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만 크리스찬 디오르인데…”
▲ 이희호여사(좌측), 이순자여사 | ||
‘옷로비 사건’은 이희호 여사의 적극적인 활동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는데 이 여사는 자서전 <동행>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항변하기도 했다. “그때 이신범 의원이 내가 크리스찬 디오르 옷을 입고 다닌다고 했는데 난 도대체 그런 옷을 입은 기억이 없어요. 옷장 문을 열고 있는 옷을 모두 다 살펴봤는데 제 옷 중 단추만 ‘CD’ 이니셜로 된 것이 딱 한 벌 있더군요. 그것도 좋아하지 않는 옷이라 지하에다 걸어놓고 있던 것인데….” 측근들 중에는 옷을 증거물로 내보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었으나 이 여사는 “사실이 아닌 것에 대응하기 싫다. 진실은 언젠가는 알려지게 된다”며 이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연희동의 빨간바지’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던 이순자 여사는 개성표현에 솔직해 한복에 금박이나 수를 놓은 화려한 스타일을 선호했다. 당시만 해도 정치인들의 부인들은 전면에 나서지 않는 시대였으나 군인 시절부터 아내를 동반하고 다녔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공식행사장에 꼭 이 여사를 대동했다. 80년대 컬러텔레비전이 등장하고 화면에 비친 이 여사의 화려한 의상은 국민들에게 거만하고 사치한 인상을 주어 거부감을 일으켰다. 이 여사는 옷을 고를 때 상당히 공을 들였던 것으로 전해지지만 이 전략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던 셈이다.
조성아기자lilychic@li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