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초월한 사랑 ‘성폭행’ 당하다
▲ 지난 3월까지는 퍽 다정했던 로르 마나우두와 전 남자친구 루카 마린. 로이터/뉴시스 | ||
이는 사진을 유포한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사람이 얼마 전 헤어진 전 남친이자 이탈리아 국가대표 수영선수인 루카 마린(21)이기 때문이다. 한때 프랑스와 이탈리아 양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경을 초월한 핑크빛 로맨스는 결국은 잿빛 누드 공방으로 퇴색되고 말았다.
“마치 성폭행 당한 기분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 없이 누드 사진이 유포된 것에 대해 마나우두는 이렇게 표현했다. 하지만 온 프랑스 국민들의 분노도 그녀 못지않게 극에 달해 있다. 거기다가 ‘반 이탈리아 감정’까지 확산되고 있어서 자칫하다간 두 나라 간에 험한 일(?)까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감정이 폭발하게 된 원인은 역사적으로 뿌리 깊은 두 나라 간의 오래된 라이벌 의식도 한몫하고 있지만 가장 최근의 일로 보자면 2006년 독일 월드컵 결승전 때문이기도 하다. 당시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결국 ‘프랑스의 영웅’ 지네딘 지단의 박치기 사건까지 불거지면서 양국 간에 마찰을 일으켰다. 당시 지단의 퇴장으로 수세에 몰렸던 프랑스는 결국 승부차기 끝에 이탈리아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안 그래도 ‘그때 그 사건’으로 이를 갈고 있던 프랑스 언론들은 이번에는 자국의 ‘수영 여왕’이자 ‘프랑스 인어’로 통하는 마나우두마저 이탈리아인들에게 모욕을 당하자 일제히 들고 일어섰다.
마나우두를 보호하고 나선 프랑스 언론들은 누드 사진에 대한 이탈리아 언론의 무분별한 기사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다. 그리고 ‘누드 사진을 유출한 것 역시 분명히 마린이 맞다’라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마나우두에게 버림 받은 마린이 복수를 하기 위해서 일부러 사진을 흘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탈리아 언론들은 연일 누드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포르노 사진 같다’는 등 자극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고 있다.
사실 이탈리아 언론이 이렇게 마나우두의 누드 사진을 대서특필하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 한때 자국의 선수와 사랑에 빠져 조국마저 버리고 이탈리아로 이사까지 오면서 호들갑을 떨었던 마나우두가 결국은 마린을 차버렸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감히 이탈리아 수영 영웅, 그리고 더 나아가 이탈리아를 우스갯거리로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린은 정말 복수심 끝에 누드 사진을 퍼뜨린 걸까. 이에 대해 마린은 “난 절대로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둘이 헤어진 직후에 누드 사진 파문이 일었기 때문에 그가 ‘범인’이라는 의혹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을 듯 보인다.
▲ 유출된 마나우두의 누드사진들. | ||
결국 이날 마나우두는 자신의 주종목인 200m 자유형에서 은메달에 그치고 말았다. 프랑스 언론들은 “마린 때문에 마나우두의 성적이 부진했다”면서 비난했다.
둘이 헤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 의견이 분분한 상태. 하지만 마나우두가 새로 사귀기 시작한 프랑스 수영 선수 벤자민 스타시울리 때문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마나우두와 스타시울리는 현재 수영장 곳곳에서 애정 표현을 하면서 공식 커플로 지내고 있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던가. 불과 반 년 전만 하더라도 마나우두에게는 마린이 온 세상의 전부인 듯 보였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 5월 돌연 “사랑을 찾아 프랑스를 버리고 이탈리아로 떠난다”고 말해 프랑스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게 엊그제 같았는데 말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일약 ‘프랑스 수영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마나우두는 현재 ‘범국민적 영웅’으로 추앙 받고 있다. 프랑스 여자 수영 사상 최초, 그리고 1952년 이후 처음으로 프랑스에 수영 금메달을 안겨준 보배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2관왕에 오르는 등 상승세이기 때문에 올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거는 기대도 크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마나우두는 지난해 한 조사에서 지단을 제치고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선수’로 뽑히는 영광을 차지하기도 했다. <르 몽드>지는 그녀를 가리켜 ‘프랑스 역사상 최고의 수영선수’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런 보물 같은 선수를 한때 이탈리아에게 빼앗길 뻔했으니 프랑스인들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듯. 마린과의 사랑에 푹 빠져 있던 마나우두가 조국 대신 사랑을 택하고 이탈리아로 떠났던 것은 지난해 5월이었다. 당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난 프랑스도, 이탈리아도 아닌 내 일생의 사랑을 선택했다”고 말했던 마나우두는 그렇게 홀연히 이탈리아로 떠나 버렸다.
이에 프랑스 사람들은 ‘혹시 마나우두가 마린과 결혼을 해서 이탈리아로 국적을 바꾸면 어쩌지?’ ‘그럼 베이징 올림픽에 이탈리아 대표로 출전하는 건가?’라는 등 전전긍긍했다. 비록 마나우두가 “프랑스 국적을 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행여 이탈리아인들이 마나우두를 부추겨서 서둘러 결혼할 것을 종용하면 어쩌나 하는 데까지 걱정이 미쳤기 때문이다. 당시 한 언론은 “프랑스의 국보가 이탈리아에 납치 당했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하지만 이탈리아로 떠난 지 3개월 만에 마나우두는 이탈리아 수영 클럽에서 퇴출당했으며, 결국 다시 고향인 프랑스로 돌아왔다. 이유는 게으름과 불량한 태도 때문이었다. 이래저래 한바탕 꿈처럼 허무하게 끝난 사랑이긴 하지만 뒤끝이 이렇게 처참할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