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소리 나는 강연, ‘악’ 소리 나는 내용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54)가 입 하나로 떼돈을 긁어 모으고 있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다름이 아니라 쓸데 없이 비싼 강연료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해도 너무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
지난해 6월 총리직에서 물러난 블레어 부부의 현재 월수입은 110만~220만 달러(약 10억~20억 원) 정도. 어마어마한 액수를 자랑하는 이들 부부의 주된 수입원은 대부분이 강연료다. 현재 유엔 중동평화특사로 활동하고 있는 블레어는 세계 각지를 돌면서 자신의 총리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그 강연료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가령 지난해 중국 둥관시에서는 두 시간 연설에 최대 50만 달러(약 4억 5000만 원)를 챙겼다. 분당 4166.6달러(약 390만 원), 초당 69.4달러(약 6만 5000원)를 벌어들였던 셈이다.
하지만 더 심각했던 문제는 강연 내용이 ‘억’ 소리 나는 이름값에 비해 형편 없었다는 사실이다. 뻔한 내용이었으며 흥미나 관심을 불러 일으킬만한 요소도 전혀 없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강연에 당시 중국 언론들은 “비싼 돈을 내고 들을만한 가치가 없는 강연이었다”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부인인 셰리 블레어 역시 강연료로 짭짤한 재미를 보아 구설에 올랐다.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에서 ‘총리 부인의 삶’이라는 주제로 여러 차례 강연을 했던 셰리는 90분 강연에 6만 달러(약 5000만 원)를 받았으며, 일주일 동안 총 30만 달러(약 2억 5500만 원)라는 거금을 챙겼다. 또한 2006년에는 호주에서 열린 자선 모임에서도 20만 달러(약 1억 7000만 원)를 받고 연설을 해서 비난의 대상이 됐다. 당시 셰리의 강연료는 자선 모임에서 거두어진 기부금보다도 많았다.
한편 현재 ‘강연료 킹’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으로 회당 적게는 10만 달러(9400만 원)에서 많게는 45만 달러(약 4억 원)를 받고 있다. 2001년 퇴임 후 지금까지 클린턴이 강연료로 벌어들인 돈만 4000만 달러(약 380억 원)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