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 하천 둑길에서 나체 여성 시신이 발견돼 사건 현장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충북 청주 흥덕경찰서는 평소 알고 지내던 20대 여성을 둔기로 때려 살해하고 나체 상태로 유기한 A 씨(32)를 살인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자신의 여자친구와 친한 피해여성 B 씨(22)가 평소 주변사람들에게 자신과 여자친구를 험담하고 다닌 것에 화가 나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A 씨의 여자친구와 피해자 B 씨는 10년 정도 알고지낸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날 오전 6시 47분쯤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장남천 뚝방길 인근 들깨밭에서 B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B 씨는 나체 상태로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었고, 머리와 얼굴에는 맞은 것으로 보이는 심한 상처가 있었다.
또한 시신 주변에서 B 씨가 입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원피스와 속옷, 슬리퍼, 혈흔 등이 발견됐다. 하지만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소지품은 없었다.
경찰은 시신의 상태 등에 미뤄 타살에 무게를 두고 B 씨의 주변인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시신이 발견된 곳 인근 CCTV 등을 분석했다.
특히 B 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용 분석한 결과, 지난 18일 오후 무렵 B 씨와 통화한 A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을 시작했다. CCTV 분석으로 A 씨의 승용차가 동선을 파악한 경찰은 20일 오전 1시 10분쯤 강원도 속초의 한 숙박시설에 숨어 있던 A 씨를 검거했다.
A 씨의 승용차에서는 B 씨 휴대전화와 지갑 등이 있었다. 또한 B 씨의 것으로 보이는 혈흔도 발견됐다.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현장에 있던 피 묻은 둔기와 A 씨 승용차에서 나온 혈흔이 일치하는 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식을 의뢰했다.
국과수 부검 결과가 두부 손상에 따른 사망으로 나옴에 따라 경찰은 A 씨가 지난 18일 B 씨와 통화한 뒤 만나서 언쟁을 벌이다 들깨밭에 있던 농사용 도구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경찰 측은 “구체적인 범행 동기나 옷을 벗겨 시신을 유기한 이유 등에 대해서는 보강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A 씨 자백과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내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