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새 회계기준 도입 대비 ‘주시’…섣불리 노렸다가 빈 껍데기 안을 수도
신한금융은 올 상반기 국내 금융지주사 중 영업이익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KB금융지주(KB금융)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어 1위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 KB금융의 약진에는 국민은행, KB증권뿐 아니라 KB손해보험의 역할도 컸다. KB손해보험은 올해 상반기 매출 6조 354억 원, 영업이익 2837억 원을 올려 KB금융 실적에 기여했다. 반면 신한금융은 명색이 1위지만 KB손해보험에 대항할 손보사가 없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연합뉴스
금융지주사가 손보사를 소유하면 여러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선 금융사의 대부분 상품을 묶어 패키지 상품으로 출시할 수 있다. KB금융의 경우 지난 3월 적금, 대출, 보험, 카드, ELS(주가연계증권), 펀드, 6개 상품을 한 번에 제공하는 ‘KB일코노미 청춘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는데, 보험 상품으로 KB손해보험의 ‘KB 일코노미 암보장 건강보험’을 포함시켰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일반 손보사는 상품을 팔 수 있는 채널에 한계가 있지만 금융지주사는 은행망을 통한 판매가 가능하다”며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이름값이 있어서 고객들은 같은 수준의 보험 상품이라면 금융지주사 소속 보험사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손해보험 시장 자체도 성장 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10대 손보사(삼성화재, 동부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흥국화재, NH농협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중 공시의무가 없는 MG손해보험을 제외한 9개사 매출의 합은 45조 7195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42조 4921억 원보다 3조 원 이상 늘었다.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상반기 1조 7597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2조 5254억 원으로 상승했다. 회사별로 살펴봐도 흥국화재를 제외한 8개사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늘었다.
신한금융은 올해 상반기 금융지주사 중 영업이익 1위를 차지했지만 손해보험사가 없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설사 롯데손보는 아닐지라도 조 회장이 손보사 인수 의지가 있다는 말은 계속 흘러나온다. 최근에는 조 회장이 손보사 고위직 인사들을 여러 차례 접촉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 회장이 손보사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건 사실”이라며 “다만 금융지주사 회장쯤 되는 사람이면 여러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기에 손보사 인수를 위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해외 현지 손보사를 인수해 현지에서 영업하는 것도 가능한 방안 중 하나로 떠오른다. 조 회장도 스스로 “취임 이후 관심을 가졌던 매물은 대부분 해외에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해외 현지 영업은 국내 금융사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인수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앞의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신한금융의 해외 M&A를 살펴보면 필리핀 이스트웨스트은행 지분에 투자하는 등 은행에 집중하고 있다”며 “해외 비은행 M&A와 이를 통한 현지영업은 현지에서 신한은행이 완전히 자리 잡은 후 진행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 조 회장이 손보사 인수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2021년 도입 예정인 보험계약회계기준(IFRS17)에 있다고 분석한다. IFRS17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내줄 보험금을 계약 시점의 금리를 적용한 원가가 아닌 현재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다. 과거 보험사들이 판매한 고금리 상품의 부채를 현재와 같은 저금리로 평가하면 부채 규모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 8일 한화손해보험이 이사회를 열어 22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하는 등 보험사들은 IFRS17에 대비한 자본 확충에 나서는 상황이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금융 시장에서는 현재 보험사들이 주장하는 자산가치와 IFRS17 도입 후 변경되는 가치는 상당히 다를 것이라고 본다”며 “회사의 가치를 측정하는 게 상당히 어렵다 보니 자칫하면 빈 껍데기를 큰돈 주고 살 수 있다”고 전했다.
금융권에서는 조 회장의 손보사 인수에 나선다면 그 시기를 보험사들이 IFRS17에 대한 대비가 어느 정도 끝난 2019년으로 예상한다. 조 회장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다. 하지만 신한금융 관계자는 손보사 인수설에 대해 “지금 단계에선 말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민간 출신 VS 관료 출신’ 차기 손보협회장 누구? 지난 5일 손해보험협회는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 20일 1차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추위는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을 위원장으로 선임하고 후보 추천 기준을 논의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민간 출신이든 관료 출신이든 산업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으로 차기 회장 후보를 물색해 추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차기 손해보험협회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서태창 전 현대해상 사장과 김병헌 전 KB손해보험 사장, 허창언 금융보안원 원장, 강영구 메리츠화재 사장 등이다. 장남식 현 회장의 연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태창 전 사장과 김병헌 전 사장은 민간 출신인 반면 허창언 원장과 강영구 사장은 금융감독원(금감원)을 거친 관료 출신이다. 2014년 8월 장남식 회장이 선출될 당시 회추위는 회장의 자격 요건을 보험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한정했다.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관료 출신이 적합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 관료 출신에게도 기회를 준 것으로 보인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의 임기는 오는 11월,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의 임기는 오는 12월까지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의 임기도 내년 2월 만료된다. 금융협회 수장들의 대거 교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손해보험협회장이 첫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장남식 회장의 임기는 지난 8월까지였지만 회추위가 이제야 열린 건 정부의 눈치를 봤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금융협회장에 올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정권에서 수혜를 누린 것”이라고 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