1990년대 국영회사인 ‘우크라이나 통일에너지 시스템’의 사장을 역임했으며, 우크라이나 최초의 여성 사업가로 명망을 얻었다. 현재 <포브스>가 추정하는 그녀의 자산은 약 110억 달러(약 9900억 원)에 달한다.
그녀는 뇌물 수수, 돈세탁, 권력 남용 등의 혐의로 수감된 적도 있으며, 1996년에는 러시아 국방부 관리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경찰에 수배되는 등 위기를 겪기도 했다. 에너지부 장관을 거쳐 2000년 부총리로 임명됐으며, 2005년 우크라이나 여성으로는 최초로 총리 자리에 올랐다.
그녀에게 있어 가장 인상적인 점은 독특한 헤어 스타일과 아름다운 외모다. 티모셴코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그녀의 헤어 스타일만큼은 기억할 정도. 소문에 의하면 매일 이렇게 머리를 땋아 주는 스타일리스트에게 지불하는 비용은 40달러(약 3만 6000원)라고 한다.
‘루이비통’ 마니아인 그녀는 명품 옷을 즐겨 입는 ‘공주 패션’의 대명사다. 최근에는 흰색 옷을 자주 입어서 ‘백설공주’라는 별명도 얻었다. 말로는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한다고 하지만 여성 정치인으로서는 드물게 패션잡지 <엘르>와 폴란드판 <플레이보이>의 커버 모델로 등장해서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 국립대 재학 시절 만난 남편과 결혼해서 딸 하나를 두었으며 27년간 변함없는 부부애를 과시하고 있다.
현직 여성 대통령 및 총리
●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
●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
● 메리 매컬리스 아일랜드 대통령
● 엘런 존슨설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
● 미슐린 칼미레이 스위스 대통령
●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
● 프라티바 파틸 인도 대통령
● 비케프레이베르가 라트비아 대통령
●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 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
● 포샤 심프슨밀러 자메이카 총리
● 루이자 디오구 모잠비크 총리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