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보고 조리 보고, 특별한 맛을 골라봐
섬나라라는 제한된 환경과 한정된 식재료의 단점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뛰어넘었다고나 할까. 여기에서 소개하는 ‘일본의 특이한 히트 먹거리 BEST 5’는 만들어놓고 아무도 안 먹는 ‘이상한 먹거리’가 아니라 실제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인기 메뉴들이다. 혹시 매일 먹는 똑같은 음식에 질린 사람이라면 다음 먹거리들을 보고 새로운 요리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기발한 사업아이디어를 찾고 있는 예비 창업주라면 먹는 장사 아이템으로 고려해봐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우유맛 컵라면
지금 일본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먹거리가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우유맛 컵라면’이다. 물론 라면은 당연히 얼큰한 맛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
1971년 세계 최초로 컵라면을 출시한 후 꾸준히 세계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닛신 컵누들’은 기존의 인기제품인 ‘시푸드 누들’의 새로운 버전으로 최근 ‘밀크 시푸드 누들’을 출시했다. 항간에 떠돌던(?) ‘시푸드 누들에 뜨거운 물 대신 우유를 부어먹으면 더 맛있다’는 소문에 착안하여 만들어진 제품이다. 해물의 개운한 국물 맛에 우유의 고소함과 부드러움이 더해져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초콜릿 포테이토칩
현대인들의 가장 대표적인 간식거리인 초콜릿과 포테이토칩. 얇고 바삭거리는 포테이토칩과 진하고 부드러운 맛의 초콜릿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최근 미국과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은근히(?) 인기를 끌고 있는 간식이 바로 ‘초콜릿 포테이토칩’이다. 지난해 7월 일본의 유명 제과회사 ‘가루비’가 한정 판매한 ‘스위트 초콜릿 포테이토칩’과 ‘화이트 초콜릿 포테이토칩’이 출시되자마자 모두 품절되는 일이 벌어졌다. 약간 두꺼운 포테이토칩과 입안에서 살살 녹는 고급 초콜릿의 절묘한 조화가 인기의 비결이었다.
오로지 주문판매만 하며 차갑게 먹는 것이 제맛이기 때문에 제품은 냉장택배로 특별 배송된다. 한 통에 2000엔(약 1만 7700원) 하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어 명실상부한 ‘히트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곤약 아이스크림
탱탱하고 쫄깃쫄깃한 씹는 맛의 곤약과 입안에서 살살 녹는 아이스크림이 만나 하나가 됐다. 일단 곤약은 간식거리라기보다는 반찬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맛이 어떨까라는 호기심보다는 애초에 이 조합을 어떻게 생각해 냈는지가 더욱 궁금할 정도.
일본의 ‘딤플 푸즈’에서 출시한 곤약 아이스크림인 ‘만난 아이스’는 특수 제조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상온에서는 녹지 않고 입안에 들어가야지만 비로소 녹는다. 곤약을 베이스로 한 아이스크림이기 때문에 칼로리가 낮고 섬유질이 풍부하며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다이어트나 건강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일반 아이스크림보다는 쫄깃한 식감이 특징으로 오렌지와 망고, 포도, 참깨 등 다양한 맛이 있다. 건강식품으로써 일본 전국의 유명 스포츠클럽을 중심으로 점점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
일본인들의 카레 사랑은 유별나다. 라면이건 빵이건 과자건 카레 맛이 출시되기만 하면 무조건 히트 상품이 될 정도다. 뭐든지 카레로 만들어서 먹는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본고장인 인도에도 없을 기발한 카레를 속속 만들어내고 있다.
카레에는 워낙 다양한 향신료와 재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웬만한 카레에는 꿈쩍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분홍색의 ‘체리 카레’를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체리 카레는 일본 야마가타 현의 특산물인 체리와 부드러운 우유가 섞인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인도인도 깜짝 놀랄 카레맛 음료도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탄산음료인 ‘라무네’에 카레맛이 출시되면서 전국적으로 품귀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코가 뻥 뚫리는 카레의 향과 탄산이 신기할 정도로 잘 어울린다. 출시 전에는 제조사에서조차 “이런 게 팔릴 리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실제로 판매를 개시하자 주문이 쇄도하여 지금은 24시간 체제로 생산 중이다. 자매품 중에는 ‘와사비 라무네’도 있다.
이쯤 되면 ‘빙수 카레’가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다. 도쿄의 카레 전문점 ‘카페 라티노’에서는 얼린 카레를 잘게 부순 후 야채나 햄과 함께 밥 위에 뿌려준다.
‘완전 매운’ 과자와 음료
자극적인 맛을 선호하는 신세대의 입맛 때문일까, 아니면 사람들의 미각에 이상이 생긴 걸까.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고통을 느낄 정도로 매운 맛의 간식거리가 유행하고 있다.
일본의 식품업체인 ‘도하토’에서 최근 ‘매운맛 간식거리 3종 세트’를 발매했다. 청양고추보다 30배 맵다는 멕시코산 하바네로 고추를 사용한 ‘초폭군 하바네로’와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기네스북에 오른 졸로키아를 사용한 ‘대마왕 졸로키아’는 일단 포장부터 심상치 않다. 검은 바탕에 마치 유령과 같은 무서운 그림과 함께 얼마나 매운지 짐작할 수 있도록 ‘불타는’ 과자가 날아다니고 있다.
이 과자들과 함께 출시된 ‘폭군 하바네로 스프’는 토마토를 주원료로 양파, 치킨 등을 끓인 스프에 하바네로의 매운 맛을 더한 음료다.
언론 관계자들을 초청한 신제품 발표회장에는 ‘초 폭군 하바네로’‘대마왕 졸로키오’‘폭군 하바네로 스프’가 아낌없이 제공됐지만 정작 물이 없어 초대된 손님들이 진땀을 뻘뻘 흘리는 웃지 못할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