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의 여걸 파이브 “날 보러 와요”
▲ 퍼팅을 시도한 후 리액션을 보이고 있는 우에다 모모코. 로이터/뉴시스 | ||
우에다 모모코(21) - 승부욕에 감정 안 숨기는 ‘터프 걸’
상금 랭킹 1위 총 상금 1억 6611만 엔(약 14억 9500만 원)
우에다는 데뷔 3년째 되던 해인 지난 2007년 5승을 올리면서 여성 선수로서는 최연소 상금왕의 자리에 올랐다. 모모코(桃子)라는 그녀의 이름은 태어날 때부터 유난히 엉덩이가 탐스러워(?) 일본어로 복숭아처럼 예쁜 엉덩이를 가리키는 표현인 ‘모모시리(桃尻)’에서 따온 것으로 유명하다. 스스로도 블로그 제목을 ‘모모시리’라고 붙일 만큼 자부심을 갖고 있어 그녀의 엉덩이는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그녀의 자신감은 승부욕으로 그대로 나타난다. 시합 중 실수를 했을 때 스스로를 다그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방송된 적이 있으며, 시합을 할 때는 물론이고 시합 후에도 자신의 감정을 감추는 일 없이 그대로 표현하는 터프한 스타일이다. 물론 이런 거침없는 성격 때문에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었다. TV에 나와 “장래성도 없는 농구나 배구를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결국 공개 사과를 해야 했던 것.
그러나 언론에서 보였던 건방진 모습과는 달리 사생활에서는 장애인 언니가 일하는 시설에 100만 엔(약 890만 원)의 빵 발효기를 기부하는 등 따뜻한 면도 함께 갖고 있어 최근에는 호감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 모로미자토 시노부(왼쪽), 사이키 미키 | ||
상금 랭킹 7위 총 상금 8525만 엔(약 8억 6700만 원)
모로미자토는 골프를 좋아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어렸을 때부터 놀이방 대신 집 근처의 골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중학교 1학년 때 출전한 아마추어 대회에서 “갤러리들의 성원을 받는 것이 즐거워서” 프로 골프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이런 목표에 따라 오카야마의 골프 명문 고교로 진학했다.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그녀는 “단칸방에 가족 셋이 모여 살다가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내 방이 생겨서 기뻤다”며 이때를 골프에만 매진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기라고 말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여러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2005년 ‘세계 여자 매치 플레이’에서 아마추어 선수로서는 유일하게 출전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2회전에서 한국의 장정 선수(25)에게 패하는 바람에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그 후 프로선수로 전향한 후 많은 시합을 거쳐 2006년 10월 ‘SANKYO 레이디스 오픈’에서 전미정 선수(24)를 한 타 차로 이겨 감격적인 첫 우승을 기록했다. 지난해인 2007년은 ‘일본 여자 골프 선수권’을 제패함으로써 골프선수로서 첫 메이저 타이틀을 획득한 중요한 해였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열일곱 살 위의 오빠가 뇌동맥류 파열로 사망하는 불행을 겪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의 블로그에 “집안 형편이 유복한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빠가 돈을 벌어 원정비용 등을 도와줬다. (우승은) 오빠의 덕분이다”라는 글을 올려 오빠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사이키 미키(23) - 골프 명문가 공주님 ‘할아버지를 위해’
상금 랭킹 9위 총 상금 6263만 엔(약 5억 6400만 원)
사이키는 대학생의 신분으로 2007년 뒤늦게 프로에 데뷔했지만 난코스나 기상악화에도 굴하지 않는 놀라운 집중력으로 안정된 플레이를 보이는 노련함을 갖춘 선수다. 또한 프로로 등록한 지 112일 만에 첫 우승을 거둬 일본 골프 역사상 가장 빠른 우승을 기록한 무서운 신인이기도 하다. 그녀는 히로시마에서 유명한 골프 명문가에서 자랐다. 어렸을 때부터 유명 골프선수들과 교류를 가지며 프로 선수에게 “그런 어프로치는 안 된다”는 등 발칙한(?) 충고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골프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사이키는 처음에는 프로 골프선수가 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다가 2004년 골프를 가르쳐준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할아버지를 자랑스럽게 해드리기 위해서” 프로 선수로 전향하게 된다.
2007년 4년 ‘후지-산케이 레이디스’에서 첫 우승을 달성했던 그녀는 가족들이 가지고 온 할아버지의 사진을 보고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인터뷰에서 그녀는 “할아버지가 반드시 하늘나라에서 보고 계실 것”이라고 말해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 고가 미호(왼쪽), 후지타 사이키 | ||
상금 랭킹 4위 총 상금 9429만 엔(약 8억 4900만 원)
고가 미호는 뛰어난 미모로 골프계의 아이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지난해 상금 랭킹 4위에 오를 정도로 실력도 출중한 선수다.
워낙 운동신경이 뛰어나서 초등학교 때는 소년 야구팀에 합류하여 남학생들을 제치고 4번 타자를 맡을 정도로 월등한 실력을 자랑했다. 당시 현재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활약하는 마하라 다카히로 선수로부터 홈런을 뺏은 적도 있었을 정도. 마하라 선수도 인터뷰에서 그때의 일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 고가가 골프를 시작한 것은 열살 때, 집 근처에 유명 골프교실이 생기면서였다. 2001년 프로에 데뷔한 후 깜찍한 외모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꾸준히 10위 안에 드는 실력파 선수이기도 하다.
후지타 사이키(23) - 천재소녀 열 살때 첫 라운딩서 115타
상금 랭킹 26위 총 상금 3234만 엔(약 2억 8700만 원
후지타는 지난해에 26위에 머물렀지만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비범한 재능을 보였다.
열살 때 부모에게 이끌려 처음으로 ‘놀러간’ 골프장에서 첫 라운딩에 115타라는 엄청난 스코어를 기록한 것. 그것도 성인 여성을 위한 ‘레이디스 티’ 코스에서 올린 점수라고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의 첫 라운딩 소감은 “별로 재미없었다”는 한마디였다고.
실제로 이런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골프를 즐기기보다는 스스로의 스트레스 때문에 종종 시합 중 의욕을 잃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그녀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쇼핑이다. 원정시합을 가서 현지의 쇼핑몰을 구경하는 것이 가장 즐거운 시간이라고. 돈은 부모가 관리하기 때문에 성적에 따라 용돈을 받고 있다. 가령 예선에서 탈락하면 0엔. 우승할 경우에는 20만 엔(약 180만 원)을 받는다. 하지만 최근 50만 엔(약 440만 원)으로 용돈이 대폭 인상되었다고 하니 앞으로는 정신적으로도(?) 더욱 강한 의욕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