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판매 부진 여파 금융 계열사들 흔들 ‘한데로 나오니 춥다, 추워’
현대라이프생명은 2011년 말 현대차그룹이 녹십자생명을 2390억 원에 인수해 출범했다. 현대모비스가 30.28%, 정 부회장이 부인 정명이 씨와 지분 50%를 가진 현대커머셜이 이 회사 지분 20.37%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 49.34%는 2015년 유상증자로 주주가 된 대만 푸본생명이다.
‘혁신의 전도사’로 불리던 정태영 현대캐피탈·현대카드 부회장에 대해 최근 ‘온실경영’ 지적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정 부회장은 현대라이프생명 출범 이후 줄곧 사내이사로 경영을 이끌었다. 하지만 회사는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해외 투자 유치와 증자 등을 통해 4200억 원을 투입했다. 42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까지 발행했지만 영업부진으로 지급여력(RBC)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 때문에 최근 현대라이프생명은 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지급여력(RBC)비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등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는 데다 2021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라 자본 확충을 해야 해서다.
현대모비스의 매출과 이익은 모두 전년 대비 급감했다. 현대·기아차가 세계 1, 2위 자동차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그룹 위기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현대라이프에 1500억 원 넘는 돈을 넣어야 하는 셈이다. 그나마 이번이 끝이 아닐 수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에 대응하기 위해선 이번 유상증자에 이어 추가적인 자본 확충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현대라이프생명 경영난의 불똥은 정 부회장이 이끄는 또 다른 회사인 현대커머셜에 튀고 있다. 현대커머셜도 주주로서 현대라이프 유상증자에 1000억 원가량을 출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커머셜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현대커머셜의 조정자기자본비율은 2008년 이후 지속적인 자산규모 확대의 영향으로 2008년 말 7.9%까지 하락했다. 이 때문에 2009~2011년 1263억 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1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다시 2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그럼에도 2017년 반기 기준 조정자기자본비율은 10.13%로 2015년 말 11.8%보다 크게 낮아졌다.
현대커머셜은 현대캐피탈에서 상용차와 기계장비 등을 따로 떼어 만든 할부금융회사다. 현대·기아차 상용차 판매망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4000억 원대 매출과 1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내는 우량회사다. 그럼에도 자본건전성이 나빠지는 것은 공격적인 자산 확대와 계열사(현대카드 주식 24.54%) 투자 때문이다. 지난 3년 새 매출이 10% 늘어나는 동안 자산은 25.9% 불어났다. 특히 부채가 25% 급증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현대커머셜이 현대카드와 현대라이프생명 등 정 부회장 계열 금융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라면서 “정 부회장 부부 입장에서 향후 금융지주사를 염두에 둔다면 현대커머셜의 자산을 키우는 게 중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좀처럼 흔들리지 않던 현대캐피탈마저 흔들리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실적에 비상이 걸린 경쟁 카드사들이 할부금융을 잇달아 확대하면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의 현대차 할부금융 점유율은 지난해 말 69%에서 지난 3월 말 57%로 급감했다. 기아차는 같은 기간 63%에서 56%로 줄었다.
반면 신용카드사들의 현대차 할부금융 점유율은 지난해 말 17%에서 지난 3월 말 27%로 급등했다. 기아차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19%에서 27%로 늘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좋은 고객들이 캐피탈에서 신용카드로 갈아타면서 신용카드사들의 시장점유율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카드도 최근 신용카드 이용 실적 점유율 3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BC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카드사 신용카드 이용실적(신용판매·금융)에서 현대카드의 점유율은 2016년 1분기 15.11%에서 2017년 1분기 14.86%로 1년 새 0.25%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4위였던 KB국민카드는 13.44%에서 14.09%로 0.65% 확대해 3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를 총괄하는 정태영 부회장이 그동안 그룹사의 도움과 후광만 믿고 너무 안일하게 경영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할부금융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영업에 대한 그룹의 유무형 지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면서 “그만큼 밀어주면 정말 경영하기 쉬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 부회장은 부진한 경영실적에도 불구하고 그룹 후계자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이 올 상반기 현대차에서 받은 보수는 6억 2400만 원이 전부다. 지난해에는 15억 6500만 원을 받았다. 그런데 둘째 사위인 정태영 부회장은 현대카드에서 올 상반기 9억 7900만 원, 지난해 17억 2100만 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대기업 부당거래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등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들이 의존하고 있는 캡티브 시장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며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약체 금융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열희 언론인
신동주 국내 롯데 계열사 지분 매각 왜? 실탄 모아 일본롯데 되찾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국내 주요 계열사 지분을 거의 다 매각하면서 남다른 ‘투자타이밍’이 화제다. 지난 2월에 롯데쇼핑 지분 매각에 이어 이번에도 매각 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결과적으로 차익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지난 12일 분할 및 합병을 결의한 유통 4사의 매수청구권에 응한다고 밝혔다. 주당 매수청구권 가격은 롯데쇼핑 23만 1404원, 롯데제과 20만 4062원, 롯데칠성 보통주 151만 1869원, 롯데칠성 우선주 65만 8720원, 롯데푸드 63만 3128원이다. 이날 종가는 각각 22만 8000원, 20만 1000원, 150만 1000원, 78만 1000원, 61만 원이다. 보유액이 가장 적은 롯데칠성 우선주를 제외하면 모두 시가를 웃돈다. 대량매매(block deal)로 진행할 때 시세 하락을 우려해 제공하는 할인도 필요 없다. 지난 2월 신 전 부회장은 롯데쇼핑 지분 5.5%(173만 883주)를 블록딜로 매각하면서 시가 대비 값을 11% 깎아줬다. 다만 당시 매각가는 주당 22만 60원으로 현 시세인 22만 원과 큰 차이가 없다. 비교적 잘 판 셈이다. 올 연말께 출범할 롯데지주의 시가총액은 4조~5조 원선이다. 1조 원가량의 자금으로는 아무리 차입을 일으킨다고 해도 경영권에 도전하기 어렵다. 롯데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일본 롯데의 경영권을 되찾기 위한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 현안은 호텔롯데 상장이다. 상장을 통해 보유지분을 유동화시켜야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하지만 상장이 지연되면서 차익실현 시기가 불투명하다. 일본인 주주들로서는 상장 차익 대신 지분을 신 전 부회장에 넘기고 현금을 챙길 수도 있다. 신 전 부회장이 지배하는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28.1%를 가진 단일 최대주주다. 일본인 주주들로부터 지분 매입에 성공한다면 일본 롯데에 대한 지배력을 갖는다. 일본 롯데홀딩스만 지배하면 호텔롯데를 통해 신동빈 회장에게 대반격을 가할 수도 있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