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아픈데 ‘뒤’에 손은 왜 넣어?
▲ 일본 <주간겐다이>에 보도된 ‘변태의사’ 마쓰오카의 모습. | ||
도쿠시마 형무소는 주로 재범 이상이거나 조직폭력단원 등의 중범죄자가 수감되는 시설로, 현재 무기징역수를 비롯한 약 1100명이 수용되어 있다.
편지의 주인공 T 씨는 강도치상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고 도쿠시마 형무소에서 5년째 복역 중이었다. 지병인 당뇨병 치료를 위해 형무소 내 병동의 독방에 수용되어 있던 중 2005년 10월 23일 잠옷으로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자살 원인은 확실히 밝혀진 것이 없었지만 T 씨가 동료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그가 자살에 이르게 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그의 편지에는 “내 몸이 점점 쇠약해지는 것을 이용해 이틀 연속으로 폭행을 퍼부었다. 죽을 날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 “그가 복도에서 ‘저런 반항적인 녀석에겐 정맥주사도 놓아주지 마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제 나는 끝이다. 이렇게 되기 전에 ‘마쓰’를 내쫓았어야 했는데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내용이 있다. 편지에 나오는 ‘마쓰’가 바로 ‘변태 의사’ 마쓰오카 히로토다.
자살한 T 씨는 형무소 직원들의 비리를 고발하거나 마쓰오카 의무과장의 이상한 진찰행위를 비판하는 등 형무소 측의 심기를 건드려서 폭력과 학대를 받아온 것으로 보인다. 그는 생전에 마쓰오카가 몇 번이나 항문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휘젓는 등의 학대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변태적인 학대 행위의 희생자는 한두 명이 아니었다.
최근 도쿠시마 형무소 수감자 80명은 마쓰오카 의무과장이 취임한 2004년 4월부터 2007년 7월까지 자신들이 당한 학대행위를 폭로했다. 이들은 형무소와 법무성에 공식 항의를 했고 도쿠시마 지검에 형사고소까지 했다. 68페이지에 이르는 고발장에는 마쓰오카가 저지른 수많은 변태적인 학대행위가 상세히 나와 있다.
“하복부의 팽만감 때문에 진찰을 받았다. 마쓰오카는 다짜고짜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안을 휘저으며 … 그만하라고 부탁했지만 오히려 주위 간호사나 직원들에게 팔다리를 잡혀 꼼짝 못하게 됐다. 극심한 통증으로 몸부림을 치다가 진찰대에서 떨어졌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 때문에 아랫도리가 벗겨지고 항문에서 피가 흐르는 중에도 도망치려 했지만 결국 직원들에게 잡혀 도로 끌려갔다. 항문의 상처가 완치되는 데 석 달이 걸렸다.”
“목에 음식이 걸려서 입원했는데 갑자기 ‘항문을 진찰하겠다’며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피부염으로 진찰을 받으러 갔는데 마쓰오카가 바지를 벗고 엎드리라고 한 후 자신의 손가락을 있는 힘껏 내 항문에 넣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
마쓰오카를 고발한 80명 중 무려 21명이 “항문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학대를 당했다”는 증언을 하고 있다. 심지어 고통을 줄이는 젤조차 바르지 않고 시술했다고 한다. 항문을 진찰할 경우 의사는 미리 환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통증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 그러나 마쓰오카는 이런 기본을 지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심지어 목이나 피부병으로 병동을 찾았음에도 증상과 상관없이 항문 진찰을 실시했다.
사실 마쓰오카의 학대나 폭행 등에 대한 불만은 이미 몇 년 전부터 형무소 인권센터 등에 접수되었다. 그러나 진찰실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마쓰오카 본인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증명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그동안 문제가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2002년 나고야 형무소에서 두 명의 재소자가 교도관들의 집단폭행으로 사망한 후 일본 형무소에는 변호사와 민간인으로 구성된 ‘시찰위원회’가 설치됐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도쿠시마 형무소 시찰위원회 위원장은 “도쿠시마 형무소 수감자들의 상담 내용 중 80%는 마쓰오카 의무과장에 관한 것이다. 수차례 도쿠시마 형무소에 인권 교육 강화와 함께 마쓰오카 의무과장에게도 학대행위를 그만두라고 경고했지만 소용없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마쓰오카는 “치료를 위해 최선의 처치를 한 것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형무소를 관할하는 법무성 교정국 또한 “조사 결과 도쿠시마 형무소에서 의사가 학대 등의 위법행위를 한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적절한 치료가 행해졌다”는 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형무소와 법무성에서 이번 사건을 쉬쉬하며 넘어가려는 배경에는 고질적인 형무소의 의사 부족난 때문에 쉽게 마쓰오카를 처벌할 수 없다는 사정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